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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7. 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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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최용현(수필가)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는 ‘하이 눈’(1952년)의 명감독 프레드 진네만이 미국작가 제임스 존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1953년에 연출한 흑백영화이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직전에 하와이에 있는 미군부대를 배경으로 네 남녀의 사랑과 갈등, 우정을 그렸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조연상(프랭크 시나트라, 도나 리드), 각색상, 촬영상, 음향상, 편집상 등 8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아울러 칸 영화제 특별상을 필두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감독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으며, 그 외에도 여러 상을 받았다. 호화 캐스팅이 눈에 띈다.

   1941년, 나팔수였던 프루잇 일병(몽고메리 크리프트 扮)은 하와이에 있는 연대로 배속되어온다. 전직 권투선수였던 그는 스파링 상대의 눈을 멀게 한 트라우마 때문에 권투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권투마니아인 중대장은 온갖 체벌로 그를 협박하면서 권투시합 출전을 강요한다. 프루잇은 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중대장은 그를 명령불복종으로 군사재판에 넘기려 하는데, 중대 선임하사인 워든 중사(버트 랭카스터 扮)의 만류로 무산된다.

   부대에서 프루잇을 살갑게 대해주는 병사는 매지오(프랭크 시나트라 扮) 뿐이다. 어느 날 매지오는 자주 가는 사교클럽에 그를 데리고 가는데, 프루잇은 거기서 웨이트리스 엘마(도나 리드 扮)와 사랑에 빠진다. 엘마는 순박하면서 외로워 보이는 프루잇에게 자신이 겪은 실연(失戀)과 꿈, 그리고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얘기하면서 마음을 연다.

   중대장의 부부관계가 최악임을 알고 있는 워든 중사는 중대장이 출장을 떠났을 때 그의 미모의 아내 캐런(데보라 카 扮)을 찾아간다. 상사의 아내와의 불륜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워든은 ‘아름다운 여인이 버려지는 게 싫어요.’ 하면서 접근하고, 캐런도 ‘말씀 많이 들었어요.’ 하면서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맞아준다. 이윽고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두 사람은 몰래 만나 해변에서 함께 수영을 하는 등 밀회를 즐기는데, 캐런은 남편이 외도(外道)가 잦고 출산일에도 집에 들어오지 않아 아이를 사산(死産)한 적도 있다면서 가슴에 담고 있던 얘기를 워든에게 털어놓는다. 캐런은 ‘장교가 되면 남편과 이혼하고 당신과 결혼하겠어요.’ 하면서 워든에게 장교 지원을 권한다.

   한편, 중대 권투 팀의 하사가 프루잇에게 시비를 걸어 결국 싸움이 벌어지고 프루잇이 그 하사를 때려눕힌다. 중대장이 프루잇을 하극상으로 처벌하려고 하자, 연대장은 그동안 부당하게 프루잇을 괴롭혀온 중대장을 군사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한다. 중대장이 군사법정 대신 전역(轉役)을 선택하고 본토로 돌아가게 되자, 워든 중사와 캐런도 이별을 하게 된다.

   매지오는 부당한 경비근무를 서다가 억울해서 무단이탈을 하는 바람에 악질하사 저드슨(어네스트 보그나인 扮)이 있는 영창에 가게 된다. 연일 계속되는 저드슨의 무자비한 구타에 거의 초주검이 된 매지오는 가까스로 영창을 탈출하여 프루잇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그날 저녁, 프루잇이 눈물을 흘리며 부는 진혼곡 나팔소리가 영내에 울려 퍼진다.

   다음날, 프루잇은 클럽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저드슨을 만난다. 그리고 격투 끝에 저드슨을 죽이지만 자신도 칼에 배를 찔리는 중상을 입는다. 프루잇은 귀대하지 않고 엘마의 집으로 가서 상처를 치료하면서 은신한다.

   일요일 아침, 일본군 폭격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자, 프루잇은 부대 복귀를 결심한다. 엘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으로 부대로 향하던 프루잇은 그를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한 경비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고 만다. 워든 중사가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캐런과 엘마가 본토로 가는 뱃전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에서 워든 중사와 캐런이 해변에서 벌이는 키스신은 영화사상 명장면으로 꼽힌다. 파도가 키스하는 두 사람을 덮치자 캐런이 먼저 백사장 쪽으로 달려가고, 워든이 그 뒤를 쫓아가서 누워있는 캐런에게 다가가 격정적으로 키스를 한다. 얼굴에 물기가 촉촉한 캐런이 ‘예전엔 몰랐어요. 이렇게 황홀한 키스는 처음이에요.’ 하고 말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별것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면서 에로틱한 장면이었다.

   또, 프루잇이 죽은 매지오를 위해 텅 빈 연병장에서 진혼나팔을 부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병사들이 모두 창가로 가서 나팔소리를 듣고 있고, 사무실에 있던 워든 중사도 밖으로 나와 기둥에 기대어 트럼펫을 부는 프루잇을 바라보고 있다. 프루잇의 뺨에는 한 가닥 굵은 눈물이 흐른다.

   이 영화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켜온 두 주인공의 결말을 보자.

   프루잇은 권투를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지키려고 어렵게 병영생활을 해왔다. 그러다가 죽은 전우의 복수를 하다가 부상당해서 탈영하지만, 부대가 위험에 처하자 자진해서 복귀하다가 억울하게 숨지고 만다. 이 영화의 제목 ‘지상에서 영원으로’는 죽음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워든 중사는 평소에 무능한 장교가 되는 것보다는 그냥 하사관으로 남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캐런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장교시험 응시서류를 냈지만 그 서류에 서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캐런을 사랑했지만, 이별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사관으로 남겠다는 소신을 지킨다.

   위기에 처한 미국의 남성상을 주로 다루었던 프레드 진네만 감독은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도 전작 ‘하이 눈’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2002년 ‘보존해야 할 영화 유산’에 선정되어 미국 의회도서관에 영구보존하는 국립영화 등기부에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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