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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7.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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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최용현(수필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년)는 ‘현기증’(1958년) ‘새’(1963년) ‘싸이코’(1960년) ‘이창’(1954년)과 함께 서스펜스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5대 걸작영화로 꼽힌다.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선정한 100대 영화 리스트에서 55위,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10위에 랭크되었다.

   이 영화는 히치콕의 영화를 대표하는 특징인 오인(誤認)된 남자, 금발미인, 맥거핀, 클리프행어 등의 클리셰들이 집약되어 있으며, 사물은 겉모양이나 상식과는 달리 실제로는 오해로 인한 아이러니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자신의 영화에 항상 카메오로 출연하는 히치콕 감독은 이 영화 시작부분에서 버스를 타려다가 문이 닫히는 바람에 타지 못하는 행인으로 등장한다.

   어느 날 밤, 뉴욕 광고회사의 중역 손힐(캐리 그랜트 扮)은 호텔 바에서 지인들과 미팅을 하다가 그를 정부요원 캐플란으로 오인한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교외에 있는 타운센드의 저택으로 끌려간다. 괴한 두목(제임스 메이슨 扮)은 사고사(事故死)로 위장하려고 손힐의 입에 강제로 독한 술을 부어넣고 도난차량에 태워 낭떠러지 길로 운전해서 가게 한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손힐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경찰서에 가게 되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경찰과 함께 타운센드의 저택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서 손힐의 말을 믿을 만한 증거는 없었다. 보석(保釋)으로 풀려난 손힐은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캐플란이라는 사람이 묵고 있는 호텔방을 찾아가지만, 케플란은 보이지 않고 그의 숙박일정을 기록한 메모지가 있었다. 괴한들이 추적해오자 손힐은 그곳을 빠져나간다.

   타운센드가 UN 외교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손힐은 UN 건물로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만난 타운센드는 저택에서 만난 괴한 두목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손힐이 전날 밤의 행적에 대해서 묻자, 갑자기 타운센드가 등에 칼을 맞고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놀란 손힐이 그의 등에 꽂힌 칼을 뽑는데, 그 장면이 사진에 찍혀 보도가 되면서 손힐은 살인범 누명까지 쓰고 경찰에게도 쫓기게 된다.

   손힐은 자신이 캐플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캐플란의 다음 숙박지인 시카고로 가는 열차를 탄다. 그러자 지명수배가 된 손힐을 잡으려고 경찰들이 열차 객실을 샅샅이 뒤진다. 이때 금발미녀 켄달(에바 마리 세인트 扮)이 자신의 침대칸에 손힐을 숨겨줘서 위기에서 벗어난다. 두 사람은 서로 첫눈에 반해서 애욕을 불태우는데….

   시카고 역에서 캐플란과 통화하는 척하며 괴한두목 반담의 지시를 받은 켄달이 알려주는 대로 버스를 타고 허허벌판에 내린 손힐은 거기서 캐플란을 기다리는데, 쌍엽기가 날아와 공격을 해온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손힐은 켄달을 뒤쫓아 간 경매장에서 켄달이 반담과 함께 조각품을 사는 것을 보고 그의 정부(情婦)임을 알아채고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다. 그리고 일부러 소동을 일으켜 경찰에 잡혀감으로써 반담 일당에게 끌려갈 위기를 모면한다.

   CIA 부장을 따라간 손힐은 사우스다코타 주의 대통령 얼굴석상이 있는 러시모어산 아래 카페에서 반담과 함께 나타난 켄달과 조우(遭遇)하는데, 당황한 켄달은 손힐에게 권총 두 발을 쏘고 사라진다. CIA 부장은 쓰러진 손힐을 차에 싣고 가다가 어느 숲속에서 차를 세운다. 거기서 CIA 부장은 켄달이 쏜 총알은 공포탄이고, 켄달은 적진에 심어놓은 CIA 요원이며, 캐플란은 반담 일당을 교란시키기 위해 CIA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라고 손힐에게 알려준다.

   CIA 부장으로부터 반담이 조각품에 기밀이 담긴 마이크로필름을 숨겨서 오늘 밤 비행기로 켄달과 함께 출국한다는 얘기를 들은 손힐은 켄달을 보내지 않으려고 택시를 타고 가서 러시모어산 아래 반담의 저택으로 접근한다. 켄달이 쏜 총알이 공포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반담은 켄달을 비행기에서 바다로 추락사시킬 모의를 하고 있었다. 이 대화를 들은 손힐의 메모를 본 켄달은 조각품을 들고 도망쳐 나와 손힐과 함께 러시모아 산의 대통령 얼굴 석상에서 반담 일당과 격투 끝에 구출된다. 손힐과 켄달이 사랑을 확인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정부요원으로 오인된 주인공이 국제범죄조직에 쫓기며 우여곡절을 겪는 이야기로, 007 시리즈를 제치고 역대 최고의 첩보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러 겹의 복선이 깔려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다. 허허벌판에서의 쌍엽기 공격 장면과 미국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에서의 추격 장면은 스릴과 함께 박진감이 넘친다.

   영화제목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는 일본에서 쓰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당시에는 영화제목에 외래어를 4글자 이상 음차(音借)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요즘 같으면 원제 ‘노스 바이 노스웨스트’를 그대로 영화제목으로 쓰지 않았을까 싶다. 히치콕 감독은 ‘이 제목은 일종의 환상으로 나침반에도 그런 방위는 없으며, 이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쫓아가는 플롯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다.

   쌍엽기의 총격 신은 실물 비행기로 촬영했고, 유조차와의 폭발 신에서는 모형 비행기를 썼다. 히치콕 감독은 러시모어산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콧구멍에 숨은 손힐이 재채기를 하는 장면을 영화에 넣으려고 했으나, 공원 관계자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또, 러시모어산에서의 마지막 추격 신에서도 살인 장면을 허락해주지 않아서 스튜디오에서 러시모어산 모형을 만들어서 촬영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켄달 역을 맡은 금발미인 에바 마리 세인트(1924~ )는 2008년 미국의 연예정보패션 월간지인 베니티 페어의 히치콕 영화 오마주 화보에 80대의 나이로 참여했으며, 2022년 7월 현재 만 98세로 할리우드 황금기 스타의 마지막 전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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