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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6. 3. 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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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Il postino)

 

최용현(수필가)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년)’는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바탕으로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195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연출한 드라마 로맨스 영화이다. 제목 ‘일 포스티노’는 ‘우편배달부’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조그만 섬에 사는 청년 우편배달부와 칠레의 저명한 시인 간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다루면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와 은유의 세계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파블로 네루다 시인 역을 맡은 배우는 ‘시네마 천국’(1988년)에서 알프레도 역을 맡았던 필립 느와레이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이 영화로 유일하게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영화음악가 루이스 바칼로프가 작곡한 OST 16곡 중에서 두 번째 곡인 ‘In Bicicletta(자전거에서)’가 가장 유명하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들이 사뭇 서정적이다 보니 라디오 프로에서 종종 배경음악(BGM)으로 쓰이곤 한다.

   칠레의 국민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 扮)는 정치적인 이유로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로 망명한다. 그는 연애 시의 대가이자 민중을 대변하는 사회주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공산주의와 관련된 일이 빌미가 되어 칠레 정부에서 수배령을 내리는 바람에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망명한 것이다.

   네루다 부부의 도착으로 이 섬에 갑자기 엄청나게 불어난 우편 물량 때문에 임시직 우편배달부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어부가 되는 것이 싫어서 지원한 동네 청년 마리오 루폴로(마시모 트로이시 扮)가 채용된다.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다 문맹이기 때문에 우편물의 수신인은 파블로 네루다뿐이다.

   출근을 시작한 마리오가 수북하게 쌓인 네루다 시인의 팬레터를 보니 발신인이 모두 여자이다. 시인이 되면 여자에게 인기가 높아진다고 생각한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집을 한 권 사서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할 때 그의 사인을 받는다. 마리오는 우편물 배달을 통해 그와 친해지게 되고, 그의 시를 통해 무한한 은유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어느 날, 마리오는 해안가를 혼자 거닐고 있는 네루다와 우연히 만난다. 마리오가 은유가 뭐냐고 물어본다. 네루다가 ‘하늘이 운다면 그게 무슨 뜻이지?’ 하고 묻는다. 마리오가 ‘비가 오는 거죠.’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네루다가 미소 지으며 ‘맞았어. 그런 게 바로 은유야.’ 하고 말해준다. 네루다는 빈 시집을 한 권 주며 이곳에 시를 써보라고 한다.

   한편, 마리오는 숙모가 운영하는 마을 주점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여성 베아트리체 루소(마리아 그라지아 쿠시노타 扮)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를 외워서 ‘그대의 미소는 나비의 날갯짓 같다.’라고 하는 등 베아트리체를 볼 때마다 멋진 시구를 읊거나 시를 적은 종이를 주어 그녀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한다.

   베아트리체의 숙모는 마리오가 빈털터리라며 반대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다. 피로연 중에, 칠레에서의 체포 영장이 기각되어 네루다가 칠레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전보를 받는다. 네루다 부부는 칠레로 돌아가고, 마리오는 이제 마을 주점에서 일하게 된다. 베아트리체가 임신하자, 마리오는 아기 이름을 파블로 네루다의 아름을 따서 ‘파블리토’라고 짓는다.

   네루다가 떠난 지 몇 달 후 편지가 온다. 네루다의 비서가 보낸, 네루다가 두고 간 물품들을 칠레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네루다의 물품들을 정리하다가 녹음기를 발견한 마리오는 전에 네루다가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하던 것을 기억해 내고,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 교회의 종소리, 곧 태어날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 등을 테이프에 녹음한다.

   5년 후, 네루다가 아내와 함께 다시 이 섬에 들른다. 네루다는 마리오의 다섯 살 아들 파블리토를 보게 되는데, 베아트리체로부터 마리오가 아들이 태어나기 며칠 전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베아트리체는 마리오가 녹음해 두었던 이 섬의 아름다운 소리 테이프를 네루다에게 건네준다.

   그 녹음테이프에서 마리오는 자신이 처음으로 ‘파블로 네루다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시를 썼으며, 그 시는 나폴리에서 열리는 대규모 사회주의자 집회에서 낭송할 예정이라고 밝힌다. 그날 시를 낭송하기 위해 마리오가 군중 사이를 헤치며 단상으로 가던 중, 진압대에 쫓기던 군중들에게 깔려서 압사(壓死)하고 만다.

   네루다가 전에 마리오와 함께 시와 은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해변을 혼자 거닐면서 영화가 끝난다.

   영화 초반부에서 마리오가 네루다의 시집에서 읽었던 ‘난 덩치만 큰 백조처럼/이발소에서 담배를 피우며/피투성이 살인을 외친다/인간으로 살기 힘들다’는 시의 의미를 묻자, 네루다는 ‘난 내가 쓴 글 이외의 말로 그 시를 표현하지 못하네.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하고 대답한다.

   마리오는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네루다의 시를 읽고 또 읽고, 베껴 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기 내면의 영혼이 눈을 뜨게 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에게 내재한 뜨거운 감성을 발견하게 된다.

   ‘일 포스티노’에서 마리오 역을 맡은 마시모 트로이시는 치명적인 심장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심장 수술을 미루었다. 10주간의 촬영이 끝난 다음 날 그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끝 자막에 나온다. 이 사연은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2017.12.3)에서도 방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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