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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모히칸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3. 4. 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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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s)

 

최용현(수필가)

 

   ‘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s)’은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가 1826년에 쓴 ‘가죽스타킹이야기’ 5부작 중에서 제2부 ‘모히칸족의 최후’를 각색하여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한 로맨스 모험영화로, 199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효과상을 수상했다. 당시 군인들의 제복이나 전열보병(戰列步兵, Line infantry), 총기류 등의 고증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 나다니엘 역을 맡은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100년 가까운 아카데미 역사상 남자배우로는 최다기록인 남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수상하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인디언이라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숲속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가 하면, 날렵하게 산 위를 오르고, 또 폭포 속으로도 거침없이 뛰어든다.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 식민지를 독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쟁을 벌인지 3년째가 되던 1757년, 어렸을 때 부모와 여동생이 살해당해 혼자 남은 영국계 백인 나다니엘(다니엘 데이루이스 扮)은 쇠망해가는 모히칸족의 추장 칭가츠국에 의해 그의 아들 웅카스와 형제처럼 키워져 어느덧 청년이 되었다.

   이곳 인디언들은 영국 쪽과 프랑스 쪽 민병대로 나뉘어져 서로 싸우고 있다. 영국군이 민병대를 모으면서 모히칸족에게도 강제징집명령이 하달되자, 이들 3부자는 징집을 거부하고 대대로 살던 땅을 떠난다. 이들은 허드슨 강 서부에서 덫이나 총으로 사슴사냥을 하여 켄터키로 가서 겨울을 지내면서 웅카스의 아내감을 찾기로 한다.

   한편, 영국 본토에서 이곳으로 갓 전입한 던컨 소령(스티븐 웨딩턴 扮)은 약혼녀 코라(매들린 스토우 扮)와 여동생 엘리스를 부하들과 함께 호위하여 그녀들의 아버지 먼로 대령이 있는 영국군 요새까지 데려다 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마구아(웨스 스투디 扮)라는 원주민이 길잡이를 맡아서 안내를 하는데, 프랑스와 동맹을 맺은 휴런족의 첩자인 마구아는 영국군에게 가족을 모두 잃어 먼로 대령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마구아가 깊은 숲속으로 유인해 들어가자, 매복해있던 휴런족이 영국군을 공격하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코라와 엘리스도 절체절명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때 켄터키로 향하던 모히칸 3부자가 근처를 지나가다가 이들을 구해주는데, 던컨 소령과 두 자매는 3부자의 안내로 무사히 아버지가 있는 요새로 들어가게 된다. 이 와중에 나다니엘과 코라는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당시의 전황을 보면 먼로 대령이 지키는 영국군 요새는 화력이 우세한 프랑스군의 대포 공격으로 인해 거의 함락 직전의 상태였다. 나다니엘은 위험에 처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탈영하는 인디언 민병대를 도와주다가 체포되어 수감(收監)된다. 영국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먼로 대령은 프랑스군 사령관으로부터 영국군이 무사히 요새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퇴각한다.

   그런데, 먼로 대령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마구아는 프랑스 쪽 민병대인 휴런족 인디언들과 함께 퇴각하는 영국군의 행렬을 기습하여 먼로 대령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이때 포승줄을 푼 나다니엘은 모히칸 3부자와 함께 코라와 엘리스를 보호하며 나룻배를 타고 강 하류로 도망치는데, 이를 본 던컨 소령도 나룻배를 타고 따라온다. 마구아 일행은 이들을 맹렬히 추격한다.

   다시 육지로 올라온 이들이 마구아 일행에게 거의 따라잡히게 되었을 때, 나다니엘은 코라에게 ‘살아만 있어요. 어디든 찾아갈 테니.’ 하고 말하고 폭포 속으로 뛰어든다. 결국 코라와 엘리스는 던컨 소령과 함께 마구아 일행에게 잡혀서 휴런족의 추장에게 끌려간다. 마구아는 추장에게 두 여자를 불에 태워죽이고 던컨 소령은 프랑스군에 팔아버리자고 한다. 이때 나다니엘이 나타나 이들을 모두 풀어주어야 영국군의 복수를 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침내 추장이 ‘큰딸 코라는 불에 태워 마구아의 원한을 풀어주고, 작은딸 엘리스는 마구아가 취하게 하여 먼로의 대를 잇게 할 것이며, 던컨 소령은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여 영국의 원한을 삭이게 하고, 나다니엘은 이곳을 떠나라.’고 판결을 내린다. 나다니엘은 코라 대신 자신이 화형당하겠다며 던컨 소령에게 불어로 통역해달라고 하는데, 던컨은 자신이 남겠다고 통역하여 코라 대신 화형을 당하게 된다. 통역을 잘못한 건지 숭고한 희생인지….

   코라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던 나다니엘은 산채로 화형당하는 던컨 소령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총을 쏘아 절명시키고, 엘리스를 구출하기 위해 마구아 일행을 추격한다. 그런데 엘리스를 좋아하던 웅카스가 엘리스를 구하려고 마구아와 결투를 벌이다가 패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이를 본 엘리스도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다.

   아들 웅카스의 죽음을 목격한 칭가츠국은 쫓아가서 치열한 격투 끝에 마구아를 참살한다. 다시 마지막 모히칸이 된 칭가츠국과 나다니엘, 코라가 웅장한 테마 OST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먼 산들을 굽어보며 산신에게 웅카스의 영혼을 잘 보살펴달라고 기원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모히칸족의 최후’는 원작소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1920년 미국의 흑백무성영화를 필두로, 1932년과 1936년 미국, 1965년 서독, 1968년 루마니아, 1971년 프랑스, 1977년(TV용)에 이어 1992년에 미국에서 8번째로 영화화되었다. 1992년 말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두 연인의 장엄한 사랑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다시 보니 빼어난 자연경관을 담은 영상미도 그대로이고, 두 연인의 장엄한 사랑도 그대로인데 그때만큼 가슴 졸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동안 살면서 세상의 때가 잔뜩 묻었기 때문인가. 아무래도 후자 같다. 이제 아름다운 사랑을 봐도 설레지 않는 나 자신이 속상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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