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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생긴 일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7.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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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생긴 일(A Summer Place)

 

최용현(수필가)

 

   요즘은 좀 뜸하지만, 여름만 되면 퍼시 페이스 악단이 연주하는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A Summer Place)’의 주제곡이 하루에도 몇 번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곤 했었다. 마치 파도가 넘실대는 듯 생동감이 넘쳐나는 이 곡은 영화음악계의 거장 맥스 스타이너의 작품으로, 당시 빌보드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기록하였다.

   ‘닥터 지바고’(1965년)나 ‘러브 스토리’(1970년)가 겨울을 대표하는 영화이듯이 ‘피서지에서 생긴 일’(1959년)은 여름을 대표하는 청춘영화이다. 이 영화는 사랑 없이 결혼한 두 남녀의 옛사랑 찾기와 그들의 자녀들이 펼치는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을 투 트랙으로 보여주면서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였다.

   한 때 엄청난 부자였던 바트는 대부분의 재산을 탕진하고 지금은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대서양에 접한 해변 휴양지인 파인 섬에서 아내 실비아(도로시 맥과이어 扮), 고등학생인 아들 조니(트로이 도나휴 扮)와 함께 조그만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 어느 날, 바트의 집에서 인명구조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백만장자 켄(리차드 이건 扮)이 아내 헬렌, 고등학생인 딸 몰리(산드라 디 扮)와 함께 요트여행을 와서 바트의 여관에 묵겠다는 편지가 온다. 자존심이 상한 바트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실비아가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고 하자 이들을 받아들인다.

   켄과 실비아는 젊은 시절 연인이었으나 실비아의 어머니가 실비아를 가난한 켄이 아닌 부잣집 아들 바트와 결혼시켰다. 실비아가 그렇게 결혼을 하자, 켄은 홧김에 보수적이고 까칠한 성격의 헬렌과 결혼했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바트가 늘 술에 취해있어서 실비아는 거의 대화 없이 살았고, 켄과 헬렌은 각 방을 쓴지 오래이다.

   켄과 실비아는 근 20년 만에 만나게 되자, 다시 애정에 불이 붙어 새벽 2시에 보트하우스에서 밀회를 한다. 둘 다 애정 없는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터라 여생을 함께 보내자고 약속한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양쪽의 배우자들인 바트와 헬렌도 두 사람의 은밀한 애정행각을 눈치 채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10대 아들 딸인 조니와 몰리도 첫눈에 반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둘이 함께 요트를 타고 나갔다가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해양경찰에 의해 구조된다. 헬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몰리의 말을 믿지 못하고 의사를 불러 강제로 딸의 처녀성을 검사하게 하고, 조난사고를 조사하러 온 경찰에게는 남편 켄과 실비아의 불륜을 폭로한다. 그러자 지역신문들은 ‘백만장자의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 스캔들을 대서특필한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혼을 강행한 켄과 실비아는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몰리는 보스톤 근처의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가고, 조니는 버지니아의 대학에 진학한다. 멀리 떨어지게 된 몰리와 조니는 전화와 편지로 사랑을 주고받지만, 졸지에 연인에서 남매 사이가 된다.

   해변의 아담한 집에 새 살림을 차린 켄과 실비아는 몰리와 조니를 집으로 초대한다. 봄방학을 맞아 해변의 집에 온 몰리와 조니는 연인과 남매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 영화 보러 간다고 말하고 해변의 빈 초소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고 학교로 돌아가는데, 얼마 후 조니는 병원에 찾아간 몰리로부터 임신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조니가 오자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려하지만, 아직 미성년인데다 남매 사이인 두 사람의 결혼식을 주관해줄 목사를 찾을 수가 없다. 다른 주(州)에도 결혼신청서를 제출해보지만, 혼인신고를 거부당한다. 두 사람은 조니의 아버지 바트를 찾아가서도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하자, 결국 켄과 실비아가 있는 해변의 집으로 찾아온다.

   켄과 실비아는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을 갈라놓기보다는 결혼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조니와 몰리가 처음 만났던 파인 섬으로 신혼여행을 가게 되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혜성같이 등장한 두 청춘스타의 싱그러운 매력이 큰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무명배우였던 트로이 도나휴는 당시 키 큰 미남 배우의 아이콘이던 록 허드슨 못지않은 신체조건에다 금발과 푸른 눈까지 갖추고 있어서 1960년대 청춘의 우상이 되었으나 계속 이어가지는 못했다.

   인형 같은 외모의 산드라 디는 12세 때 아역 모델을 거쳐 배우가 되었다. 17세 때 출연한 이 영화에서 매력적인 금발과 귀여운 몸매를 선보이며 청춘스타로 발돋움하였고, 이후 발랄하면서도 청순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였다. 그 후, ‘9월이 오면’(1961년)에서 당시 틴에이저들의 우상이었던 뮤지션 바비 다린과의 공연(共演)을 계기로 그와 초고속으로 결혼(1960년)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6년 후 이혼하면서 인기도 시들해졌다.

   이 영화의 원제목 ‘A Summer Place’는 ‘피서지’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실제로 ‘일‘은 피서지를 다녀온 후에 생기게 된다. 이 영화가 당시 10대들의 성관계와 바캉스 베이비를 다루어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매년 여름철만 지나면 어느 나라에서나 산부인과 병원들이 바빠지는 것이 어디 이 영화 탓이겠는가.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교를 기반으로 한 보수주의가 팽배했음에도 크게 히트하며 여러 번 개봉되었다. 당시 청춘의 상징이었던 남녀주인공들은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름만 되면 흘러나오는 주제곡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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