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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삼가야 할 말 10선

에세이(수필)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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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삼가야 할 말 10

 

최용현(수필가)

 

   어느 회사에서 한 직원이 일과시간에 이발소에 갔다가 들어왔다. 부장이 물었다.

   “자네, 어디 갔다 오는가?”

   “, 이발하고 오는 길입니다.”

   “아니, 근무시간에 이발소에 가도 되는 건가. 자넨 공과 사도 구별하지 못하나?”

   부장한테 꾸중을 들은 이 친구, 둘러대는 말이 걸작이다.

   “부장님, 제 머리도 근무시간에 자란 겁니다.”

   어떤 잡지에서 본 글이다.

   직장인이라면, 근무시간만큼은 직장에 바쳐진 몸이다. 그러므로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할 사주(社主)는 없다. 근무시간 중에 휴게실에 자주 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서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직장인, 아니꼽고 치사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사표를 쓰고 싶다가도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 같은 자식들을 생각하면 차마 그러지 못하는 사람.

   사업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월급쟁이만큼 편한 직업이 없다고 한다. 무슨 걱정이 있느냐, 근무시간만 열심히 때우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업이 좋다.’ ‘월급쟁이가 좋다.’ 그런 어리석은 주제를 놓고 얘기하자는 건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나 뜻하지 않는 좌절과 실패, 복잡한 인간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그 때문에 직장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나 무심코 내뱉는 말 중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 행태가 게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말들을 모아 보면 직장인의 잘 드러나지 않는 생리와 아픈 곳을 파악 할 수 있다.

   최근, 한 금융회사의 사보에 실린 직장인이 삼가야 할 말 10을 본 적이 있는데, 직장인들이 자주 쓰는 말을 기막히게 잘 꼬집어낸 것 같았다. 조직체의 일원으로서의 소외감, 한계, 좌절감들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 내용 10가지를 소개하면서 아울러 필자의 소감을 약간 덧붙일까 한다.

 

   1) 열심히 한다고 봉급 더 주냐 ; 무사안일주의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 뭐와 비슷한 얘기이다. 이런 말 한 번도 안 해본 월급쟁이는 없으리라(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2) 대충 대충해 ; 적당주의이다. 욕 안 먹을 정도로 적당히 하면 되지 괜히 잘난 척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다.

   3) 타 부서는 어떻게 하지? ; 소신 부족이다. 자신이 없는 거다. 남이 하는 대로 눈치껏 따라가면 중간은 한다는 얘기이다.

   4) 우리 회사가 망하기야 하겠나? ; 주인의식 부족이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겨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나하고 상관있나 뭐(월급 못 타는 일은 없겠지?).

   5)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 권위주의이다. 부하가 의견을 내놓을 때 여지없이 깔아뭉개는 거다. 네깐 놈이 뭘 안다고 말이 많아, 건방지게(아니꼬우면 출세해!).

   6)우리 회사는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 탈이야 ; 냉소주의이다. 좌절감의 냉소적 표현으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반대자가 있는 경우에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7) 출세하려면 줄을 잘 서야 ; 기회주의이다. 남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남이 잘되는 건 운이 좋아서이고 내가 잘못되는 건 운이 없어서이지 결코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8) 이건 우리 부서 일이 아니야 ; 보신(保身)주의이다. 하기 싫은 일, 책임지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할 때 나오는 말이다.

   9) 규정에 그렇게 안 되어 있는데 ; 형식주의이다. 책임 추궁 받을게 두려워서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거다. 규정을 들먹이면 누구나 약해지기 때문이다.

   10) 우리 회사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 패배주의이다. 자신의 직장을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다. 골머리 썩여서 좋은 의견 내봤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뻔한데 뭣 하러 고생을 해(직장생활 하루 이틀 해봤어?!).

 

   한 결 같이 자기 방어적이고 냉소적이다. 이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리라. 그러나 이런 말을 한다고 애사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요주의 인물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회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일수록 애사심이 더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문제 있는 사람은 입봉하고(?) 사는 사람이 아닐까?

   언어의 주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감정을 정화시키는 기능이다. 회사 욕하는 재미, 상사 씹는 재미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허구한 날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직장생활을 해나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말을 조심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 번 뱉은 말은 영원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말 한 마디 때문에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서로 말 안하고 지내는 사람도 있고, 평생 원수가 된 사람도 있지 않은가.

   직장인, 아침 8시에 집을 나서서 저녁 8시에 집에 들어온다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같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을 뺀다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해()를 다 보내는 것이 직장이다.

   그러므로 직장은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꿈을 실현하는 장()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추구하고 단련하는 자세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직장인의 자세가 아닌가 한다.

   혹시,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진 직장인이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보자.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늦는 건 사정 때문이고 남이 늦는 것 핑계이고, 내가 약속을 어기면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남이 약속을 어기면 그럴 수는 없는 거고, 내가 자리를 비우면 바쁜 일 때문이고 남이 자리를 비우면 어디서 노는 거고, 내가 회의 중이면 남은 기다려야 하고 남이 회의 중이면 나는 꼭 만나야 하고, 내가 야근하는 것은 바쁜 일 때문이고 남이 야근하는 것은 무능력 때문이고, 내가 상을 받으면 실력이 있어 받는 거고 남이 상을 받으면 운이 좋아 받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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