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수필가)
세계적인 영화정보잡지 엠파이어(EMPIRE)에서 역대 최고의 영화로 뽑혔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 영화정보 사이트 IMDb(Internet Movie Database)의 네티즌 평점에서도 역대 1위로 선정된 영화가 있다. ‘대부(The Godfather)’이다.
이 영화는 1972년 개봉 당시 미국사회의 충격적인 단면을 통찰한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가 26년간 지켜오던 흥행기록을 깬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의 북미 최고흥행기록을 7년 만에 갱신했다. 시나리오의 교본, 갱스터 무비의 교과서라는 명성에 걸맞게 175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간간이 니노 로타의 ‘Speak softly love’의 애조 띤 멜로디가 가슴을 적셔주고 있다.
영화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부모를 잃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마피아 거물의 자리에 오른 돈 콜레오네 일가의 3대에 걸친 파란만장한 일대기이다. 마리오 푸조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완벽한 각본과 절제된 연출로 폭력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극찬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에 11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어 갱스터 무비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고, 아울러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했다. 1974년에 제작된 ‘대부 II’도 아카데미상에 11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어 전편에 이어 속편까지 작품상을 받은 기록과 함께, 감독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엄청난 흥행의 후유증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 파라마운트사 창고에서 30여 년 동안 보관되어오던 ‘대부 I’과 ‘대부 II’ 필름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1년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복원되어 2010년에 재개봉되었다. ‘대부 I’부터 살펴보자.
마피아의 대부 돈 콜레오네(말론 브랜도 扮)의 호화 저택에서 외동딸 코니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그 시간, 어두컴컴한 응접실에는 정치권과 법조계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거물로 성장한 혼주 돈 콜레오네가 갖가지 고민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해결책을 찾아주고 있다.
양아들로 삼은 조니로부터 한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돈 콜레오네는 패밀리의 참모 톰 하겐(로버트 듀발 扮)을 영화 제작자에게 보내 부탁해보지만 거절당한다. 다음날, 그 영화제작자는 자신의 침대 속에서 피범벅이 된 자신의 애마(愛馬)의 머리를 발견하고 혼비백산한다. 결국 조니는 그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된다.
타탈리아 패밀리의 하수인 솔로조가 찾아와 함께 마약사업을 하자면서, 대부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정치적, 법적 보호를 해주면 이익의 30%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돈 콜레오네는 마약은 지저분하고 위험한 것이라며 거절한다. 얼마 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과일을 사고 있던 돈 콜레오네는 괴한의 저격을 받고 쓰러진다.
패밀리와 무관하게 지내온 대학 졸업반인 막내아들 마이클(알 파치노 扮)은 아버지의 피격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간다. 상대 패밀리에 매수된 악질 경관이 경호요원들을 철수시킨 것을 알게 된 마이클은 곧바로 형 소니에게 지원요청을 하고, 아버지를 암살하러 온 괴한들을 기지(機智)로 물리친다. 그리고 중태에 빠진 아버지의 귀에 대고 말한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 이제부턴 제가 지켜드릴게요!”
다혈질의 큰아들 소니(제임스 칸 扮)는 복수를 다짐하고 톰 하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직원을 총 동원해 상대 패밀리를 공격한다. 늘 성급하게 나서다가 ‘머릿속의 생각을 함부로 발설하지 마라.’는 아버지의 지적을 받기도 했건만….
마이클은 솔로조와 악질 경관을 식당에서 만나 화장실에 숨겨두었던 총으로 저격하여 응징하고 아버지의 고향 시칠리아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한 아름다운 처녀에게 반해 결혼을 하지만, 아내는 조직원이 몰래 차에 설치한 폭탄에 희생되고 만다.
소니는 여동생 코니에게 폭력을 휘두른 매제 카를로를 흠씬 두들겨 팬다. 이에 앙심을 품은 카를로는 상대 패밀리와 손을 잡는다. 여동생이 또다시 카를로에게 폭행을 당하고 전화를 하자, 격분한 소니는 상대의 유인책인 것도 모르고 혼자 성급하게 차를 몰고 여동생에게 가다가 검문소에서 잠복한 괴한들이 난사한 총에 온몸이 벌집처럼 되어 즉사한다.
가까스로 기력을 회복한 돈 콜레오네는 전국 5대 패밀리의 수장들을 소집하여 화해를 역설한다. 큰아들 소니의 죽음에는 어떠한 보복도 하지 않겠다면서, 막내아들 마이클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호소한다. 그 결과 마이클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원에서 손자와 망중한을 즐기던 돈 콜레오네는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음을 맞는다. 마이클은 대학 때 사귀던 애인(다이안 키튼 扮)과 결혼한다. 그리고 참모 톰 하겐의 도움을 받아 콜레오네가에 위해(危害)를 가한 패밀리의 보스들과 이적행위를 한 매형 카를로를 제거하고 마침내 2대 대부로 우뚝 서게 된다.
‘대부 II’는 새로운 대부 마이클이 합법적인 사업을 지향하며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아버지인 돈(비토) 꼴레오네가 혼자 미국으로 건너와 대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 Ⅲ’은 마이클이 자신의 후계자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부’ 3부작을 모두 연출하였고, ‘대부 II’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제작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행(奇行)이 심한 40대 중반의 말론 브랜도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 알 파치노를 과감히 캐스팅함으로써 그의 탁월한 안목을 입증했다. 또 마피아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려는 영화관계자들의 차에 폭탄을 설치하고 제작을 포기하도록 협박했지만 슬기롭게 해결하였다.
돈 콜레오네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실감나게 연기하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 말론 브랜도는 시상식에 자기 대신 인디언 복장을 한 여성을 보내 미국사회에 만연한 백인우월주의를 꼬집는 메모를 낭독하게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나는 이 상을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미국 원주민들을 야만스러운 미개인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재고를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