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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즈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6. 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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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즈(Modern Times)

 

최용현(수필가)

 

   찰리 채플린은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천재 아티스트이자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희극배우이다. 80편이 넘는 출연작품 중에서 ‘시티 라이트’(1931년)와 ‘모던 타임즈’(1936년), ‘위대한 독재자’(1940년)를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데, 그중에서 그가 각본을 쓰고 음악과 안무, 제작, 감독, 주연까지 한 ‘모던 타임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모던 타임즈’는 기계화된 산업사회에서 나날이 피폐해져가는 인간성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찰리 채플린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담은 영화로, 외톨이 공장 근로자와 고아 소녀가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으면서 온갖 시련 끝에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무성영화라서 음악만 나오고 대사 없이 자막으로 스토리를 이어간다.

   찰리 채플린은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McCarthyism) 광풍으로 인해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한동안 은막을 떠나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그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제때에 수입되지 못했다. 1988년에 호암아트홀과 시네하우스에서 처음 개봉된 ‘모던 타임즈’는 27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여 그해 개봉영화 중에서 6위를 차지했다.

   전기철강회사의 공장 노동자 찰리(찰리 채플린 扮)는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위의 나사못을 조이는 일을 하고 있다. 돌출부위를 신속하게 조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에 부착된 단추를 보고도 양손에 스패너를 들고 쫓아가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강제로 정신병원에 보내지게 된다.

   찰리가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을 때, 그가 다니던 공장은 휴업 중이었다. 거리를 방황하던 찰리는 무심코 파업 시위대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서 걷다가 주동자로 체포되어 교도소에 갇힌다. 집도 없고 직장도 없어진 찰리는 먹여주고 재워주는 감옥살이에 점차 적응이 되어서 나가기가 싫었는데, 교도소에 침입한 강도를 퇴치하는데 공을 세우는 바람에 취업추천서까지 받고 석방된다.

   한편,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부둣가에서 가난하게 살던 소녀(폴레트 고다르 扮)는 실업자였던 아버지마저 불량배의 총탄에 맞아 죽는 바람에 고아가 된다. 두 여동생과 함께 소년원으로 이송되던 소녀는 혼자 도망쳐 나와 빵집에서 빵을 훔치다가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찰리가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자신이 빵을 훔쳤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소녀의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풀려나게 된 찰리는 일부러 고급 카페에 들어가 무전취식을 하고 주인의 신고로 체포되어 경찰차에 실려 간다. 소녀도 잡혀서 그 차에 태워진다. 다시 만난 찰리와 소녀는 경찰차가 교통사고가 난 틈에 도망을 치지만 갈 곳이 없다. 찰리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집이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직장을 찾아 나선다.

   교도소에서 받은 취업추천서 덕분에 백화점의 야간경비원으로 취직한 찰리는 백화점이 폐장한 후 소녀를 데려와 식당코너에서 밥을 먹이고, 장난감코너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옷가게 진열대 위에서 늦잠을 자던 찰리는 손님의 신고로 경찰에 넘겨진다. 며칠 후 풀려나자, 소녀가 낡은 판잣집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거기서 공장 재가동 소식을 듣고 복직한 찰리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루되어 또 잡혀간다.

   다시 석방되었을 때, 소녀는 고급식당의 댄서로 취직해있었다. 찰리는 소녀의 도움으로 그 식당의 종업원 겸 가수로 일하게 된다. 처음 무대에 선 찰리가 즉흥적으로 가사를 지어 노래를 부르는데,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와 함께 앙코르까지 터져 나온다. 식당의 사장은 찰리에게 고정계약을 하자고 한다.

   다음 차례로 소녀가 춤을 추려고 무대로 나가려는데, 기관원들이 들이닥쳐 소녀를 다시 소년원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찰리와 소녀는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다. 얼마나 걸었을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찰리는 풀이 죽은 소녀에게 ‘기운 내. 우린 잘 할 수 있어!’ 하고 격려하며 여명을 뚫고 함께 걸어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모던 타임즈’는 1930년대 고도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밑바닥의 인간 군상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주는 흑백무성영화이다. 마지막에 식당에서 찰리가 부르는 노래만 육성으로 나온다. 오늘날의 자동화시대를 보여주면서 시계에 의해 지배되는 기계문명과 자본주의의 인간성 무시에 대한 분노를 묘파(描破)하고 있다.

   이 시대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공장과 건설현장의 일용직을 전전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해왔고, 부유층은 이들을 착취하며 호의호식(好衣好食) 해왔다. 찰리 채플린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그의 영화는 빈곤과 억압, 착취 등 현실적인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키며 뜨거운 감동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채플린의 영화를 보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은 그런 비극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점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자동으로 밥을 먹이는 회전판 급식기를 찰리에게 테스트하는 장면, 컨베이어벨트에 빨려 들어가 거대한 톱니바퀴 위에 누워서 너트를 조이는 장면, 사장실에 설치된 스크린이 지금의 CCTV처럼 공장 곳곳의 상황을 감시하는 장면 등은 채플린의 해학과 풍자, 혜안이 돋보이는 명장면들이다.

   1931년, 찰리 채플린은 영화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타임지의 표지인물로 나왔고, ‘천년을 빛낸 인물 100인’에도 선정되어 뉴턴과 베토벤, 아인슈타인 등과 나란히 천재 예술가로 추앙받고 있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감독인 장 뤽 고다르는 이렇게 말했다.

   “채플린에게는 모든 칭찬이 무색하다. 그는 가장 위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채플린은 수없이 오용된 ‘인간적인’이라는 형용사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영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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