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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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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Jaws)

 

최용현(수필가)

 

   뉴욕 근처의 바닷가 마을 애미티,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백사장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다. 무리 옆에 떨어져 혼자 앉아있던 한 여자가 옷을 하나씩 벗어 던지며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에 낚아 채인 듯 요동을 치더니 바다 속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

   다음날 아침, 이곳의 치안책임자인 브로디 경찰서장(로이 샤이더 )은 한 여자가 해안에서 실종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바닷가 모래톱에 반쯤 묻힌 여자의 한쪽 팔과 손이 발견되고, 뼈만 남은 그 시체에는 상어의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또 한 소년이 상어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게 되자, 개장을 눈앞에 둔 해수욕장은 온통 상어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시장(市長)이 식인상어에 거액의 현상금을 걸자, 현상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든다. 이들이 해수욕장 앞 바다로 우르르 몰려가 상어 한 마리를 잡아오자, 모두들 기뻐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해양생태 전문가인 후퍼 박사(리차드 드레이푸스 )는 그 상어는 범인(?)이 아니라고 한다. 범인은 훨씬 더 큰 식인 백상어라며.

   애미티는 여름 피서객들이 쓰고 가는 돈으로 일 년을 먹고 사는 마을이기 때문에, 시장은 해안경비 강화조치를 내리고 구조대원의 삼엄한 감시 속에 해수욕장 개장을 강행한다. 그러자 해수욕장은 다시 인파로 들끓게 되는데, 그 옆 하천으로 백상어가 올라와 보트를 타던 한 남자를 집어삼키고 유유히 사라진다.

   결국 브로디 서장은 상어잡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퀸트(로버트 쇼 ), 후퍼 박사와 함께 배를 타고 식인 백상어를 잡으러 나선다. 이들이 던진 생선 미끼의 냄새를 맡고 드디어 거대한 백상어가 물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모습을 보고 얼이 빠진 브로디 서장은 뒷걸음질 치면서 중얼거린다.

   “배가 너무 작은 것 같아.”

   선장을 자처하던 퀸트는 자신이 해오던 방식대로 백상어의 머리에 작살을 꽂지만 힘이 엄청난 그 놈은 물 위에 떠있어야 할 공기통을 몇 개씩이나 끌고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한밤중에 이들이 타고 있는 배의 밑창을 공격한다. 날이 새면서, 본격적으로 쫓고 쫓기는 공방전을 펼친 끝에 기관실의 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배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후퍼 박사는 백상어의 아가리에 질산염을 주입하기 위해 준비해온 사각철창 안에 들어가 산소통을 매고 배 아래로 내려가는데, 백상어가 뒤에서 공격해오는 바람에 철창이 망가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백상어가 한쪽 갑판을 누르자, 퀸트는 기울어진 갑판에 미끄러지며 백상어의 아가리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혼자 남은 브로디 서장은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갑판을 타고 올라오는 백상어의 아가리에 산소통을 던져 넣는다. 이를 삼킨 백상어가 바다 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배 위로 올라오자, 브로디 서장은 가라앉고 있는 배의 돛대에 올라가 백상어의 아가리에 들어있는 산소통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한 발, 두 발, 세 발. 산소통의 폭발과 함께 백상어는 산산조각이 나면서 최후를 맞는다.

   상어의 거대한 아가리를 뜻하는 죠스(Jaws, 올바른 표기는 조스)’는 해양소설 전문작가인 피터 벤츨리가 작은 해변마을 해수욕장에 나타난 거대한 식인 백상어이야기를 현장감이 살아있는 생생한 필치로 쓴 소설로, 단숨에 550만부가 팔려나갔다.

   1,200만 달러를 제작비로 책정한 제작팀은 이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소설의 판권을 사들였다. 각본이 완성되자, 제작팀은 할리우드의 쟁쟁한 감독들을 물리치고 약관 29세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감독으로 발탁하여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신예 감독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고,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제작팀이 그를 과감히 기용한 것이었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타이틀 롤을 맡은 백상어의 연기(?)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결국 1.5톤짜리 인조 백상어 세 마리를 만들었고, 스쿠버다이버들을 동원하여 물속에서 백상어를 구동(驅動)시켰다. 잘 살펴보면 백상어의 눈과 입의 움직임이 약간 어색해 보인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기술적 한계였다.

   1975년 여름, 드디어 죠스가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미국 460여 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되었다. 그해의 흥행수입만 13,000만 달러를 기록하여 할리우드 사상 최초로 1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도 이때 등장하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녹음상, 음악상, 편집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였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일약 세계 영화계를 이끌어갈 인물로 부상한다.

   이 영화에서 또 한 사람의 숨은 공신은 음악을 담당한 존 윌리암스이다. 그가 창출한, 백상어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빠밤 빠밤 빠밤~’ 하는 섬뜩하면서도 전율을 느끼게 하는 불협화음이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마치 특허등록이라도 한 듯 상어의 출현을 예고하는 효과음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되어 지금도 CF나 영화, 코미디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작품은 영화적 구성의 교과서로 정평이 나있다. 스토리와 각본의 구성이 치밀하고, 주연배우 세 사람의 캐릭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데다,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도록 관객을 화면 속으로 몰입시킨다. 때로는 백상어의 눈이 되기도 하는 의표를 찌르는 카메라 워크, 서서히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도면밀한 편집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Smile, you son of a .” (웃어라, ×자식아.)

   백상어와 마지막 결전을 벌이던 브로디 서장이 백상어의 입에 들어있는 산소통을 총으로 겨누며 한 말이다. 아마 ‘bitch’를 덧붙이려다 만 것이리라. 이런 욕설조차도 정감이 가는 것은, 식인 백상어와 일대일로 맞선 극도의 공포상황에서 날린 욕설 한 방이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리라.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가.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탓인가. 바닷가에만 가면 빠밤 빠밤 빠밤~’ 하는 환청과 함께 물 위로 백상어의 시커먼 지느러미가 다가오면서 오싹한 공포감이 느껴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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