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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강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7. 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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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

 

최용현(수필가)

 

   황홀한 금발, 꿈꾸는 듯한 눈동자, 약간 벌어진 선정적인 입술, 뇌쇄적인 걸음걸이로 전 세계의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마릴린 먼로(1926~1962). 그녀는 타임지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른 역사적인 인물이며,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다.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으로는 먼로워크(monroe walk)를 처음 선보인 ‘나이아가라’(1953년), 뮤지컬 코미디로 세태를 풍자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1953년), 화장기 없는 청바지 차림으로 나오는 ‘돌아오지 않는 강’(1954년), 지하철 통풍구에서 치마가 날리는 장면으로 유명한 ‘7년만의 외출’(1955년)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마릴린 먼로의 청순미가 돋보이는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돌아오지 않는 강’은 ‘제17포로수용소’(1953년)와 ‘영광의 탈출’(1960년) 등을 감독한 오토 프레밍거가 골드러시를 배경으로 연출한 첫 서부극으로, 처음 시도된 70mm 대형화면으로 보는 로키산맥의 웅장한 풍광과 계곡의 급류 등이 멋진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친구를 죽인 사람을 사살한 죄로 복역하다가 만기 출소한 홀아비 매트(로버트 미첨 扮)는 교도소에 들어갈 때 헤어졌던 아홉 살 아들 마크를 찾아 미국 북서부의 오지 마을로 들어온다. 그곳은 금광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마크는 그 마을 살롱의 여가수 케이(마릴린 먼로 扮)의 보살핌을 받으며 심부름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강가에 지은 통나무집으로 아들 마크를 데려온 매트는 이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갈 생각이다. 농장 옆에 흐르는 강은 물살이 거세어서 예부터 인디언들이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고 불렀다.

   여가수 케이는 도박꾼인 애인 해리가 도박판에서 금광소유권을 따내자, 소유권 등록을 위해 그와 함께 뗏목을 타고 카운슬시(市)로 향한다. 그러다가 급류에 휩쓸리게 되고 이 광경을 목격한 매트가 두 사람을 구조해서 집으로 데려간다. 더 내려가면 아주 위험한 급류가 있다고 매트가 알려주자, 해리는 육지로 가겠다며 매트에게 말과 총을 빌려달라고 한다.

   매트가 ‘이곳은 인디언이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위험지역이기 때문에 빌려줄 수 없다.’고 말하자, 해리는 거실에서 총을 꺼내 개머리판으로 매트의 머리를 내리친다. 그리고 총과 말을 빼앗아 케이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그러나 케이는 남아서 매트를 간호하겠다며 속히 다녀오라고 말한다. 결국 해리 혼자 말을 타고 떠난다.

   부상당한 매트는 곧 의식을 회복하지만, 이 광경을 산 위에서 내려다보던 인디언들이 매트에게 총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을 타고 공격해 온다. 매트와 마크, 그리고 케이는 허겁지겁 해리와 케이가 타고 온 뗏목을 타고 떠난다. 인디언들은 매트의 집에 불을 지르고 돌아간다.

   세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강의 급류를 따라 내려가는 여행이 시작된다. 케이는 처음엔 뗏목을 훔쳐서 혼자 도망칠 생각도 했지만, 사냥꾼들의 강탈과 인디언들의 습격, 그리고 저체온증으로 사경을 해맬 때 매트의 현명한 대처와 따뜻한 보살핌을 보고 마음을 바꾼다. 어느덧 두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마침내 카운슬시에 도착하자, 케이는 가게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해리를 만나 ‘왜 나를 데리러 오지 않았느냐?’고 따지면서 매트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해리는 사과는커녕 권총을 빼서 매트를 쏘려고 한다. 이때 잡화점 가게에서 총을 만지작거리던 아들 마크가 해리를 쏘아 죽인다.

   케이는 카운슬시의 살롱에서 노래를 부르며 이제 해리가 아닌 매트를 그리워한다. 그녀가 부른 ‘돌아오지 않는 강’의 앞부분 가사이다.

 

     If you listen you can hear it call….

     There is a river called the river of no return.

     Sometimes it’s peaceful and sometimes wild and free.

             …………………………………………

     잘 들으면 강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고 불리는 강이죠.

     때로는 평화롭고, 때로는 거칠고 자유로워요.

             …………………………………………

 

   그때, 매트가 살롱으로 들어와 노래를 마친 케이를 덥석 안고 나가 마차에 태운다. 매트와 마크, 케이가 마차를 타고 떠나면서 영화가 끝난다.

   매트가 카운슬시에 도착하여 단골 잡화점에서 커피를 마실 때, 가게 주인이 ‘모두 미친 것 같아. 백인은 금을 쫓고, 인디언은 백인을 쫓고, 군인들은 인디언들을 쫓고 있어. 매트, 자네는 뭘 쫓나?’ 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세 사람이 탄 마차가 금광을 마다하고 강가의 농장으로 향하는 것이 매트가 주는 답이면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20세기 최고의 섹스심벌로 한 시대를 풍미한 마릴린 먼로는 영화배우로서는 정상의 시기에, 여자로서도 원숙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던 30대 중반에 전라(全裸)의 시신으로 자신의 침대에서 발견되었다. 사인(死因)에 대한 숱한 뒷이야기를 남긴 채….

   생각건대, 개인으로서는 불행한 종말이지만 영화배우로서는 어쩌면 행(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릴린 먼로가 출연했던 숱한 영화, 무수한 포즈의 사진들이 아직도 불멸의 작품으로 남아있고, 그녀의 늙고 추해진 모습은 영원히 남기지 않은 아름다운 별로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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