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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콘도 파사

에세이(수필)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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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콘도 파사

 

최용현(수필가)

 

      달팽이보다는 참새가 되고 싶어요

      못보다는 망치가 되고 싶어요

      길보다는 숲이 되고 싶어요

      이 세상을 내 발밑에 두고 싶어요

 

   시? 가훈? 금언? 아포리즘? 아닙니다. 오래된 팝송 가사입니다.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파격적인 가사에다 독특한 피리소리. 발표 당시에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고 지금도 가끔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팝송보다는 포크송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곡 제목을 맞춰보세요. 결코 어려운 곡이 아니거든요. 첫 소절만 들어도 , 이 곡!’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힌트를 조금 드린다면, 영화 졸업의 삽입곡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 ‘스카브루의 추억(Scarbrough Fair)’ ‘로빈슨 부인(Mrs Robinson)’ 등을 부른 신화적인 보컬그룹 사이몬과 가펑클(Simon & Garfunkel) 불러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곡입니다.

   18세기부터 내려오는 남미 페루지방의 민속음악을 페루의 한 작곡가가 악보에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1913). 본래는 가사가 없었는데 안데스 지역에 사는 인디언들이 가사를 붙여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스페인어로 옮기고, 다시 영어로 옮긴 것을 사이몬과 가펑클의 멤버인 폴 사이먼이 개사를 하여 발표한 것입니(1970).

   이 곡은 사이몬과 가펑클의 감미로운 화음 속에 잉카 고유의 피리인 케나소리가 녹아있어 처연한 음조 속에서도 경쾌한 리듬이 살아있는 곡입니다.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인간문화재 이생강 선생의 퉁소 연주곡도 있는데, 차분히 들어보면 그 음조가 우리 민족의 정서와도 상당히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정답을 알려드리지요. 이 노래의 제목은 저 유명한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a)입니다. 요즘에도 레코드점이나 백화점, 할인마트에서 가끔 틀어주는 곡입니다. 영어가사가 별로 어렵지 않으니 가사를 한번 찬찬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El Condor Pasa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Yes I would, If I could, I surely would. Hm hm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Yes I would, If I only could, I surely would. Hm hm

 

       A way, I'd rather sail away, Like a swan that's here and gone.

       A man get's tied up to the ground,

       He gives the world it's saddest sound. it's saddest sound. Hm hm

 

        I would rather be a forest than a street..

        Yes I would, If I could, I surely would. Hm hm

        I'd rather feel the earth beneath my feet,

        Yes I would, If I only could, I surely would. Hm hm

 

   라틴어 엘 콘도 파사에서 El은 영어의 The를 의미하고 Condor는 남미산 큰 독수리, Pasa는 영어의 Pass와 같은 의미라고 하네요. 제목을 직역하면 콘돌의 날아오르기(飛上)’ 쯤 될 것 같은데, 우리말 제목 철새는 날아가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색하고, 잘못된 번역 같습니다.

   이 곡은 원래 잉카족의 마지막 추장인 ‘Tupac Amaru’를 애도하는 안데스 지역의 전래민요인데,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콘돌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고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잉카인들의 꿈이 담겨진 곡입니다.

   가사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노래 가사에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이한 어휘들이 등장합니다. 달팽이 참새 못 망치. 이런 소박한 어휘들에서 적절한 비유와 상징을 구사하여 상당한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 이들의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사 중에서 저는 이 세상을 내 발밑에 두어야지.’ 이 부분이 아주 맘에 듭니다. 약간 건방진 듯한 콘돌의 시선을 통하여 세상사에 달관한 듯한 남미 인디언들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기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가사를 적어봅니다.

 

                철새는 날아가고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고 싶어요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되고 싶어요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

 

         멀리 날아 가버린 백조처럼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인간은 땅에 얽매여 세상을 향해

        가장 슬픈 신음소리를 내지요,

        가장 슬픈 신음소리를. -

 

        길이 되기보다는 숲이 되고 싶어요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

        이 세상을 내 발밑에 두고 싶어요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

 

   여러 악기로 연주한 새로운 버전의 엘 콘도 파사를 들을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인터넷에 다양한 버전의 엘 콘도 파사가 있으니 꼭 한번 찾아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남미 인디언들의 꿈과 소망을 온몸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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