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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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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Rocky)

 

최용현(수필가)

 

   4040(37KO)을 기록하고 있던 챔피언 조지 포먼을 8회에 KO로 눕히고 세계 헤비급 타이틀을 탈환한(1974.10.30, 콩고 자이레) 무하마드 알리는 제1차 방어전 상대로 무명복서 척 웨프너를 선택했다. 웨프너는 펀치력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세기(細技)가 부족한 한물간 선수였다. 결과는 뻔했고, 몇 회에 끝나느냐가 관건이었다.

   1975324, 웨프너는 알리가 가벼운 스텝으로 링사이드를 돌면서 퍼붓는 주먹에 무수히 얻어터지면서 간간이 반격을 시도했는데, 9회에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웨프너가 왼손 잽에 이어 묵직한 오른손 훅을 알리의 복부에 가격한 것이다. 알리는 휘청하더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알리는 현역시절 서너 차례 다운을 당했는데 그 중 한 번이 웨프너에게 당한 이 다운이다. 웨프너는 그런 대로 잘 버텼으나 15회가 되자 얼굴이 거의 망가졌다. 코뼈는 부러졌고, 두 눈에서는 피가 흘렀다. 심판은 종료 20초를 남기고 알리의 TKO승을 선언했다.

   이 경기를 보고 웨프너에게 큰 감명을 받은 청년이 있었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온 이민자의 2세인 무명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었다. 그는 부모의 이혼 충격으로 불량스런 소년시절을 보내다가 여러 번 학교를 옮긴 끝에 겨우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마이애미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단역배우를 하면서 틈틈이 각본을 쓰는 등 영화계 언저리를 전전하고 있었다.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간 스탤론은 3일 만에 록키(Rocky, 올바른 표기는 로키)’의 초고(草稿)를 완성했고,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조건으로 영화사에 넘겼다. 주인공의 이름을 록키 발보아라고 지었는데, 그것은 49전승(43KO)을 기록하고 은퇴한 전설적인 세계 헤비급 챔피언 록키 마르시아노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가끔 4회전 경기를 치르면서 수당을 받는 왼손잡이 3류 복서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는 부업으로 고리대금업자의 해결사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가 다니고 있는 체육관의 관장 미키는 권투에 자질이 있는 록키가 운동에 정진하지 않고 고리대금업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이 못마땅해, 어느 날 그가 6년 동안 쓰던 라커룸을 빼버린다.

   록키에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친구 폴리의 여동생으로, 애완동물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아드리안(탈리아 샤이어 )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드리안은 록키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추수감사절에 폴리의 주선으로 록키와 첫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함께 스케이트를 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아드리안은 드디어 록키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게 된다.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세계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46전 무패의 챔피언 아폴로(칼 웨더스 )의 상대로 록키가 선정된다. ‘이탈리안 종마(The Italian Stallion)’라고 써진 록키의 신상명세서를 보고 호기심을 느낀 아폴로가 직접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미키 관장은 록키를 찾아와 그간의 앙금을 털어내고 매니저를 맡는다. 맹훈련에 돌입한 록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조깅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폴리의 정육점 냉동실에 매달아놓은 고깃덩어리를 샌드백 삼아 펀치력을 연마한다. 체육관에 가서는 미키의 지도로 실전기술을 익힌다. 록키가 움직일 때마다 빠밤 빰~ 빠밤 빰~’ 하는 저 유명한 주제곡 ‘Gonna Fly Now’가 흘러나온다.

   록키는 대전을 하루 앞두고 아드리안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나는 아폴로의 발끝에도 못 미쳐. 랭킹에도 못 드는 내가 뭘 하겠어? 그러니 그 친구가 내 머리를 부숴도 아무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면 돼. 아무도 아폴로와 싸워서 끝까지 가지 못했거든. 만약 마지막 종이 울릴 때 내가 두 발로 서 있다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도박사들의 예측대로 아폴로는 3회 안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고, 아폴로의 현란한 잽과 묵직한 훅에 록키는 샌드백처럼 무참히 얻어터지지만 록키가 날린 회심의 훅에 아폴로가 벌러덩 나자빠지기도 한다. 이에 힘을 얻은 록키는 저돌적으로 반격을 시도한다. 매회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진다. 록키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두덩이가 부어오르지만, 아폴로의 얼굴도 만신창이가 된다. 10, 11, 12.

   드디어 15회가 끝난다. 초조하게 판정을 기다리는 아폴로와 달리 록키에게 경기결과는 중요치 않다. 8:7로 아폴로의 승리가 선언되자, 관중들은 야유를 보내며 록키가 승리자라고 외친다. 한 기자가 팬들이 재 시합을 원한다.’고 하자, 록키는 재 시합은 안 해요. 오늘 실컷 맞았잖아요.’라고 말한다. 록키는 두리번거리며 아드리안! 아드리안!’을 계속 외친다.

   이때, 경기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대기실에 있다가 장내에 들어와 엉거주춤 서있던 아드리안은 록키! 록키!’ 하고 답하면서 링 위로 뛰어올라간다. 두 사람이 끌어안고 볼을 부비며 서로 ‘I love you! I love you!’를 외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록키1976년에 96만 달러를 들여 28일 만에 만들어 그 해 미국에서만 5,6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세계시장에서는 그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려 실베스터 스탤론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 되었다.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 작품상, 감독상(G. 아빌드슨), 편집상을 수상하였다. 아침식사로 켈로그를 먹는 장면을 영화에 넣는 조건으로 그 회사에서 5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또 다른 대표작인 람보’(1982)는 베트남 전쟁에 끼어든 미군의 무자비한 살상 장면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록키는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미국인의 성향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탈리안 종마(?)의 야심이 잘 맞아떨어져 대성공을 거둔 것이리라. 5편의 속편이 나왔다.

   복싱을 비롯한 격투기 종목은 너무 잔혹한 스포츠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얼굴이 부어올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록키가 마지막에 아드리안을 찾는 장면에서 왜 그리도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던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빠밤 빰~ 빠밤 빰~’ 하는 록키의 주제가를 떠올리면서 언젠가 다가올지도 모를 멋진 역전 드라마를 꿈꾸며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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