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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3. 4.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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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최용현(수필가)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은 미국 뉴욕 AP통신사 기자 출신의 소설가 토마스 해리스의 동명소설을 각색하여 인디영화 출신의 조나단 뎀 감독이 연출한 공포영화이다. 한니발 렉터 시리즈 중에서 제일 먼저 나온 영화지만, 순서상으로는 세 번째에 해당된다. 원작소설은 공포작가협회(HWA)에서 뛰어난 호러 및 다크 판타지에 수여하는 ‘브람 스토커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세 번밖에 나오지 않았고, 호러 장르의 영화로는 처음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다. 안소니 홉킨스는 러닝 타임 118분 중에서 불과 15분(연계화면 포함 24분) 화면에 나오고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영화 ‘양들의 침묵’(1991년)은 제작비 1,900만 달러를 들여서 북미에서 1억 3천만 달러, 전 세계에서 2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서울 관객 40만 명을 기록했고, 아카데미상 수상 후 재개봉 때도 서울 관객 20만 명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고교생 관람가였다.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털링(조디 포스터 扮)은 FBI국장 잭 크로포드(스콧 글렌 扮)의 지시로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투입된다. 피해자는 몸집이 비대한 여인이고 성폭행은 없었으며 모두 피부가 벗겨진 채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벌써 다섯 건이나 발생했지만 유력한 용의자인 버팔로 빌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채 미궁에 빠져있다.

   크로포드 국장은 스털링에게 정신이상자 감호소에 8년째 수감되어있는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스 扮)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아보라고 한다. 렉터는 자신이 살해한 9명의 인육(人肉)을 먹어서 ‘식인종 한니발’로 불리는데, 감호소 관리자인 칠튼 박사는 그를 가둔 유리 울타리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3중의 차단문을 통과한 첫 만남에서, 렉터는 스털링의 옷차림과 체취, 간단한 몇 마디 대화로 그녀의 출신지방과 사용하는 스킨로션의 이름을 맞힌다. 스털링은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정중하게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렉터는 처음에는 호기심을 보이다가 풋내기 같다며 스털링의 화를 돋우기도 한다.

   렉터는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그의 물음에 스털링은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열 살 때 경찰서장인 아버지마저 강도의 총에 죽자, 목축업을 하는 친척집에 보내져서 두 달 동안 지냈으며, 어느 새벽에 양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서 도망치다가 잡혀서 고아원에 넘겨진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렉터는 창문이 달린 병원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해주면 버팔로 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겠다고 말한다.

   한 여인의 시체가 강에서 발견된다. 등 부분의 피부가 벗겨진 상태이고 목구멍에는 아시아산 거대 나방의 번데기가 들어있었다. 그 무렵 테네시 주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의 25세 외동딸 캐서린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잘려진 상의가 발견되면서 버팔로 빌에게 납치된 여섯 번째 사건이 발생한다.

   스털링이 번데기의 의미에 대해서 묻자, 렉터는 ‘번데기는 유충에서 변한 것이고 다시 나방으로 변하기 때문에 변신을 의미한다.’면서, 버팔로 빌은 어릴 때 아동학대를 당했고 커서는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갔다가 거절당한 성도착증 환자라고 한다. 그러면서 버팔로 빌의 범행 동기는 분노나 성적인 좌절감이 아니라 단순한 탐욕이라고 말한다.

   렉터는 테네시 주 멤피스에 있는 안락한 감호소로 이송 중에 캐서린의 어머니인 상원의원을 만나 버팔로 빌의 본명과 신체지수, 특징 등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렉터는 자신을 거칠고 모질게 다루던 칠튼 박사로부터 입수한 볼펜의 핀을 이용하여 수갑을 풀고 도시락을 들고 온 경찰관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탈출한다.

   스털링은 아시아산 나방의 알을 수입한 사람을 추적하여 찾아가는데, 그의 집에서 사람 피부로 만든 여자 옷을 발견한다. 스털링이 그 사람의 은신처를 찾아가자, 30대 중반의 남자가 나오는데 그의 방에서 나방을 발견한다. 그가 버팔로 빌임을 확신한 스털링이 총을 꺼내는 순간, 그는 잽싸게 지하실로 도망친다. 뒤쫓아 가던 스털링은 우물에 갇혀서 구해달라고 소리치는 캐서린을 발견하는데, 지하실에서 버팔로 빌을 사살하고 나서 캐서린을 구출한다.
   스털링은 졸업과 동시에 정식 FBI요원으로 발탁된다. 축하 파티 중에 스털링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는데, 받아보니 렉터였다. 그는 ‘양들은 비명을 멈췄나?’ 하고 물으며, ‘저녁 약속이 있어서 가는 중이니 나를 찾을 생각은 하지 마라.’면서 전화를 끊는다. 렉터가 행인들 속에서 칠튼 박사를 미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불행과 고통 때문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스털링이 천재 살인마 렉터의 도움으로 연쇄살인범을 잡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렉터가 스털링을 도와준 이유는 그녀가 진심으로 그를 대했고, 그녀가 어린 시절에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해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자요원은 처음에 미셸 파이퍼에게 제안이 갔으나, 시나리오를 읽어본 미셸 파이프가 내용이 너무 혐오스럽다며 출연을 거절했다. 그러자 멕 라이언, 로라 던 등을 검토하다가 제작진의 권유로 조디 포스터가 발탁되었다. 조나단 뎀 감독은 조디 포스터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피고인’(1989년)에서의 연기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 촬영을 시작한 후에 조디 포스터의 연기를 보고 홀딱 반할 정도로 만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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