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현(수필가)
1940년대 중반, 미국 남부 명문가 출신의 여교사 블랜치(비비안 리 扮)는 16살 때 결혼한 남편의 자살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교사마저 그만두게 된다. 게다가 부모가 사망하면서 남긴 빚 때문에 대대로 살아온 저택마저도 잃게 된다. 2년여 동안 방황하던 블랜치는 결혼한 여동생 스텔라(킴 헌터 扮)에게 가서 살기로 한다.
블랜치(프랑스식 발음은 블랑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Desire Line)’를 타고 물어물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작고 허름한 스텔라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이곳에 눌러 살 생각을 하면서도 스텔라에게는 교사 일을 잠시 쉬기로 했다고 둘러댄다. 사실은 근무하던 학교에서 17살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가 학부형의 고발로 해고되었는데….
블랜치는 폴란드 노동자 출신의 제부(弟夫) 스탠리(말론 브란도 扮)가 음주와 도박을 일삼는데다 다혈질의 난폭한 성격이어서 대하기가 거북스럽다. 철강공장 노동자인 스탠리는 블랜치가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하려고 저택을 잃었다고 하는 것 같다며 저택 매도서류를 찾는다면서 블랜치의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다 꺼내는 등 처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스텔라는 자신의 집에서 밤늦도록 도박을 하는 남편 친구들에게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했다가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블랜치와 함께 2층 이웃집으로 피신한다. 그러나 집에서 스탠리가 큰소리로 ‘스텔라! 스텔라!’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슬그머니 내려와 남편과 키스를 하며 다시 화해를 한다.
밝은 불빛을 싫어하는 블랜치는 동생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음에도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고 욕실의 비싼 온수를 자주 쓰는 등 눈치 없는 행동을 하는데, 그러면서 동생에게 스탠리가 너무 천박하고 짐승 같다며 속히 벗어나야한다고 말한다. 밖에서 이 말을 들은 스탠리는 직장동료에게서 들었던, 블랜치가 고향에서 여러 남자를 유혹하여 성매매업소인 플라밍고 호텔에 자주 들락거렸던 사실을 까발리는데, 당황한 블랜치는 저택을 잃고 나서 2년 동안 방황하면서 올바른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스텔라에게 털어놓는다.
그런데, 스탠리의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미치(칼 말든 扮)는 교사출신인 블랜치를 고상하고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호감을 가지고 있고, 블랜치도 그런 미치를 좋아하고 있다.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면서 함께 춤을 추고 키스도 하는 등 결혼으로 진전될 조짐을 보였으나, 스탠리가 블랜치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을 모두 얘기하는 바람에 미치가 돌아서고 만다.
블랜치의 생일 날, 스탠리는 블랜치가 살던 곳으로 가는 차표를 선물로 준다. 이집에서 나가라는 통고였다. 그 때문에 스텔라와 스탠리가 또 부부싸움을 한다. 이때 스텔라가 산통(産痛)이 오자, 스탠리는 스텔라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온다. 아파트에 블랜치와 스탠리 단 둘이 남게 되자, 블랜치는 카리브해로 요트여행을 간다는 둥, 달라스에 사는 백만장자가 자신을 데리러 온다는 둥, 또 허황된 소리를 한다. 그러자 스탠리는 ‘난 처음부터 당신이 헛소리를 하는 여자인줄 알았다’며 ‘거칠게 다뤄줄까?’ 하면서 블랜치를 겁탈한다.
다음날, 스텔라가 출산한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블랜치가 어디서 전화가 올 거라며 옷치장을 하고 스탠리를 피하면서 계속 횡설수설하는 것을 보고, 어젯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 스탠리가 가까이 가자, 스텔라가 ‘내 몸에 손대지마!’ 하고 소리를 지른다. 스텔라도 이제 언니를 정신병원에 보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블랜치를 정신병원으로 입원시키려고 의사와 간호사가 온다. 계속 버티던 블랜치는 나이 든 의사가 친절하게 대하자 ‘저는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 하면서 그의 팔짱을 끼고 따라나선다. 집으로 들어오라고 소리치는 스탠리의 고함소리, 아이를 안고 서있던 스텔라가 ‘이젠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하고 중얼거리며 2층 이웃집으로 올라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 1951년)’는 1947년부터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으로 공연되기 시작했고, 1951년에 엘리아 카잔 감독에 의해 흑백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1999년 미국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기부의 영구보존영화에 등재되었고, 2007년 AFI 선정 100대 영화에 선정되었다.
블랜치 역을 신들린 듯 열연한 비비안 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 이후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미치 역과 스텔라 역을 맡은 칼 말든과 킴 헌터도 아카데미 남녀조연상을 수상했다. 데뷔 1년차인 말론 브란도는 눈부신 메소드 연기를 하고도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했는데, 3년 후 만 30세에 ‘워터프론트’(1954년)로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극단적인 두 캐릭터를 등장시켜 심리적 리얼리즘의 진수를 보여준다. 첫사랑 남편의 자살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닌 블랜치는 환상의 세계에서 안주(安住)하려는 나약한 인간상을, 본능에 충실한 노동자인 스탠리는 현실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거칠고 원초적인 인간상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서 블랜치는 쇠락하는 미국 남부의 상류층사회를, 스탠리는 새롭게 떠오르는 미국의 노동자계급을 상징하고 있다.
이 영화는 욕망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변화시키는지, 즉 개인과 개인을 어떻게 연결시켜주는지, 또 개인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