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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0. 3. 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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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Alien)

 

최용현(수필가)

 

   광활한 우주, 밤하늘에 빛나는 저 무수한 별들 중 어딘가에는 우리 지구처럼 고등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인지 인간은 그런 상상을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다. 영화 속의 고등생명체인 외계인은 ‘E.T.’(1982)나 ‘아바타’(2009)처럼 인간친화적인 존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122년, 우주화물선 노스트로모호는 외계에서 2천만 톤의 광물을 싣고 승무원 7명과 함께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 이때,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 ‘마더(mother)’는 가까운 행성에서 나오는 발신파를 포착하고, 그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동면을 취하고 있는 승무원들을 깨운다. 그리고 셔틀선이 그 행성에 착륙한다.

   선장 달라스(톰 스커릿 扮)가 부선장 케인, 여자항법사 램버트와 함께 신호의 발신지를 찾아 가보니 아주 오래된 우주선이 있고, 조종실에는 미라가 된 파일럿이 앉은 채 화석처럼 굳어있다. 그 아래에는 무수한 알들이 거죽에 둘러싸여 있는데, 케인이 알 하나를 건드리자, 그 속에서 대게처럼 생긴 생명체가 튀어나와 케인의 얼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일행들은 케인을 부축하여 노스트로모호로 돌아온다.

   노스트로모호에는 또 다른 여자항법사 리플리(시고니 위버 扮)와 과학장교 애쉬(이안 홈 扮), 그리고 엔지니어 브레트와 파커 등 4명의 승무원이 있고, 고양이도 한 마리 있다. 선장과 부선장 부재 시 책임자인 리플리는 검역절차에 따라 케인을 24시간 동안 격리하기 위해 우주선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지만, 과학장교 애쉬가 문을 열어준다.

   의무실에서도 그 생명체를 떼어내지 못하자, 이들은 생명체의 다리 하나를 자르는데, 잘린 부위에서 강한 산성의 체액이 흘러나와 바닥을 녹이면서 계속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하루가 지나자 케인의 얼굴에 붙어있던 생명체는 떨어져 죽고, 케인은 악몽을 꾼 것 같다며 배가 고프다고 한다. 승무원들은 다시 동면캡슐로 들어가기 위해 함께 식사를 한다.

   그때, 케인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더니 그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며 도마뱀처럼 생긴 생명체가 튀어나와 구석으로 달아나고, 케인은 즉사한다. 케인의 장례를 우주장(宇宙葬)으로 치른 승무원들은 이 생명체가 인간을 숙주로 기생하다가 숙주에게서 나오게 되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무서운 외계괴물임을 알게 된다.

   승무원들은 비상한 두뇌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이 괴물을 찾아죽이기 위해 팀을 나누는데, 그 사이 급성장한 괴물은 일행과 떨어져 있던 브레트를 죽이고 통풍구로 사라진다. 선장 달라스가 화염방사기를 들고 통풍구로 들어가지만, 미리 잠복해 있던 괴물에게 기습당해 희생되고 만다.

   리플리는 ‘마더’에게 괴물 처치에 대한 조언을 구하다가, 회사에서 비밀요원 애쉬에게 외계생명체를 발견하면 승무원들이 희생되더라도 꼭 지구로 데려오도록 특명을 내린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 정체가 탄로 난 애쉬가 리플리를 공격하자, 파커가 소화기로 애쉬의 머리를 내려치는데, 그러자 애쉬의 머리와 몸체가 분리되면서 하얀 체액이 쏟아진다. 애쉬는 인조인간 안드로이드였던 것이다.

   남은 3명의 승무원들은 괴물이 있는 노스트로모호를 폭파시키고 셔틀선으로 탈출하기로 한다. 리플리가 셔틀선 발진을 준비하는 사이, 파커와 램버트는 셔틀선의 생명유지 장치에 필요한 냉각제를 가지러 가는데, 갑자기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간 리플리는 괴물에게 희생된 파커와 램버트를 발견한다.

   혼자 남은 리플리는 자동폭파시스템을 작동시키고 고양이와 함께 셔틀선으로 탈출한다. 그런데 셔틀선 안에 그 괴물이 숨어있을 줄이야…. 침착하게 우주복을 입은 리플리는 에어 록을 열고 괴물을 밖으로 날려 보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육성(肉聲) 보고를 남기고 고양이와 함께 동면캡슐에 들어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우주선 노스트로모호 최종보고 - 선장 포함 승무원 6명이 죽었다. 화물선은 폭파되었다. 나는 6주 후에 지구의 궤도에 도착한다. 희망을 가지고 구조를 기다린다. 마지막 생존자 리플리, 이상 보고 끝.”

   ‘에이리언(Alien, 바른 표기는 에일리언)’은 우주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외계괴물에게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하는 승무원들의 사투를 그린 걸작 SF호러영화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괴물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스위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H.R.기거의 화집(畫集)에서 본 괴물그림 ‘네크로노미콘’을 그대로 구현(具現)한 것이다.

   1편의 유일한 생존자 리플리가 동면캡슐 안에서 57년간 우주공간을 떠돌다가 구출되면서 2편이 시작되는데, 리플리는 지구 최강의 용병인 우주해병대와 함께 다시 그 행성으로 가서 외계괴물들과 사투를 벌인다. 3편은 마지막에 리플리가 뱃속의 에이리언과 함께 용광로에 투신하면서 시리즈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4편에서 유전자기술로 리플리를 부활시킨다. 사족(蛇足)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리들리 스콧(1편, 1979년), 제임스 카메론(2편, 1986년), 데이빗 핀처(3편, 1992년), 장 피에르 주네(4편, 1997년)가 차례로 연출하여 세계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2편이 최고 걸작이다. 네 편 모두에서 주인공 리플리 역을 맡아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굳힌 시고니 위버는 이 영화가 불멸의 인생작이 되었다. 한참 후에 나온 프리퀄 시리즈 ‘프로메테우스’(2012년)와 ‘커버넌트’(2017년)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 연출했다.

   어떤 평론가는 미지의 외계괴물에 대한 공포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여 ‘죠스’(1975)의 우주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포스터에 적혀있는 이 카피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우주에서는 당신이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한다(In space, no one can hear you sc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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