어떤 종친회
2018.12.22 by 월산처사, 따오기
2년만의 외출
이 테이프를 어떡한다?
밤이 무서워
물주를 구합니다
공주와 고추
어느 보조기사 이야기
503호 할머니
어떤 종친회 최용현(수필가) 그날 내가 외박을 한 것은 퇴근길에 재경(在京) ‘OO채(蔡)’ 씨 종친회에 참석하러 종로에 나갔던 것이 발단이었다. 종친들이 4~50명 정도 모여 있었다. 채 씨는 본(本)이 하나이므로 모인 사람들은 모두 일가요 친척인 셈이다. 그날 받은 명함이 스무 장도 넘었..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47
2년만의 외출 최용현(수필가) “내는 여기서 바로 갈 끼니까 니는 집에서 택시 타고 온나.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밀린대이. 4시쯤에 집에서 나오면 될 끼다. 성은이 옷 잘 챙겨 입히래이. 밖에는 아직도 춥대이.” “알았어예….” 나는 수화기를 놓으려다 옆에 있는 성은이를 보고는 ‘잠..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43
이 테이프를 어떡한다? 최용현(수필가) 대학 친구들 모임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걱정이 더 커졌다. 지난 번 모임에서 헤어질 때 현석이가 꼭 들어보라고 준 녹음테이프 때문이었다. 2개나 되었다. 한 쪽을 듣는 데 30분이 걸리면 앞뒤로 1시간, 2개니까 2시간은 들어야 하는데…. 그때는 ‘알았다. 들어보마.’ 하고 말 했지만 집에 가져와서는 그냥 책상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쓰레기통에 던져버릴까 했지만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았다. 그건 열심히 녹음해서 가져온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언제 한번 날을 잡아서 들어보자고 생각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두 달이 흐른 것이다. 정말이지 그 녹음테이프를 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신앙 간증테이프란 안 들어봐..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39
밤이 무서워 최용현(수필가) 아침에 눈을 뜨니 아랫배가 묵직했다. 뱃속에 가스가 꽉 찬 것 같았다. 현관에 있는 신문을 주워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며칠 계속 변비증세가 있더니 사흘째 볼일을 보지 못했다. 식은땀을 흘려가며 10여 분 동안 실랑이를 한 끝에 겨우 성공을 했는데, 이어..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33
물주를 구합니다 최용현(수필가) ‘한 달에 250만원 달라고 해야지.’ 임 실장의 전화를 받고 약속장소로 가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임 실장은 우리 동네 아파트로 이사 올 때 중개를 해준 부동산 사무실의 직원인데, 그가 근무하는 부동산 사무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서 기회가 있으면 다른 데로 옮기려 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그 부동산 사무실에 놀러 갔을 때 내가 무슨 얘기 끝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하자 임 실장은 정색을 하며 말했었다. “최 형, 자격증이 있으면서 취직은 왜 하려고 하세요? 부동산 사무실을 차리세요. 아무리 불경기라 해도 수입이 월급쟁이보다는 훨씬 나아요.” “돈이 문제죠. 서울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하나 차리려면 억이 든..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30
공주와 고추 최용현(수필가) 결혼한 지 4년, 그런 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던 윤희가 요즘 들어 갑자기 눈에 띄게 수척해진 것은 무엇보다 딸만 둘을 낳은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그만 낳으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위로 딸 다섯을 낳고 마지막에 남편인 외아들을 낳으신 시어머니께서 한..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26
어느 보조기사 이야기 최용현(수필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손재주가 뛰어나 뭐든 뚝딱 잘 고쳤고, 여러 스포츠에도 능했던 사촌동생, 나를 유난히 잘 따랐고,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고등학교에도 진학하지 않았던 이종사촌동생 인규 이야기를 하려면. 그래, 생각나..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22
503호 할머니 최용현(수필가) “야 야, 새댁아~ 이거 좀 봐 도고.” 그 할머니가 관리실에 들어와 새댁을 찾는 것을 보고 또다시 월말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아가씨라고 부르는데, 유독 한 사람만 나를 새댁이라 부른다. 바로 102동 503호 할머니다. ..
에세이 및 콩트 2018. 12. 22.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