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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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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Old Boy)

 

최용현(수필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아라.’고 이름마저 오대수(최민식 )라고 지었다는, 술 좋아하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이 남자, 외동딸의 생일 날 선물을 사가지고 귀가하다가 무슨 일 때문인지 파출소에 끌려가 한바탕 난동을 부리다가 풀려난다.

   그리고 공중전화에서 딸애한테 전화를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이 꽉 막힌 여관방 같은 곳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 있다. 그는 어젯밤 공중전화기 박스에서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이곳에 감금되었음을 알게 된다. 누가, 무엇 때문에, 나를 이곳에?

   8평 공간에 갇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루 세 번 벽에 뚫린 구멍으로 넣어주는 똑 같은 중국집 군만두를 먹으며 TV를 보는 일뿐이다. 간혹 멜로디가 울리면 방에 하얀 가스가 들어온다. 그러면 잠이 온다. 자고 나면 머리가 깎여있고, 옷도 갈아입혀져 있다. 어떤 때는 방청소까지 되어있다.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TV 뉴스를 통해 아내가 피살되었고, 종적을 감춘 그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수배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의 지문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미친 듯이 발악하며 소리를 지르다가 분에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오냐, 내가 나가기만 하면 네놈을 찾아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고 다짐하며 스스로 체력훈련을 하고 주먹을 단련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되새겨보며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래야 누가 자신을 감금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렇게 7년쯤 지났을 무렵, 그는 방 한쪽의 벽면을 쇠 젓가락으로 파기 시작한다. 파고 또 파고, 갇힌 지 15년쯤 되었을 때 드디어 한 사람이 빠져나갈 만큼의 탈출구가 만들어진다. , 그런데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밖으로 나와 있다. 여기가 어딘가? 15년 전에 납치됐던 바로 그 근처 건물의 옥상이다.

   그가 어느 횟집 앞에 서있는데, 한 남자가 와서 자신은 심부름을 왔으니 아무 것도 묻지 마라.’며 휴대폰과 돈이 든 지갑을 주고 간다. 그는 그 횟집에 들어가 얼마 전에 TV에서 최연소 요리사로 나왔을 때 본 적이 있는 미도(강혜정 )에게 산낙지를 주문한다. 그리고 꿈틀대는 산낙지를 입에 쑤셔 넣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만다.

   눈을 떠보니 미도가 혼자 사는 방이다. 대수는 자신이 쓴 악행의 자서전(?)’ 노트를 읽고 있는 미도에게 15년간 감금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미도는 대수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대수가 덮치려 하자, 미도는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하겠다며 좀 기다려달라고 한다. 둘은 한 집에 기거하면서 대수를 감금한 놈을 함께 찾아 나선다.

   15년 동안 먹던 군만두 영수증에서 본 상호 청룡이 붙은 중국집을 차례대로 찾아가 만두를 먹어보던 대수는 드디어 자신이 갇힌 곳을 알아낸다. 그는 장도리를 들고 찾아가 자신이 갇힌 방의 내부를 CCTV로 보고 있던 남자의 생 이빨을 15개나 뽑고 졸개들과 대판 싸움을 벌이지만 그 일을 시킨 놈이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한다. 그곳은 심부름센터였던 것이다.

   결국, 대수는 미도와 가끔 채팅을 하던 에버그린이란 닉네임을 쓰는 우진(유지태 )이 자신을 가둔 놈임을 알게 되자, 그를 찾아가 죽이려한다. 그러나 우진은 ‘15년간 갇힌 이유가 궁금하지 않소?’ 하며 ‘5일 안에 이유를 알아오면 기꺼이 당신 손에 죽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날 밤 대수와 미도는 드디어 한 몸이 되어 격렬한 정사를 벌인다. ‘에버그린을 검색하다가 실마리를 찾은 대수는 예전에 다녔던 시골의 고등학교를 찾아간다.

   서울로 전학하기 바로 전날, 학교 운동장 철봉에 매달려 담배를 피우던 대수는 자전거를 타고 온 옆 반 동급생 수아(윤진서 )가 한 남학생을 따라 빈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깨진 유리창 틈으로 훔쳐보던 대수는 그 남학생이 수아의 옷을 벗기고 이상야릇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대수가 그 이야기를 한 친구에게 떠벌리면서 소문은 삽시간에 학교 안에 퍼진다. 수아가 헤프다느니 걸레라느니 하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수아가 임신했다고까지 소문이 부풀려진다. 괴로워하던 수아는 어느 날 남동생인 우진과 함께 댐으로 놀러가서 난 후회 안 해. 날 잊지 마.’ 하는 말을 남기고 댐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동창생을 만나 그 사실을 알게 된 대수가 5일째 되는 날 찾아오자, 우진은 네놈 때문에 우리 누나가 억울하게 죽었다.’며 그간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해왔음을 드러낸다. 대수를 감금한 다음, 대수의 아내를 죽여서 대수를 범인으로 만들어놓고, 그의 딸이 커가는 것도 원격 관리한 것이다. 감금에서 풀린 대수와 미도에게 최면을 걸어 서로 호감을 갖도록 했고.

   우진은 어린 미도가 성장해온 모습을 담은 앨범을 대수에게 보여준다. 미도가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 대수는 기겁을 한다. 그런데 미도를 감금해놓은 곳에도 그 앨범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수는 미도가 앨범을 보지 못하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는다. 급기야, 대수는 가위로 자신의 혀를 자른다. 그때서야 우진은 그 앨범을 미도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전화를 한다.

   ‘올드 보이는 동명(同名)의 만화를 영화화한 범죄 스릴러로서, 많은 외국의 영화감독들로부터 꼭 봐야할 한국영화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 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는 모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다.

   20141, 드디어 스파이크 리 감독의 할리우드판 올드 보이가 개봉되었다. 리메이크 작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보지는 않았는데, 대수 역을 맡은 조쉬 브롤린이 최민식의 미친 연기력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역은 게리 올드만이 적격인데.

   이 영화는 남의 말을 함부로 했다가 빚어진 근친상간(近親相姦)에 얽힌 복수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복수를 끝낸 우진은 총으로 자살하고, 벙어리가 된 대수는 최면술사에게서 힐링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난다. 대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죽은 누이의 복수만을 꿈꾸며 자신의 인생마저 망가뜨린 우진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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