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괴물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7. 16:37

본문

괴물

 

최용현(수필가)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고 있는 강두(송강호 )는 아내가 애를 낳고 도망가는 바람에 엄마 없이 자란 중학생 딸 현서(고아성 )만 쳐다보며 사는 딸 바보이다.

   어느 청명한 가을날, 시커먼 아귀처럼 생긴 탱크만한 괴물이 여의도 둔치로 올라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짓밟으며 마구 물어뜯고 있다. 강두는 현서가 매점 앞에 서있는 것을 보고 잽싸게 뛰어가 현서의 손을 잡고 도망친다. 그러다가 넘어지면서 손을 놓고 마는데, 괴물은 기다렸다는 듯 현서를 꼬리로 낚아채 한강으로 뛰어 들어간다.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되고, 교복을 입고 웃고 있는 현서의 영정사진 앞에 가족들이 모인다. 매점을 운영하면서 3남매를 키운 아버지(변희봉 ), 틈만 나면 잠을 자는 좀 모자라는 큰 아들 강두,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빈둥빈둥 놀고 있는 작은아들 남일(박해일 ), 국가대표 양궁선수인 막내딸 남주.

   한밤중에, 현서가 두고 간 고물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아빠, 나 현서야, 되게 큰 하수구야.’ 하면서 끊어진다. 현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다음날 아침, 현서한테서 전화가 왔었다면서 경찰에게 위치추적을 부탁한다. 그러나 경찰은 죽은 현서가 어떻게 전화를 하느냐?’며 꿈을 꾼 것이라며 무시해버린다.

   한강에서 헤엄을 치거나 긴 꼬리로 다리 밑에서 곡예를 하듯 이동하는 이 괴물, 흉측하게 벌어지는 큰 입과 큰 앞다리, 뒷다리가 변형된 듯 여러 돌기가 몸에 달려있는 괴이하게 생긴 육식동물이다. 사람을 통째로 삼켰다가 은신처에 저장해 두고 한 명씩 먹어치운다.

   괴물에게 한쪽 팔을 잃은 미군의 몸에서 괴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당국에서는 괴물의 피가 얼굴에 묻었던 강두를 위험인물로 취급한다. 가족들은 현서를 구하기 위해 강두를 병원에서 몰래 데리고 도망쳐 나온다. 아버지는 브로커에게 거금을 주고 차와 총기, 한강의 하수구 도면을 입수한다. 한강 가에 도착한 이들은 현서를 애타게 부르며 하수구를 하나씩 뒤지기 시작한다.

   이들 가족의 현상수배 사진전단이 뿌려진다. 이들은 아버지의 매점에서 라면을 끓여먹다가 둔치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을 발견하고 총을 쏜다. 달아나던 괴물이 다시 돌아와 총알이 떨어진 아버지를 꼬리로 낚아채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요원들이 달려오자, 남일과 남주는 도망치고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신문지로 덮어주던 강두는 잡히고 만다.

   남일은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선배의 도움으로 현서가 원효대교 북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한 노숙자와 함께 화염병을 만들어 택시를 탄다. 원효대교 교각에서 괴물과 마주친 남주는 활을 겨누다가 괴물에 튕겨서 우수구(雨水溝)로 떨어진다. 연락을 받은 강두는 자신의 혈청을 뽑은 간호사를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며 가까스로 탈출하여 원효대교로 달려온다.

   한편, 원효대교의 교각 틈새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먹으며 연명하고 있던 현서는 자신보다 어린 고아 세주가 괴물에게 잡혀오자 동생처럼 보살펴준다. 현서는 희생자들의 옷을 묶어 연결한 끈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괴물의 꼬리에 잡히고 만다. 현서와 세주가 다시 도망치려 하자, 괴물은 두 아이를 통째로 삼켜버린다.

   괴물이 또 둔치로 올라오자, 당국은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가스인 에이전트 옐로우(Agent Yellow)를 살포한다. 괴물은 몸부림치다 쓰러지고, 경찰과 시위대는 토하거나 귀에서 피가 나서 아주 고통스러워한다. 강두는 쓰러진 괴물의 입에서 두 아이를 끄집어낸다. 현서는 이미 숨졌고, 현서가 안고 있던 세주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남일이 화염병을 던지자 괴물은 도망치기 시작한다. 함께 온 노숙자가 괴물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남주는 재빨리 불화살을 쏜다. 몸에 불이 붙은 괴물이 뒤뚱거리며 강으로 내닫자, 강두는 괴물의 입에 표지판 쇠막대기를 쑤셔넣어 괴물의 숨통을 끊는다. 강두가 어린 세주와 함께 매점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 된다.

   ‘괴물은 봉준호 감독이 고등학교 때 우연히 잠실대교 교각을 올라가는 괴 생명체를 본 것이 모티브가 되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괴물의 모습은 2천 건이 넘는 괴물 후보 디자인 중에서 뽑은 것이란다. 괴물의 은신처도 봉준호 감독이 2년 여 동안 한강다리의 교각 사이를 샅샅이 훑으며 돌아다닌 끝에 찾아낸 공간이다.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 용산 미군기지에서 포름알데히드를 대량으로 하수구에 방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괴물이 한강으로 흘러들어간 독극물에 의해 돌연변이로 태어난 존재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촬영장 에피소드, 현서 역을 맡은 고아성은 10월의 쌀쌀한 날씨에 괴물의 꼬리를 대신할 와이어에 감긴 채 연거푸 한강물에 빠지면서 촬영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봉준호 감독은 내가 죽으면 틀림없이 지옥에 갈 거야.’ 하며 중얼거렸고, 고아성은 다음 날 열이 펄펄 나서 학교에도 못 가고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괴물을 물리치는 주체가 관계기관이 아니고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소시민 가족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곳곳에 들어있는 풍자(諷刺)도 같은 맥락이리라. 미군은 한강에 독극물을 들이붓고, 구청공무원은 뇌물을 받고 기밀자료를 내주고, 당국은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독가스를 살포한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SF영화라 할 수 있는 1967년 작 대괴수 용가리이후 끊어져버린 우리나라 괴수(怪獸) 영화의 맥을 거의 40년 만에 다시 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06년 개봉한 이래 1,300만 명 이상이 관람하여 방화(邦畵)로서는 당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영화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바타  (0) 2018.12.27
맘마미아!  (0) 2018.12.27
트로이  (0) 2018.12.27
실미도  (0) 2018.12.27
올드 보이  (0) 2018.12.2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