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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열전 - 작가의 말

삼국지 인물열전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3. 9. 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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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 125인의 활약상을 한눈에…

   소설 삼국지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지략과 무용을 펼치는 인물만도 4백여 명에 달하는 바, 갖가지 인간의 전형(典型)이 원형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대로, 또 실패한 사람은 실패한 사람대로 그 전말(顚末)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소설 삼국지는 인간학 연구의 보고(寶庫)가 되고 있다.

   삼국지는 이제 동양의 스테디셀러일 뿐 아니라 구미(歐美)에서도 군사전략서, 경영참고서 혹은 처세지침서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삼국지 인물에 관한 서적이나 연구자료, 영화들은 대부분 조조나 제갈량, 관우, 조운에 관한 것들이고, 이들 외의 인물들을 다룬 자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명마(名馬) 감정법을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노마(駑馬) 감정법을 배운다.’는 말이 있다. 그 반대가 아닌가 하고 생각되기 쉬우나, 명마는 아주 드물어서 배워봤자 써먹어볼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나 노마 즉 걸음이 느리고 둔한 말은 도처에 많이 있으므로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가 아주 많다. 그러므로 명마감정법을 배우는 것보다는 노마감정법을 배우는 것이 실용가치가 훨씬 크다. 현실 사회에서도 조조나 제갈량 같은 걸출한 인물들보다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인물들이 훨씬 많지 않은가.

   그런 측면에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125인을 뽑아서 이들이 구사하는 지략과 무용담, 그리고 이들의 부침과정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어보았다. 걸출한 인물 몇 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보다는 여러 전형의 인물 여럿을 골고루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종착점은 자연스럽게 성공 혹은 실패로 귀결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의 인물 활약상에 차이가 있고, 소설 삼국지도 판본마다 상이한 부분이 더러 있어 고민스러웠다. 생각 끝에, 정사와 소설의 상이한 부분은 과감히 소설 쪽을 따르기로 했다. 이제 와서 1800년 전의 이야기에 대한 진위(眞僞)를 정확히 밝힐 수도 없거니와, 설사 밝힌다 해도 그 의미가 그렇게 중요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는 여러 판본을 읽고 비교하되 내용이 상이한 부분은 필자의 판단대로 썼음을 밝혀둔다.

   1991년부터 ‘월간 전기’와 ‘월간 국세’에 연재했던 삼국지에세이 66편을 모아 발간한 ‘삼국지 인물 소프트’(1993년)는 베스트셀러에 근접할 만큼 판매가 되었다. 20년 후, 기존 66편을 보완한 원고와, 월간 ‘한국통신’과 주간 ‘전기신문’ 등에 연재했던 원고 25편을 추가하여 발간한 ‘삼국지 인물 108인전’(2013년)도 여러 매체의 집중적인 보도에 힘입어 큰 사랑을 받았다.

   다시 10년 후인 지금, 기존 91편에 새로운 인물 17명을 다룬 원고 11편을 추가한 102편으로 ‘삼국지 인물열전’(2023년)을 발간하게 되었다. 삼국지 인물 125인에 대한 평전을 한 권에 담는 것으로 30여년에 걸친 필생(畢生)의 작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후한 말, 거의 100년간 지속된 난세와 이어진 삼국시대를 헤쳐나간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돌아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뜻을 세우고 지혜와 용기를 얻는 데 이 책이 조그만 도움이라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삼국지가 낳은 불세출의 영웅 조조가 만년에 쓴 ‘귀수수(龜雖壽)’라는 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그간 삼국지와 씨름하면서 느낀 소회를 대신할까 한다.

 

    神龜雖壽(신구수수)    신령한 거북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猶有竟時(유유경시)    반드시 죽는 날이 있고

 

    騰蛇乘霧(등사승무)    하늘을 나는 이무기 구름 위에 올라도

    終爲土灰(종위토회)    끝내는 흙먼지로 돌아간다

 

    老驥伏櫪(노기복력)    늙은 준마가 마구간에 엎드려 있어도

    志在千里(지재천리)    뜻은 천리 밖에 있고

 

    烈士暮年(열사모년)    열사는 비록 몸은 늙어도

    壯心不已(장심불이)    그 웅장한 포부는 사라지지 않는다

 

    盈縮之期(영축지기)    이루고 못 이루고 하는 것이

    不但在天(부단재천)    하늘에 달려있는 것은 아닐지니

 

    養怡之福(양이지복)    기뻐하는 마음을 쌓아서 얻은 복으로

    可得永年(가득영년)    긴 수명을 얻을 수 있다네

 

    幸甚至哉(행심지재)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歌以咏志(가이영지)    시가(詩歌)로 그 뜻을 노래할 수 있으니

 

   조조의 낙천적이면서도 달관의 경지에 이른 면모가 잘 드러난 시가 아닌가 싶다.

   졸고(拙稿)를 연재하기 위해 지면을 내준 여러 월간지, 그리고 주간 ‘전기신문’과 ‘내외경제신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간하는 ‘한미일요뉴스’에도 고마움을 표하며, 쾌히 책으로 엮어준 ‘리퍼블릭미디어’의 오혜교 대표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3년 어느 가을날

                                                         서울 신도림태영타운에서

                                                                  최 용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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