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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탈주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3. 4. 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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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탈주 (We’re No Angels)

 

최용현(수필가)

 

   디어 헌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이런 영화제목들을 쭉 나열해 놓으면 금방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알 수 없는 고독의 냄새와 음울한 눈빛을 지닌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 니로이다. 작품을 선별해서 출연하는 몇 안 되는 배우 중의 한 사람으로, 그가 나오는 영화는 믿을 만하다.

   ‘천사탈주(We’re No Angels)’는 영어 제목으로는 ‘우리는 천사가 아니다’는 뜻을 지닌 코미디 드라마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극작가 데이비드 마멧이 쓴 각본을 닐 조단 감독이 1989년에 영화로 만들었다. 성격파 배우 숀 펜이 로버트 드 니로와 짝을 이루어 탈옥수로 나오고, ‘사랑과 영혼’(1990년)의 여주인공 데미 무어가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에 찍은 영화이다. 일단 재미있고 뒷맛이 개운하다.

   세 연기자의 이름만으로도 흥행이 보장될 법한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내 영화관에서는 별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신부(神父)로 변신한 두 탈옥수가 수색대에 쫓기면서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로, 인간에게 절대선도 없고 절대악도 없다는 메시지를 코믹 터치로 표현하고 있다.

   캐나다와의 국경 부근에 있는 미국의 한 주립교도소에서 흉악범 봅이 교도관을 죽이고 탈옥하는데, 이때 옆에 있던 네드(로버트 드 니로 扮)와 짐(숀 펜 扮)도 얼떨결에 함께 탈옥하게 된다. 주모자인 봅은 행방이 묘연하고 네드와 짐은 캐나다로 가기 위해 국경 근처 마을에 숨어든다. 교도관들과 경찰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온 마을을 샅샅이 뒤진다.

   다리만 건너가면 자유가 보장되는 캐나다 땅인데, 경비도 삼엄하고 검문검색도 철저하다. 네드와 짐은 어느 집 빨랫줄에 널어놓은 옷을 훔쳐 입고, 무작정 다리를 향해 걸어간다. 이때 마을 성당으로 오게 되어 있는 두 신부를 맞으러 다리에 와 있던 주임신부는 두 사람을 그 신부들로 오인하여 이들을 모시고 마을 성당으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네드와 짐은 신부행세를 하게 된다. 네드는 틈만 나면 다리를 건너 캐나다로 갈 궁리를 하면서도, 마을에서 벙어리 딸 루시와 함께 살고 있는 억척스런 모성의 과부 몰리(데미 무어 扮)에게 온통 마음을 뺏긴다. 짐은 제자를 자처하는 한 수사(修士)의 뜨거운 경모(敬慕)를 받으며 곳곳에서 명언을 쏟아놓아 관객들을 웃긴다. 

   자신의 발자국에 ‘교도소용’이라는 족적이 찍히는 것을 보고 신발을 벗어 강물에 던져버리고 맨발로 다니다가 수사로부터 ‘왜 맨발로 다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땅을 더 가까이 하려고요.”

   수사도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다닌다.

   주임신부를 통해 내일 캐나다로 성모상을 옮기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네드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모상 행렬을 따라 캐나다로 가기로 한다.

   다음날, 함께 탈출했다가 행방불명되었던 봅이 총상을 입고 잡혀서 마을 구치소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한다. 신부 자격으로 네드가 찾아갔을 때 봅은 자기를 구출해 주지 않으면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때 짐은 ‘올해의 강론자’를 뽑는 성직자복권에 당첨되어 행사에 참가한 군중들 앞에서 강론을 하게 된다. 짐은 특유의 어눌한 어조로 장광설을 늘어놓는데 모여든 관중들은 명 강론이었다며 큰 박수를 보낸다. 그 사이에 네드는 봅을 구해 나오고, 벙어리 딸 루시 때문에 신앙을 외면하던 몰리는 짐의 강론에 감명을 받고 눈물을 흘린다.

   봅은 재빨리 성모상 뒤로 몸을 숨기고, 네드와 짐은 루시와 함께 성모상의 행렬을 따라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 중간쯤 왔을 때, 봅이 탈주한 것이 발각되어 교도소장과 수색대가 달려오고, 봅은 루시를 인질로 삼고 발광하듯 총을 쏜다. 이때 짐이 달려들어 봅을 제지하는 순간, 봅은 교도소장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루시는 성모상과 함께 강물로 떨어진다.

   몰리의 애처로운 눈빛…. 이를 본 네드가 강물에 뛰어들고, 물속에서 루시를 안은 네드는 떠내려가다가 성모상과 함께 물가로 나온다. 이때 기적이 일어난다. 벙어리 루시가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죄수예요.”

   졸지에 네드의 신분이 탄로 나고 만다. 그러나 루시를 구하러 강물에 뛰어든 선행 덕분에 네드는 모여든 사람들로부터 용서를 받는다.

   결국 탈주한 세 사람 중에서 끝까지 선심(善心)을 찾지 못한 봅은 죽고, 네드는 몰리, 루시와 함께 다리를 건너 자유의 땅 캐나다로 향한다. 짐은 네드를 따라 다리를 건너가다가 중간쯤에서 진로를 수정하여 체질에 맞는(?) 성직자의 길로 돌아온다. 네드와 짐이 다리 중간에서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 여운이 남는다.

   여기서, 성모상이 강물에 떠내려가는 장면과 강물 속에서 루시를 구출한 네드가 성모상의 손을 잡고 물 위로 떠오르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구출된 루시가 성모상의 은총으로 말을 하게 되는 기적은 좀 엉뚱하지만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마을로 오게 되어있는 진짜 두 신부의 행방이 불분명한 점, 성당에서 맨발의 네드와 짐이 ‘신발 두 켤레만 주십시오.’ 하고 기도했을 때 잠시 후 어떤 수사가 구두를 가지고 들어오는 장면, 네드가 ‘제발 붙잡히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 때 성모상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천장에 뚫린 구멍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해프닝으로 처리한 장면 등은 이 영화가 코미디 드라마라고 해도 너무 안이한 연출로 보인다.

   두 천사(?)가 처음 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마을입구 광고탑에 쓰인 성경의 한 구절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나그네를 소홀히 대접하지 말라.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천사를 만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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