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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담 몇 가지

에세이 및 콩트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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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담 몇 가지

 

최용현(수필가)

 

   Y담으로 통하는 음담패설은 줄거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인구(人口)에 회자되면서 진화와 도태를 거쳐 알맹이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종점을 향해 가쁜 걸음으로 몰아간다고나 할까.

   Y담 속에는 물씬한 인간냄새와 함께 그 시대 사회상의 편린(片鱗)이 담겨져 있다. 돈 안 들이고 스트레스 해소하는 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어 욕먹을 각오하고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 몇 가지 늘어놓아 볼까 한다.

   Y담의 유형은 그 이야기 수만큼이나 여러 가지이나, 크게 나누어 문답식 유형과 이야기식 유형으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문답식 유형부터 살펴보자. 조선조 때의 방랑시인 김삿갓이 어느 산골처녀와 나눈 음사(淫辭), 나는 문답식 Y담의 백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삿갓이 아직 삼십 미만의 청년이었을 때, 함경도 산골 어느 집에 밭일을 해 주면서 며칠 묵은 적이 있었다. 그 집은 한 노파가 과년한 딸과 단둘이서 사는 집이었다. 노파는 김삿갓을 사위로 삼아 일을 시킬 요량으로 자기 딸과 동침케 했다.

   이 과년한 산골 처녀는 육체적으로 매우 난숙했다. 무성한 숲, 유연한 샘, 산중 처녀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관능적인 몸짓은 오래 굶은(?) 김삿갓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한차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고 나니, 김삿갓은 약간 의심이 들었다. 특기인 시 한 수를 지어 그 처녀 앞으로 내밀었다.

   毛探內闊 必過他人 (모심내활 필과타인 : 숲은 우거지고 안은 넓으니 필시 누가 지나간 흔적이로다)

   이 뜻을 모를 리 없는 산중처녀는 억울한 심정을 시로 적어서 화답했다.

   前溪楊柳 不雨長 後園黃栗 不蜂析 (전계양류 불우장 후원황율 불봉석 : 앞냇가 버드나무는 비가 오지 않아도 자라고 뒤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네)

   이쯤 되면 거의 환상적인 커플이다. 베갯머리에서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문학의 경지로 올려놓은 거다. 역시 김삿갓이고, 그에 어울리는 파트너가 아닌가.

   다음은 좀 낭만적인 얘기다. 19세기판 Y담이라고나 할까.

   ‘수고래와 암새우가 바다 속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우가 뭐라고 했기에 고래가 쇼크를 받아 기절을 했겠느냐?’ 하는 게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감은 잡히는데 원하는 답을 매끄럽게 뽑아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정답은 이러하다.

   「당신의 아기를 갖고 싶어요.

   이제 20세기판 단답식 문제이다.

   ‘여자의 엉덩이는 왜 큰가?’

   이런 문제는 숫제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정답을 맞추기 어렵다. 별 생각 다해 보지만 답은 전혀 엉뚱한 데 있다. 요강에 빠지지 말라고가 정답이다.

   거창하게 제자백가의 학설까지 동원한 문제도 있다.

   ‘성선설을 주장한 사람은?’

   「맹자

   ‘성악설을 주장한 사람은?’

   「순자

   그러나 이건 서론에 불과하다. 본론은 그 다음이다.

   ‘성개방설을 주장한 사람은?’

   「주자

   ‘성억제설을 주장한 사람은?’

   「참자

   ‘성불용설을 주장한 사람은?’

   「고자

   이번엔 재치와 순발력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동물 중에서 수놈만 있는 것은?’

   「고추잠자리

   ‘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자를?’

   「철없는 여자

   ‘자연보호를 순수한 우리말 다섯 자로 바꾸면?’

   「×지 왜 만져

   이번엔 이야기식 유형으로 줄거리가 있는 얘기이다. 문란한 성 풍속을 풍자한 것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신통력이 있는 아이가 있었다. 이제 막 말을 배우는데 이상하게도 이름을 부르는 사람마다 금방 죽었다. ‘할머니하면 할머니가 죽었고, ‘철수하면 철수가 죽었다. 그런데 아버지했더니 이웃집 아저씨(?)가 죽더란다.

   요즘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첨단기술을 도용한 얘기도 창조되어 나왔다. 처녀와 비처녀를 즉석에서 알려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었다. 동생의 행실을 의심한 언니가 동생의 인적사항을 입력시켰다. 결과가 자막으로 나왔다.

   「()

   화가 난 동생이 이번엔 언니의 인적사항을 입력시켰다. 또 자막이 나왔다.

   「걸레 가지고 장난하지 마시오.

   이번엔 마지막으로 좀 점잖은(?) 얘기를 하나 하고자 한다. 우리말을 제법 잘하는 한 외국인 목사가 교회에서 우리말로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한 음절로 된 말 있잖습니까?”

   그가 손가락 하나를 우뚝 세우면서 말했다.

   “굉장히 재미있는 거 말입니다.”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당황하였다.

   “밤에 잠잘 때 하는 거 있잖습니까?”

   그때서야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옳거니 싶어 그도 웃으면서 말했다.

   “어젯밤에 그거 한 사람 손들어 보십시오.”

   교회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몇 사람이 손을 들었다. 목사는 그 중에서 젊은 여자 한 사람을 가리키며 일어서게 했다.

   “그걸 한국말로 뭐라고 합니까?”

   그 여자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모기 소리 만하게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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