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3. 1. 13. 18:52

본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최용현(수필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는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은 이 시기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문화예술계도 활기가 넘쳤다. 1940년대 문화예술계에서 첫 쾌거를 이룬 것은 2000회가 넘는 순회공연에서 성황을 이룬 뮤지컬 ‘오클라호마!’(1943년)였다.

  1950년대에는 ‘아가씨와 건달들’(1950년), ‘왕과 나’(1951년), ‘마이 페어 레이디’(1956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1957년), ‘사운드 오브 뮤직’(1959년) 등의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며 바야흐로 뮤지컬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이들은 모두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올렸다.

  1957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初演)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는 처음에는 유대인과 가톨릭교도가 대립하는 이스트사이드 스토리(East Side Story)로 기획되었으나, 이것이 가난한 백인들과 푸에르토리코 이민들의 대립으로 치환(置換)되면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초연을 올렸고, 2002년, 2007년에 이어 15년 만인 2022년 11월 17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신당역 부근에 있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다시 공연을 했다.

  1961년, 뮤지컬의 귀재 로버트 와이즈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하면서 제작까지 맡았다. 원작 뮤지컬을 제작했던 제롬 로빈스가 공동 연출과 함께 안무를 맡았고,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음악을 맡는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영화는 미국 유나이티드아티스트사가 제작비 675만 달러를 들여 4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뉴욕을 서쪽으로 쭉 조감(鳥瞰)하던 카메라가 웨스트사이드 광장에 멈춰서면서 시작한다. 1940년대부터 미국으로 몰려들어온 푸에르토리코 빈민들이 이곳에 할렘을 형성하였는데, 그 결과 웨스트사이드에는 백인 불량청년들의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청년들의 샤크파가 생겨났고, 이들은 마주칠 때마다 서로 으르렁거린다. 제트파의 보스 리프(러스 탬블린 扮)는 베르나르도(조지 차키리스 扮)가 이끄는 샤크파와의 결전을 앞두고 동네 술집에서 일하는 친구 토니(리차드 베이머 扮)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중립지역인 동네 실내체육관에서 모처럼 후끈한 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두 파의 남녀 멤버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맘보음악과 함께 남자는 밖에서, 여자는 안에서 큰 원을 그리며 반대방향으로 돌다가 사회자가 ‘정지!’하는 순간 자기 앞에 있는 파트너와 춤을 추는 것이다. 이때, 뒤늦게 온 토니와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나탈리 우드 扮)는 서로를 보자마자 눈에 불꽃이 일었고, 두 사람이 키스하려는 순간 무도회가 끝난다.

  그날 저녁, 마리아는 집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비상계단으로 나간다. 토니가 와 있었다. 두 사람은 어둠속에서 ‘Tonight’를 함께 부르며 밀어를 속삭이고 헤어진다. 다음날 저녁에는 둘이 만나 사랑의 맹세를 하고 두 사람 만의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늦은 밤, 제트파와 샤크파는 고속도로 아래에서 결전을 벌이는데, 패싸움대신 보스끼리 싸워서 승부를 내기로 한다. 토니가 애써 말리지만, 리프와 베르나르도는 단검을 꺼내들고 결투를 벌인다. 그러다가 베르나르도의 칼에 리프가 찔려 죽는다. 그러자 옆에 있던 토니가 엉겁결에 리프의 칼로 베르나르도를 찔러 죽인다.

  샤크파의 치노는 좋아하던 마리아에게 달려가 오빠를 죽인 사람이 토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토니를 죽이려고 총을 들고 나간다. 잠시 후 토니가 헐레벌떡 찾아오자, 마리아는 토니를 힐책하면서도 내 사랑은 변치 않는다고 말한다. 토니는 함께 먼 곳으로 도망치자고 하면서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던 술집 사장을 만나러 간다.

  그 술집에서 제트파 멤버들에게 성희롱을 당한, 죽은 베르나르도의 애인 아니타(리타 모레노 )는 치노가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여 마리아를 쏴 죽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술집 창고에서 이 소식을 들은 토니는 절망한 나머지 치노를 부르짖으며 자신도 죽여 달라고 외친다. 그러다가 토니가 마리아를 만나는 순간 치노가 쏜 총탄이 토니의 가슴을 꿰뚫고, 마리아는 절규한다. 뒤늦게 달려온 두 파의 멤버들이 토니의 시체를 함께 들고 가고, 마리아가 그 뒤를 따라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1950년대 미국이 안고 있던 빈곤문제와 인종문제, 그리고 이민자 청년들이 느끼던 박탈감과 울분 등을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인 춤과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다. 구체적인 배경설명이나 긴 대사 없이 실제 뉴욕거리에서 촬영한 재즈댄스와 음악, 대규모의 군무(群舞) 등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불후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과 거의 흡사한데, 뮤지컬의 각본을 쓴 아서 로렌츠가 무대를 1950년대의 미국으로 옮겨 재현한 뉴욕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1962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조지 차키리스) 여우조연상(리타 모레노) 촬영상 미술상 색채디자인상 편집상 뮤지컬음악상 녹음상 등 10개 부분에서 수상하였고, 특별상인 안무까지 포함하면 11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1998년 미국영화연구소(AFI)의 100대 영화에 선정되었으며, 2007년에도 재선정되었다.

  2021년,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60년 만에 리메이크하면서 처음으로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였다. 스케일은 커지고 화려해졌으나 주인공들의 연기나 스토리의 개연성, 관객평 등을 종합하면 그의 명성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3) 2023.01.28
클레오파트라  (0) 2023.01.20
스팔타커스  (2) 2023.01.06
피서지에서 생긴 일  (0) 2022.07.30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0) 2022.07.2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