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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7. 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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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GIANT)

 

최용현(수필가)

 

   1920년대 중반, 텍사스의 대지주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 扮)는 종마(種馬)를 구입하기 위해 버지니아 주에 있는 린튼 가(家)를 찾아간다. 빅은 그곳에서 ‘전쟁의 폭풍’이라 불리는 말을 타고 승마를 즐기는 린튼 씨의 아름다운 딸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 扮)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두 사람은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다.

   빅과 레슬리는 종마로 쓸 ‘전쟁의 폭풍’을 베네딕트 전용열차에 태우고 텍사스에 도착하자, 다시 자동차로 갈아타고 광대한 농장 ‘리어타’를 둘러본다. 빅은 마중 나온 하인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레슬리에게 멕시코 하인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빅의 누나는 안주인 자리를 뺏길까봐 레슬리에게 냉랭하게 대한다.

   빅의 지시로 레슬리를 차에 태우고 저택으로 향하던 농장의 일꾼 제트(제임스 딘 扮)는 멕시코 하인들과 농장 일꾼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그들의 비참한 생활환경을 보여준다. 거기서 레슬리가 몸이 아픈 멕시코인 하녀와 그녀의 아이를 자상하게 돌봐주는 모습을 보고, 제트는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고운 레슬리를 짝사랑하게 된다.

   빅과 레슬리 부부는 쌍둥이 남매를 낳고 몇 년 후에 다시 딸을 낳는다. 빅은 텍사스 최고의 농장주로 키우기 위해 어린 아들 조던을 안고 말을 타지만, 조던은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빅의 누나는 ‘전쟁의 폭풍’을 타고 나갔다가 낙마해 사망하는데, 유언으로 자신의 토지 일부를 친하게 지내던 제트에게 물려준다.

   제트는 그 땅에 자신의 농장을 건설하여 ‘리틀 리어타’라고 명명하고, 그곳에 휴게시설도 짓는다. 제트는 지나가는 레슬리를 초대하여 차를 대접하고 자신의 농장도 보여준다. 그런데, 레슬리가 가면서 진흙을 밟은 발자국에서 기름이 배어나더니 그곳에서 석유가 솟아올라 제트의 운명이 바뀌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빅의 아들 조던은 의사가 되겠다며 의대로 진학한다. 큰딸은 남편과 함께 조그만 목장을 일굴 것이라며 농대로 진학한다. 막내딸은 스타가 된다며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 유전개발로 거부(巨富)가 된 제트는 빅에게 리어타 농장을 팔라고 하는데, 처음엔 어림없다고 펄쩍 뛰던 빅도 농장을 이어받을 자식이 없자 결국 제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의사가 된 아들 조던은 멕시코인 간호사와 몰래 결혼한 후 부모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데, 레슬리는 며느리를 살갑게 대하지만 빅은 떨떠름하게 대한다. 큰딸과 결혼하고 입대한 사위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쟁이 끝나고 무사히 돌아온다.

   텍사스 최고의 갑부가 된 제트는 공항과 호텔을 짓고 고관(高官)들과 주민들을 기념식에 초대한다. 빅의 가족들도 초대를 받았는데, 빅은 제트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비행기를 구입하여 타고 간다. 제트를 좋아하는 빅의 막내딸 러즈(캐럴 베이커 扮)는 퍼레이드의 여왕으로 뽑혀 카퍼레이드를 하고, 제트는 술에 취한 채 러즈에게 청혼한다.

   빅의 며느리 후아나가 호텔 미용실에 들렀을 때 제트의 지시로 멕시코인이라며 차별대우를 받자, 흥분한 남편 조던이 제트를 막아서며 따지다가 얻어맞고 쓰러진다. 이 광경을 본 빅은 제트를 창고로 데려가 때리려 하지만, 만취한 제트가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것을 보고 선반만 박살내고 나온다.

   가까스로 연단의 자신의 자리에 찾아가 앉은 제트가 머리를 박고 쓰러지자, 연회는 파하고 만다. 연회장으로 제트를 찾아온 러즈는 만취한 제트가 엄마인 레슬리의 이름만 부르자, 그 자리를 뛰쳐나온다. 빅은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가다가 들른 식당에서 또 후아나에 대한 인종차별을 하자 식당 주인과 싸운다.

   집에 돌아온 빅과 레슬리 부부가 함께 살아온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텍사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두 손자손녀를 바라보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로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조지 스티븐스는 첫 번째 감독상을 받은 ‘젊은이의 양지’(1951년)와 진한 감동의 고전 서부극 ‘셰인’(1953년)을 연출한 명감독이다. ‘자이언트’(1956년)는 빅 베네딕트의 일대기(一代記)를 보여주면서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텍사코의 창업주 글렌 매카시의 일화를 제트의 캐릭터에 가미하여 흥행에도 성공하였다.

   제트가 술에 취해 레슬리의 이름을 부르며 독백하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데, 제트의 본심을 알게 된 러즈는 제트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할리우드로 간다. 제트는 일꾼일 때는 멕시코인 하인들에게 연민을 보였지만, 갑부가 된 후에는 멕시코인을 차별한다.

   빅은 가족들과 함께 간 식당에서 며느리 후아나가 차별대우를 받자, 식당주인과 치고받고 싸운다. 결국 심하게 얻어맞은 빅이 ‘we reserve the right to refuse service to anyone(우리는 누구에게나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라고 쓰인 안내판을 안고 쓰러지는데, 이것은 빅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에덴의 동쪽’(1955년)과 ‘이유 없는 반항’(1955년), ‘자이언트’ 단 세 편의 영화로 영원한 청춘의 우상과 함께 반항아의 아이콘이 된 제임스 딘은 이 영화 개봉을 2주 앞두고 24세에 교통사고로 요절한다.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임스 딘은 모두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수상에는 모두 실패한다.

   후일, 록 허드슨이 게이 전력과 에이즈 진단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이 영화로 우정을 쌓았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그의 손을 잡고 공개석상에 등장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록 허드슨이 60세 때인 1985년에 에이즈로 사망하자, 에이즈연구재단을 설립하고 에이즈 퇴치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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