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현(수필가)
‘쿼바디스(Quo vadis, 1951년)’는 190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헨리크 센케비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오즈의 마법사’(1939년)와 ‘애수’(1940년)를 감독한 머빈 르로이가 연출한 영화이다. 영화제목 ‘쿼바디스’(올바른 표기는 쿠오바디스)는 라틴어 ‘Quo vadis, domine?’에서 따온 문구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뜻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762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2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아카데미 작품상 등 7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었으나 상을 받지는 못했다. ‘벤허’(1959년) ‘스팔타커스’(1960년) ‘클레오파트라’(1963년), ‘글래디에이터’(2000년)와 함께 고대 로마를 다룬 영화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걸작으로 꼽힌다.
서기 64년, 비니키우스 장군(로버트 테일러 扮)은 브리타니아와의 3년간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고 로마로 개선한다. 그런데, 시(詩)와 향락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는 네로 황제(피터 유스티노브 扮)는 로마 시내에서 대규모 연회를 한다면서 비니키우스에게 외곽에서 하루 더 기다렸다가 내일 로마로 입성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비니키우스 장군은 황제의 측근이자 숙부인 페트로니우스(레오 겐 扮)의 주선으로 한 퇴역장군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거기에서 아름다운 여인 리지아(데보라 커 扮)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리지아는 노예로 잡혀온 몰락한 왕국의 공주로, 퇴역장군 부부가 수양딸로 삼은 여자였다.
리지아도 비니키우스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그가 자신을 전리품 취급하듯 거칠게 대하자, 냉랭하게 반응한다. 그러자 비니키우스는 네로 황제에게 청원하여 리지아의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황궁 연회장으로 불려간 리지아는 새 주인 비니키우스의 지시로 먼저 귀가하던 중 심복인 거한(巨漢) 우르수스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은신처로 숨는다.
비니키우스는 리지아를 찾아 나섰다가 그녀가 물고기를 암호로 쓰는 기독교도임을 알게 되자, 변장을 하고 몰래 동굴예배당에 숨어들어 베드로의 설교를 듣게 된다. 예배가 끝나고 리지아의 뒤를 밟던 비니키우스는 우르수스와 격투를 벌이다가 쓰러진다. 리지아의 극진한 간호로 깨어난 비니키우스는 리지아와 결혼 약속을 하지만, 기독교를 버릴 수 없다는 말에 분노하여 그곳을 박차고 나간다.
황후 포페아는 비니키우스를 숙소로 불러 유혹하면서 다시 리지아와 만나면 두 사람 다 파멸시키겠다고 협박한다. 네로 황제는 새로운 로마를 건설하겠다며 로마 전역에 불을 지르도록 근위대에 지시한다. 그리고 측근들과 함께 불타오르는 로마를 내려다보며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자작시를 낭송한다.
로마가 불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비니키우스는 리지아를 구하기 위해 마차를 몰고 동굴예배당으로 달려가는데, 동굴의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리지아를 찾아낸 비니키우스는 기독교도들의 피난을 도와준다. 비니키우스는 군부에 신망이 높은 갈바 장군을 차기 황제로 추대하는 밀서를 써서 페트로니우스의 서명을 받아 갈바 장군에게 보내지만, 결국 체포되어 기독교도들과 함께 감옥에 갇히고 만다.
한편, 네로의 탄압을 피해 어린 동자와 함께 로마를 떠나 그리스로 가던 베드로는 어느 길가에서 빛으로 나타난 예수와 만난다. 베드로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묻자, 예수는 어린 동자의 입을 통해 ‘네가 내 양들을 버린다면 네 대신 내가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러 가겠노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베드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로마로 간다.
민심이 흉흉해지고 폭동의 조짐이 보이자, 황후 포페아는 네로 황제에게 로마 대화재에 대한 책임을 기독교도들에게 뒤집어씌우라고 조언한다. 그러자 네로 황제는 기독교도들을 모두 방화범으로 잡아들여 관중들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화형에 처하거나 사자의 밥이 되게 한다. 이들은 죽어가면서도 찬송가를 부른다.
페트로니우스는 지인들에게 연회를 베풀면서, 네로 황제에게 ‘그동안 당신의 시를 듣는 게 역겨웠다’는 편지를 남기고 자살한다. 비니키우스와 리지아는 베드로의 주례로 옥중결혼식을 올리는데, 끌려 나간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다. 리지아는 경기장 기둥에 묶이지만, 거한 우르수스가 투우(鬪牛)를 물리치고 리지아를 구해낸다.
이때 단상에 묶여있던 비니키우스가 끈을 풀고 경기장에 뛰어 내려가 방화범이 네로 황제임을 폭로하고, 차기 황제로 추대할 갈바 장군이 곧 로마로 입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분노한 시민들이 황궁으로 몰려들자, 네로는 황후 포페아를 살해하고 자신의 목숨도 끊는다. 비니키우스와 리지아가 마차를 타고 새 삶의 터전으로 향하면서 2시간 48분에 걸친 영화는 해피엔드로 끝이 난다.
‘쿼바디스’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를 살해한 5대 황제 네로의 폭정(暴政)과 로마 대화재, 기독교도들에 대한 박해와 순교, 그리고 로마 시민들이 폭군 네로를 몰아낸 서사를 영화화한 것으로, 컴퓨터그래픽(CG)이 없던 시절에 대규모 인원과 물량을 투입하여 만든 스펙터클 사극이다.
실제 로마역사를 살펴보면, 68년 6월 8일 네로 황제가 죽고 즉위한 갈바 황제가 69년 1월에 암살되면서 오토 황제, 비텔리우스 황제가 짧게 뒤를 잇다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69년에만 4번째 황제가 되면서 로마제국이 안정을 찾게 된다.
남자주인공 로버트 테일러는 아랑 드롱 이전에 미남의 대명사로 한 시대를 풍미한 미국배우로, 올드팬에게는 비비안 리와 공연한 ‘애수’(1940년)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처음에 그레고리 펙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내정되었으나, 제작진이 교체되면서 로버트 테일러와 데보라 커로 바뀌었다. 우정 출연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기독교도로, 소피아 로렌은 페트로니우스의 시녀로 잠깐 나오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 사랑은 비를 타고 (4) | 2025.08.30 |
|---|---|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0) | 2025.08.24 |
| 위대한 독재자 (12) | 2025.08.09 |
|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10) | 2025.08.02 |
| 8월의 크리스마스 (0) | 202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