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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의 꼽추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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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의 꼽추(The Hunchback of Notre Dame)

 

최용현(수필가)

 

   18312, 프랑스 파리의 시테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성당을 둘러보던 빅토르 위고는 어느 종탑 아래 어두운 벽에서 ‘ANAYKH’라고 손으로 쓴 글씨 하나를 발견한다. ‘운명’ ‘숙명이란 뜻의 그리스어다.

   이 글씨는 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 흔적을 성당 벽에 남긴 사람의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영혼에 대하여 생각했고, 그의 상상력은 마침내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라는 장편소설로 결실을 맺었다. 노트르담은 우리들의 귀부인이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대학시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ANAYKH’란 글자에 필이 꽂혀서 책상 위에 써 붙여놓고, ‘운명’ ‘숙명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단어를 찾아 모으던 기억이 난다. fate, destiny, doom, lot, fortune, luck, karma .

   1956년 장 들라누아 감독이 연출한 노틀담의 꼽추(The Hunchback of Notre Dame)’는 누벨바그 이전의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오래 전에 TV에서 방영할 때 녹화해 두었다가 이번에 다시 보았는데, 명화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15세기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에는 신부이면서 부주교, 연금술사인 프롤로(알랭 퀴니 )와 꼽추 콰지모도(안소니 퀸 )가 함께 살고 있다. 콰지모도란 반()은 불구 즉, 반만 제대로 된 인간이란 뜻이다. 콰지모도는 태어날 때부터 꼽추에다가 얼굴이 너무 흉측하게 생겨서 버려진 아이였는데, 프롤로 신부가 데려다 길렀다. 프롤로는 콰지모도를 양아들로 삼고 성당에서 종 치는 일을 시켰는데 그 종소리 땜에 귀까지 먹어버렸다.

   부활절과 만우절이 겹친 축제일, 노트르담 성당 앞 광장에서는 떠들썩한 춤판과 연극공연이 벌어졌다. 콰지모도는 평소에는 성당 밖으로 나가지 않고 숨어서 살았는데, 축제일이라고 밖으로 나갔다가 거지와 집시들에 의해 가장 못생긴 사람으로 지목되어 바보교황(?)에 선출된다.

   성당 주변에는 항상 거지와 집시들이 모여들었는데, 집시들 중에 에스메랄다(지나 롤로브리지다 )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프롤로 신부는 늘 뒤에 숨어서 에스메랄다를 음흉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축제일 밤, 드디어 콰지모도에게 그녀를 납치해오라고 지시한다.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는 순간, 마침 군사를 이끌고 그 옆을 지나가던 피버스 대위가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와 에스메랄다를 구하고 콰지모도를 붙잡는다. 다음날, 콰지모도는 끌려가 광장의 형틀에 묶여져 채찍질을 당한다. 콰지모도가 물을 달라고 애원했을 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군중 속에 있던 에스메랄다가 다가와 물을 준다.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구해 준 피버스 대위와 사랑에 빠진다. 피버스는 약혼녀가 있으면서도 에스메랄다와 몰래 만난다. 두 사람이 여관에서 밀회를 할 때 에스메랄다가 지니고 있던 호신용 칼을 피버스가 창밖으로 던져 버리자, 창밖에서 이를 엿보던 프롤로 신부는 질투에 눈이 멀어 그 칼을 집어 들고 피버스의 등을 찌른다.

   에스메랄다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피버스를 죽이려했다는 죄를 뒤집어쓴 에스메랄다는 프롤로가 매수한 여관주인의 거짓증언으로 마녀라는 오해까지 받는다. 에스메랄다는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죄를 모두 시인하는 거짓자백을 하고 만다. 그리고 교수형을 언도받고 성당 앞 광장으로 끌려간다.

   그때, 콰지모도가 밧줄을 타고 내려와 에스메랄다를 안고 노트르담 성당 위로 올라간다. 성당은 신성불가침권이 있어서 죄인이 안에 있어도 잡으러 들어갈 수가 없다. 콰지모도는 그녀를 성당 꼭대기에 있는 자기 방으로 데려가 음식을 주고 옷과 잠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말한다.

   “이 성당을 나가면 당신은 죽어요.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을 거예요.”

   한편, 에스메랄다가 성당에 감금되어 있는 것으로 착각한 집시들은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성당으로 쳐들어온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뺏기지 않으려고 큰돌을 던지고 뜨거운 물을 쏟아 부으며 혼자 집시들과 맞서 싸우지만, 결국 성문은 열리고 에스메랄다는 집시 동료들과 함께 성 밖으로 나간다.

   이때 출동한 군인들이 성당을 포위하고 집시들을 공격하는데, 그 혼란 속에 에스메랄다는 군인들이 쏜 화살에 맞아 쓰러지고 만다. 숨진 에스메랄다는 다시 교수대로 끌려가고, 이 모습을 내려다보던 콰지모도는 울부짖는다. 모든 것이 프롤로 때문이라고 생각한 콰지모도는 양아버지인 프롤로 신부를 성당 밖으로 던져버린다. 에스메랄다의 시신은 근처 동굴로 옮겨진다.

   2년 후, 그 동굴에서 두 개의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등뼈가 굽은 유골이 한 유골을 부둥켜안고 있었다. 두 유골을 떼어놓으려 하자 유골들은 바스러져 가루로 변했다.

   영화 노틀담(올바른 표기는 노트르담)의 꼽추15세기 파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타락한 성직자와 바람피우는 장교, 그리고 집단생활을 하는 집시 거지들, 엉터리 재판으로 마녀로 몰거나 고문으로 억지 자백을 받아내는 모습 등.

   부리부리한 눈과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아름답고 육감적인 집시처녀 에스메랄다가 분출하는 관능미는 화면을 압도한다. 여기서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하는 두 남자, 꼽추 콰지모도와 프롤로 신부의 사랑 방식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콰지모도가 보여준 사랑은 지고지순한 것으로 죽음마저도 초월한 사랑이고, 프롤로 신부의 음흉하면서도 이기적인 욕망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바람둥이 피버스가 보여준 사랑은 즉흥적인 육욕일 뿐이다.

   전에 영화를 봤을 때는 프롤로 신부를 사악하고 나쁜 인간으로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서 다시 보니 성직자로서 집시처녀를 몰래 연모한 그의 고뇌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성당 벽에다 새긴 ‘ANAYKH’의 의미까지도.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타이틀 롤을 맡은 콰지모도나 그의 상대역인 에스메랄다가 아닌, 에스메랄다에 대한 욕망 때문에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녀뿐 아니라 스스로마저도 파멸로 몰고 간 프롤로 신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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