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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독재자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5. 8. 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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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

 

최용현(수필가)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 1940년)’는 찰리 채플린이 각본을 쓰고 제작과 감독, 주연까지 맡은 블랙코미디 드라마로, 그의 작품 중에서 영상과 소리가 함께 나오는 최초의 유성(有聲) 영화이다. 당시 2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채플린의 영화중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러닝 타임 128분.

이 영화는 가상의 국가인 토메니아에 아데노이드 힌켈과 쌍십자당을 등장시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을 희화화하고 있다. 찰리 채플린이 독재자 힌켈과 그를 똑 닮은 이발사 찰리의 1인 2역을 맡았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1997년,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에 등록되면서 영구보존하는 영화가 되었다.

1918년, 토메니아의 유태인 병사 찰리(찰리 채플린 扮)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길옆에 쓰러져 있던 슐츠 장교(레지날드 가디너 扮)를 구해준다. 두 사람은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불시착하는데, 진흙구덩이에 빠진 찰리는 병원으로 후송된다. 전쟁이 끝나고 퇴원한 찰리는 전쟁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자신이 운영하던 이발소로 돌아온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토메니아에 쿠데타가 일어나 힌켈(찰리 채플린 扮)이 정권을 장악한다. 그는 특유의 강한 억양과 과격한 제스처로 연설을 하면서 ‘민주주의는 피곤하고, 자유는 분열을 가져오고, 언론은 통폐합해야한다’고 소리 지르는데, 통역사는 미리 준비한 원고대로 ‘세계평화와 인류애’ 등 멋진 어휘로 내레이션을 하여 국민들을 현혹시킨다.

이들은 유태인들을 색출하여 JEW 표시를 하거나 게토로 이주시키기 시작한다. 찰리의 이발소에도 힌켈의 특전대가 찾아와 창문에 유태인 표시를 하는데, 이에 맞서 격렬히 저항하던 찰리는 2층에 사는 세탁소 아가씨 한나(폴레트 고다르 扮)의 살인적인(?) 도움에도 불구하고 체포되어 길거리에서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때 전에 목숨을 구해주었던 슐츠 장교가 특전대 사령관이 되어 나타나 찰리를 구해준다.

찰리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동한 한나와 찰리 사이에 사랑이 무르익어간다. 찰리를 도와준 슐츠 사령관은 내란음모죄로 체포되어 교육대로 보내지지만 탈출하여 찰리의 이발소로 찾아온다. 찰리와 슐츠는 함께 도망치다가 특전대에 잡혀가고, 한나와 이웃 유태인들은 중립국인 오스텔리히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과수원을 일구면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순수 아리안족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과대망상에 빠져있는 힌켈은 고대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처럼 세계정복의 꿈에 젖어 집무실에 비치해놓은 커다란 풍선 지구본을 손과 발로, 머리로, 엉덩이로 튕기면서 춤을 추다가 지구본이 펑- 하고 터지자, 책상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린다.

드디어 야심을 드러낸 힌켈은 박테리아국의 독재자 나폴로니를 초청하여 오스텔리히에 대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만, 조약을 어기고 오스텔리히를 침공하여 점령한다. 아울러 유태인들을 더욱 억압하고 재산을 몰수하는데, 반항하면 즉결처분한다. 한나가 있는 과수원에도 토메니아 점령군들이 몰려와 행패를 부리고 수확한 과실을 빼앗아간다.

찰리와 슐츠는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특전대 장교복을 훔쳐 입고 부대 앞을 지나가다가, 찰리를 힌켈로 오인(誤認)한 사령관들에 의해 복권된(?) 슐츠 사령관과 함께 전 부대가 집결한 연단 위로 모셔져 오스텔리히 점령을 자축하는 연설을 하게 된다. 그 시간, 사냥복을 입고 오리사냥을 하던 힌켈은 타고 있던 보트가 전복되어 물에 빠지면서 탈주범 찰리로 오인 받아 수용소로 잡혀간다.

유태인 이발사 찰리의 연설은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유태인 백인 흑인 등 모든 사람은 평등합니다. … 군인들이여! 그대들의 행동과 사고와 감정을 통제하면서 짐승처럼 조련하여 총알받이로 만드는 극악무도한 자들에게 굴복하지 마십시오. … 자유는 영원한 가치입니다. 우리 모두 자유를 위해 투쟁합시다.”

영화사상 불멸의 명연설로 꼽히는 장면이다. 한나와 이웃 유태인들도 오스텔리히의 과수원에서 이 연설을 듣고 미소 지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에는 찰리 채플린이 연기한 토메니아의 독재자 힌켈 외에도 패러디한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국방장관 겸 참모총장 괴링은 헤링으로, 내무장관 괴벨스는 가비취로 나오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박테리아의 나팔로니로 나온다. 여기서 오스텔리히는 지금의 오스트리아이다.

‘위대한 독재자’는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기에 두 독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랄하게 조롱한 찰리 채플린의 두둑한 배짱과 천재적인 연출력이 잘 어우러진 걸작이다. 당시 나치 독일에서의 상영은 금지되었지만, 히틀러는 포르투갈을 통해 필름을 입수하여 여러 번 돌려보고 아주 흡족해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채플린과 히틀러는 둘 다 1889년 4월생이고, 생일은 채플린이 4일 빠르다. 외모도 상당히 닮았다. 그런데, 영국 출신 찰리 채플린이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먼저 유명해졌기 때문에, 히틀러가 집권초기에 콧수염을 기른 것을 두고 채플린을 흉내 낸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찰리 채플린은 연합국의 일원인 소련지지 연설을 했고, 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사회주의 및 아나키즘 성향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불어 닥친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말려 공산주의자로 몰려 1952년에 미국에서 추방되었다. 스위스에서 살아가던 채플린은 197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되어 공로상을 수상하고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1977년 12월 25일, 스위스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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