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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패왕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3.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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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패왕(西楚覇王)

 

최용현(수필가)

 

   초한지는 진시황 사후의 혼란기에 일어선 군웅들 중에서 마지막까지 패권을 다툰 항우와 유방의 5년간의 대결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초한지를 다룬 영화로는 ‘서초패왕’(1994년)과 ‘초한지-천하대전’(2011년), 그리고 ‘초한지-영웅의 부활’(2012년)이 있는데, 세 편 모두 상당한 작품성을 지닌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초패왕’은 항우와 유방의 만남에서부터 승부가 갈리는 해하전투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천하대전’은 홍문연(鴻門宴)을 중심으로 모사 범증과 장량의 두뇌싸움을 바둑에 비유하여 보여주고 있다. ‘영웅의 부활’은 승자 유방의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데, 전투신이 없으며 초한지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으면 지루하다. 초한지의 내용에 충실한 ‘서초패왕’을 다루고자 한다. 러닝 타임이 181분으로 상당히 길며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진시황이 죽은 후 차남인 호해가 장남 부소를 죽이고 2세 황제에 등극하면서 시작된다. 각지에서 군웅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초나라의 장군 집안 출신인 항량은 조카 항우(여량위 扮)와 함께 초나라의 왕손을 찾아내 회왕으로 옹립하고 범증을 군사(軍師)로 삼아 회계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패현에서 죄수들과 함께 여산릉을 건설하던 정장(亭長) 유방(장풍의 扮)도 죄수들을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키지만, 무기와 군량이 부족하여 항량의 휘하로 들어간다. 항량이 진나라 장수 왕리와의 전투에서 전사하자, 20대 후반인 항우가 초군의 중심인물이 된다. 초 회왕은 진의 수도 함양을 먼저 차지하는 장수를 관중왕으로 봉하겠다고 선포한다.

   항우는 먼저 함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유방의 다짐을 받고 거록으로 출병, 진나라 장수 왕리를 죽여 숙부의 원수를 갚는다. 항우는 다시 극원에서 진나라 장수 장한의 대군과 싸워 승리하는데, 투항해온 병사 20만 명을 반란이 두려워 구덩이를 파서 생매장한다.

   2세 황제가 환관에게 살해되고 그의 조카 자영이 3세 황제로 즉위한다. 함양에 입성한 유방은 황제로부터 옥새를 받고 약법 3장을 발표하여 민심을 얻는다. 그러나 함곡관을 공략한 항우가 대군을 이끌고 함양으로 향하자, 유방은 군사 장량의 조언대로 함양에 먼저 들어간 데 대해 홍문연에서 항우에게 사죄한다.

   2부는 아방궁을 불태운 항우가 자영을 죽이고 초 회왕을 의제(義帝)로 추대하면서 시작된다. 항우는 스스로 서초패왕이 되고, 유방을 한왕으로 봉해 파촉으로 보낸다. 인질로 남게 된 유방의 부인 여치(공리 扮)는 유방의 동진(東進)을 은밀히 돕기 위해 항우에게 제나라 왕 전영의 모반을 진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항우는 출병하여 전영을 죽인다.

   의제는 자신의 친척인 전영을 죽인 항우를 문책하려 했으나, 우희(관지림 扮)의 오빠인 우자기가 반대하자 그를 죽이려다가 도리어 시해되고 만다. 군사 범증은 우자기를 처형하지 않으면 제후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항우는 실수에 의한 일이라며 처벌하지 않는다. 죄책감을 느낀 우자기가 자결하자, 항우는 자신이 의제를 죽였다고 공표한다.

   드디어 유방은 전국의 제후들을 규합하여 항우를 공격한다. 본격적인 패권쟁탈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가 광무산에서 대치하던 두 사람은 극적으로 화해를 하고 홍구를 경계로 동은 초, 서는 한이 차지하기로 휴전협정을 맺는다. 유방은 곧바로 느긋하게 회군하는 초군을 기습 공격하여 궤멸시킨다. 해하에서 한군에게 포위된 항우는 사방에서 초가(楚歌)가 흘러나오고 탈영병이 속출하자,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한탄한다.

 

    力拔山兮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백은 세상을 덮었는데

    時不利兮騅不逝​    때가 불리하니 애마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騅不逝兮可奈何​    애마마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나

    虞兮虞兮奈若何    우희야 우희야, 아 너를 어찌하면 좋을까.

 

   애첩 우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항우는 수백 명의 군사를 이끌고 포위망을 돌파하여 마침내 오강에 다다른다. 이제 남은 군사는 28명, 강만 건너면 고향 땅이고, 마침 배도 한 척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다며 몰려오는 한군 수백 명을 물리치고 자신의 목을 찔러 쓰러지면서 영화가 끝난다.

   서초패왕은 항우가 초왕인 자신을 높여 부른 말이고, 영어제목 ‘The Great Conqueror's Concubine’은 ‘위대한 정복자의 첩’이란 뜻으로, 유방의 부인 여치를 지칭하는 말이다. 유방은 여치를 만나기 전에 한번 결혼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여치를 첩으로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동양적인 겸양으로 부인을 첩으로 표현한 것인지….

   영화 '서초패왕'은 여치의 활약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여치가 항우의 인질로 있을 때 자객을 끌어들여 항우의 암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항우의 동정을 적어 유방에게 밀서를 보내기도 한다. 이를 눈치 챈 범증이 여치를 죽이려하자, 항우는 오히려 범증을 쫓아낸다. 나중에는 항우와 유방의 휴전협정까지 주선한다.

   후일 유방이 죽고 그의 아들 유영이 혜제로 등극하자, 여치는 여태후가 되어 정권을 장악한다. 먼저 유방의 총애를 받던 척 부인의 아들을 독살한다. 그리고 척 부인의 손발을 자르고, 눈알을 뽑고, 귀와 목에 약을 부어 보고 듣고 말하지도 못하게 만들어 돼지우리에 처넣는다. 그런 다음 황족인 유 씨들을 모두 몰아내고 조정을 여 씨 천하로 만든다.

   여태후가 죽고 나서야 유 씨들은 권력을 되찾는다. 여태후는 당나라의 측천무후, 청나라 말기의 서태후와 함께 5천년 중국 역사를 통 털어 3대 악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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