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랑은 비를 타고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5. 8. 30. 11:33

본문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최용현(수필가)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1952)’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인 1920년대 후반의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유쾌하게 풍자한 뮤지컬로, 영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史料) 가치를 지닌 영화이다. 남자주인공 진 켈리와 ‘7인의 신부’(1954년)를 감독한 스탠리 도넌이 공동으로 연출하였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뮤지컬영화로 인정받고 있으며, 아울러 영화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전 시대, 전 장르를 아우르는 100대 영화에서도 늘 10위권 안에 드는 불후의 명화로 꼽힌다. 1989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기부의 영구보존영화가 되었다.

   1927년, 죽마고우인 돈(진 켈리 )과 코스모(도날드 오코너 )는 떠돌아다니며 코미디쇼 공연을 하다가 새 일자리를 찾아 할리우드로 온다. 돈은 모뉴멘탈영화사의 스턴트맨 역을 따내더니, 심슨 사장의 눈에 띄어 주연배우로 부상한다. 그리고 많은 영화에서 최고의 여배우인 리나(진 하겐 )의 상대 남자주인공을 맡아 인기스타로 급부상한다. 언론에서는 두 사람이 곧 결혼할 것처럼 보도한다. 그러나 연기는 연기일 뿐이고, 돈은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리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날, 파티에 가던 돈은 무개차(無蓋車)를 운전해가던 미모의 아가씨 캐시(데비 레이놀즈 )의 차를 타게 되는데, 둘이서 티격태격하다가 헤어지지만 파티 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돈은 군무(群舞)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캐시가 연극배우를 꿈꾸는 재원(才媛)이라는 사실을 알고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캐시의 실수로 케이크를 얼굴에 맞은 리나는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캐시를 해고시켜버린다.

   이 무렵, 할리우드 영화계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는 시점이어서 목소리 연기가 아주 중요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유성영화 ‘결투의 화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돈과 리나가 남녀주인공을 맡고 코스모는 음악을 맡기로 한다. 그런데 리나의 아름다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째지는 목소리가 문제였다.

   한편, 다른 뮤지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던 캐시는 코스모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돈과 다시 만나 비어있는 스튜디오에서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발성교습을 받은 돈과 리나가 ‘결투의 화신’의 동시녹음 촬영을 마치고 시사회를 여는데, 음향조절이 안 된 데다 영상과 소리가 따로 놀고 있다. 그것을 맞추려고 재생속도를 늦추자, 소리가 길게 늘어진다. 그러자 관객들이 다 나가버리고 시사회는 참상(慘狀)으로 끝난다.

   협의 끝에 6주 후에 개봉하기로 한 ‘결투의 화신’을 정극(正劇)이 아닌 뮤지컬 영화로 재촬영하되, 리나 몰래 캐시의 목소리와 노래를 리나의 음성 대신에 넣기로 한다. 그날 밤 캐시를 집에 바래다주던 돈은 캐시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비가 쏟아지는 밤거리에서 검은 우산을 들고 혼자 탭댄스를 추면서 사랑의 기쁨을 표현한다. 가로등 기둥에 매달려 빙그레 돌고, 보도(步道)의 빗물 웅덩이에서 첨벙대며 물을 튀기고, 빗속에서 황홀하게 도약하기도 한다.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다.

   ‘결투의 화신’은 뮤지컬 영화로 탈바꿈하면서 제목을 ‘춤추는 기사’로 바꾼다. 그런데, 뒤늦게 자신의 목소리 대신에 캐시의 목소리가 더빙된 것을 알게 된 리나는 길길이 날뛰면서 자신이 주인공임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그리고 변호사를 동원해 자신의 목소리를 캐시의 목소리로 바꿔버린 영화사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한다. 결국 심슨 사장은 캐시의 이름을 엔딩 크레디트에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영화 ‘춤추는 기사’는 시사회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고무된 리나는 주제파악을 못하고 자신 덕분에 영화가 성공한 것이라며, 캐시에게는 ‘너는 평생 내 목소리나 더빙하라’며 모욕을 준다. 심슨 사장은 고소하겠다는 리나의 으름장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 맨다.

   기고만장한 리나는 직접 무대에 나가서 인사말을 하는데, 영화와는 다른 째지는 목소리를 알게 된 관객들은 리나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한다. 리나가 당황하자, 돈은 캐시에게 장막 뒤에서 노래를 하라고 한다. 오케스트라가 영화의 주제곡 ‘Singin’ in the Rain’을 연주하자, 캐시는 장막 뒤에서 노래하고 리나는 이에 맞추어 립싱크를 한다.

   이때 돈과 코스모가 장막을 걷어 올리자, 노래하는 캐시가 관중 앞에 드러난다. 립싱크를 하던 리나는 그때서야 수치심을 느끼고 무대 옆으로 빠져나가 도망쳐버린다. 돈은 무대로 나가서 ‘리나의 목소리를 더빙한 아가씨입니다.’ 하면서 캐시를 소개한다. 관중들의 열렬한 박수 속에 두 사람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른다. 돈과 캐시의 이름이 걸린 ‘사랑은 비를 타고’ 영화의 광고판 앞에서 두 사람이 열렬하게 키스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예술작품들 중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처럼 발표 당시에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빛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개봉 당시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철저히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영화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관객들의 평가도 호의적으로 변했다. 2006년에는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선정하는 뮤지컬영화에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1961년)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하였고, 2007년에는 AFI에서 선정하는 100대 영화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를 제치고 5위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터프론트  (0) 2025.09.07
선셋 대로  (0) 2025.09.04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0) 2025.08.24
쿼바디스  (8) 2025.08.16
위대한 독재자  (12) 2025.08.0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