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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4. 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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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And God Created Woman)

 

최용현(수필가)

 

   ‘미국에 마릴린 먼로가 있다면 유럽에는 브리짓 바르도가 있다.’ 5,60년대 프랑스의 섹스 심벌 브리짓 바르도의 매력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et Dieu... créa la femme)’는 그녀의 남편 로제 바딤의 감독 데뷔작으로, 브리짓 바르도의, 브리짓 바르도에 의한, 브리짓 바르도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촌 마을에서 양부모와 함께 사는 고아 출신의 줄리엣(브리짓 바르도 扮)은 서점에서 일하는 18세 소녀로 마을 남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빨간 원피스를 즐겨 입는 줄리엣은 빼어난 미모와 뇌쇄적인 매력으로 마을 남자들을 애태우며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다. 줄리엣의 이러한 행동거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양어머니는 여러 번 주의를 줘도 고쳐지지 않자, 그녀를 데리고 왔던 보육원으로 다시 돌려보내려고 한다.

   이 마을의 돈 많은 부동산개발업자 에릭(커드 저진스 扮)은 줄리엣보다 나이가 배 이상 많지만, 빨간 컨버터블 자동차를 선물하겠다며 그녀를 유혹한다. 줄리엣도 싫지는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에릭의 애간장을 태우지만, 줄리엣이 좋아하는 남자는 투룽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는 키 크고 잘 생긴 마을 청년 앙트완(크리스티앙 마르캉 扮)이다.

   마을 무도회에 참석한 줄리엣은 투룽에서 돌아온 앙트완과 춤을 추면서 뜨겁게 키스를 하는데, 앙트완은 오늘밤을 같이 지내고 내일 아침에 함께 투룽으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자신을 하룻밤 즐길 여자라고 말하는 앙트완의 얘기를 엿들은 줄리엣은 내일 아침에 만나서 첫 버스를 타고 따라가겠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줄리엣은 짐을 싸서 첫 버스를 기다리지만, 그 버스에 타고 있던 앙트완은 줄리엣을 보고도 버스를 세우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줄리엣의 첫사랑이 무참히 좌절된다.

   줄리엣이 보육원으로 돌아가기 전 날, 앙트완의 동생 미셸(장 루이 트랭티냥 扮)이 줄리엣에게 청혼을 한다. 그는 줄리엣이 헤픈 여자라는 마을의 평판과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묘한 매력을 지닌 발랄한 아가씨로 생각한다. 줄리엣은 자신을 속물로 보지 않는 21세 청년의 순수함에 이끌려 결혼을 승낙한다.

   줄리엣은 미셸과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미셸이 먼 곳으로 일하러 떠나면서 하루 집을 비웠을 때, 줄리엣은 음악을 들으러 주크박스에 가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에릭이 ‘행복해?’ 하고 묻는다. 줄리엣이 ‘물론이에요.’ 하고 대답하자, 그는 ‘거짓말, 결혼은 너와 어울리지 않아. 넌 앞으로는 돈을 쫓게 될 거야. 나한테 오면 그런 것들을 다 채워줄 수 있어.’ 하고 말한다. 그러나 줄리엣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뚜룽에 가있던 앙트완이 집으로 돌아오자, 줄리엣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줄리엣은 작은 배를 타고 혼자 바다로 나갔다가 엔진에 불이 붙는데, 이를 본 앙트완이 헤엄쳐 들어가 줄리엣을 구하게 되고, 둘은 해변 풀밭에서 결국 선을 넘고 만다. 집으로 돌아온 줄리엣은 열병을 앓고, 앙트완을 통해서 둘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줄리엣을 쫓아내기로 한다.

   미셸이 돌아오자, 앙트완은 줄리엣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며 그녀를 버리라고 말한다. 미셸은 형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며 대든다. 줄리엣이 집을 나간 것을 확인한 미셸이 줄리엣을 찾으러 나가자, 어머니는 찾지 말라고 한다. 미셸은 나가지 못하게 제지하는 형 앙트완을 밀쳐서 쓰러뜨리고 권총까지 들고 나간다.

   한편, 줄리엣은 바에 들어가 독한 술을 마시고 지하클럽에 내려가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거의 무아지경인 상태에서 온몸을 리듬에 맡기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댄다. 에릭과 미셸이 차례로 클럽으로 들어오고 곧이어 앙트완도 들어온다. 미셸이 ‘제발 그만해!’ 하고 말하지만 줄리엣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춤을 춘다.

   미셸이 총을 꺼내 줄리엣을 쏘려고 하자, 막아서던 에릭이 옆구리에 관통상을 입는다. 다친 에릭은 앙트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면서 ‘이제 우리는 저 부부 일에서 빠져나오자.’고 말한다. 미셸은 줄리엣의 뺨을 세게 때리는데, 줄리엣은 맞으면서도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미셸이 줄리엣을 다시 집으로 데려오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개봉과 함께 브리짓 바르도를 전 세계에 알리며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로제 바딤 감독은 브리짓 바르도의 발랄하면서도 관능적인 자태를 화면 가득히 담아냈다. 이 영화가 나온 후 ‘신은 여자를 창조했고, 악마는 브리짓 바르도를 창조했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는 마릴린 먼로(MM)가 섹스 심벌로 명성을 떨쳤는데, 프랑스의 브리짓 바르도(BB)가 이 영화를 통해 유럽을 대표하는 섹스 심벌로 화려하게 부상하였고, 1960년대에는 이탈리아계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CC)가 유럽을 대표하는 섹시 스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1956년)에서 미셸 역으로 나오는 장 루이 트랭티냥은 ‘남과 여’(1966년), ‘세 가지 색 레드’(1994년) 등에서 남자주인공을 맡는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배우로 성장한다. 다섯 번 결혼한 로제 바딤 감독은 플레이보이로도 유명한데, 그의 부인들 중에는 브리짓 바르도 외에 제인 폰다도 있고, 3년간 동거한 카트린 드뇌브는 그의 아들을 낳았다.

   열여덟 살에 로제 바딤과 결혼한 브리짓 바르도는 이 영화에서 남편으로 나오는 장 루이 트랭티냥과 눈이 맞아 로제 바딤과 이혼한다. 그녀는 네 번 결혼하는 동안 어림잡아 100명이 넘는 남자들과 염문을 뿌린다. 말년에는 동물애호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고 비난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는 욕을 많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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