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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헌터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0. 3.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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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헌터(The Deer Hunter)

 

최용현(수필가)

 

   ‘디어 헌터’(1978)는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마이클 치미노(1939~2016) 감독의 대표작으로, ‘지옥의 묵시록’(1979), ‘플래툰’(1986)과 함께 베트남전을 다룬 3대 걸작영화로 꼽힌다. 제5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음향상, 편집상을 받았고, 골든 글로브 감독상과 뉴욕비평가협회 작품상도 수상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계속 베트남전쟁에서 희생되면서 반전운동이 확산되던 시기에 베트남전쟁에 자원(自願)한 세 친구의 이야기이다. 한 친구의 결혼식 전야부터 베트남에서의 포로생활과 탈출, 그리고 러시안룰렛 도박장에서 죽은 또 한 친구의 장례식까지의 행적을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에 담아냈다.

   미국 북동부 펜실베이니아 주의 제철소에 근무하는 러시아계 다섯 친구들 중에서 마이클(로버트 드니로 扮)과 스티븐(존 세비지 扮), 닉(크리스토퍼 워컨 扮)은 곧 있을 스티븐의 결혼식 후에 입대하여 베트남전선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 외에 좀 까탈스러운 성격의 스탠리와 뚱보 엑셀이 있고, 술집을 운영하는 존도 이들과 친하다.

   스티븐은 임신한 여친 안젤라와 결혼식을 올리고 바로 베트남으로 떠나야 하고, 마음이 여리고 순한 닉은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린다(메릴 스트립 扮)와 서로 사랑하고 있다. 친구들의 리더 격인 마이클은 린다를 짝사랑하고 있다.

   결혼식 전야, 친구들은 존의 술집에 모여 ‘Can't take my eyes off you(네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를 부르며 우정을 다진다. 다음날, 스티븐의 결혼식과 이어지는 러시아식 피로연에서 신랑과 신부, 하객들은 모두 신나게 춤추고 노래를 부른다. 부케를 받은 린다는 닉이 베트남에서 돌아오면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닉과 진한 키스를 나눈다.

   닉은 마이클에게 ‘내 삶의 터전은 여기야.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꼭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야 해. 약속해줘.’ 하고 말하는데 마이클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친구들은 새신랑만 빼고 함께 사슴사냥을 나간다. 이들은 마이클이 한방(one shot)으로 잡은 사슴을 차에 싣고 존의 술집으로 향하고, 존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쇼팽의 야상곡(Nocturne)을 연주한다.

   베트남 전쟁터, 수색을 하던 마이클은 헬기에서 내리는 스티븐과 닉을 우연히 만나지만 모두 포로가 되고 만다. 베트콩들은 포로들에게 러시안룰렛 게임을 시킨다. 총알에 빗맞아 머리를 다친 스티븐이 쥐가 들끓는 강물 속 철창에 갇히자, 마이클은 기관총을 탈취하여 감시자들을 죽이고 닉, 스티븐과 함께 탈출하여 통나무를 타고 강물에 떠내려간다.

   얼마 후, 미군 헬기가 낮게 다가오자, 닉은 헬기에 올라탄다. 스티븐은 헬기에 올라타다가 강으로 추락하고, 이를 본 마이클도 강으로 떨어진다. 스티븐은 강 속의 바위와 부딪쳐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다. 마이클은 정신을 잃은 스티븐을 들쳐 업고 가다가 지나가는 군용차에 실어 보낸다.

   닉은 사이공 미군병원에 입원했다가 ‘니콜라스’라는 러시아식 이름 때문에 퇴원 당한다. 닉은 린다에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자, 배회하다가 러시안룰렛 도박장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정신분열을 일으켜 난동을 부리다가 도망치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마이클이 닉을 발견하고 뒤쫓아 가지만 놓치고 만다.

   마이클의 귀국 소식을 듣고 친구들은 환영 현수막을 걸고 린다의 집에 파티를 준비하지만, 마이클은 혼자 온 죄책감 때문에 모텔에서 자고 새벽에 린다에게 간다. 닉의 소식을 기다리다 지친 린다는 마이클에게 사랑을 느끼고 점점 빠져든다. 마이클은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사슴사냥도 가지만, 이제 사슴을 눈앞에서 보고도 총을 쏘지 못한다.

   스티븐이 귀국한 것을 알게 된 마이클은 스티븐의 아내 안젤라를 찾아간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안젤라는 실어증에 걸려 말을 하지 않는다. 마이클이 병원으로 찾아가자, 다리를 자르고 휠체어를 탄 스티븐이 ‘매달 사이공에서 돈이 온다.’며 돈다발을 보여준다. 닉이 보낸다는 것을 직감한 마이클은 스티븐을 억지로 집에 데려다 주고, 베트남으로 향한다.

   사이공은 탈출인파로 아수라장이다. 짐작한 대로 닉은 러시안룰렛 도박에 빠져 있었다. 마이클이 닉과 함께 러시안룰렛을 하면서 ‘집에 돌아가자.’고 말하자, 기억상실증에 빠진 닉이 잠시 기억이 돌아왔는지 ‘한방’ 하고 말하면서 방아쇠를 당기는데, 총알이 닉의 머리를 관통하면서 즉사한다.

   스티븐과 안젤라까지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 ‘God Bless America(미국에 축복을)’를 함께 부르고, 닉의 장례식을 치르고 추모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디어 헌터’는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연민을 이끌어낸 반전(反戰) 영화이다. 아울러 권총에 총알 하나만 넣고 탄창을 돌린 후 자신의 머리를 겨누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러시안룰렛을 전 세계에 알린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베트콩이 미국인 포로들에게 러시안룰렛을 강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베트남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가해자이면서 희생자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러시안룰렛 도박에 빠지는 역할은 원래 로버트 드니로가 맡기로 했다가 크리스토퍼 워컨으로 역할을 바꿨는데, 덕분에 워컨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또 메릴 스트립은 당시 암 투병을 하던 애인 존 카잘(1935~1978)을 보살펴주려고 린다 역을 자원했는데, 존 카잘은 끝내 이 영화 개봉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주제곡 ‘카바티나(Cavatina)’의 애잔한 선율이 들리면, 닉을 데리러 간 마이클과 붉은 머리띠를 한 닉이 마주 앉아서 러시안룰렛을 하는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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