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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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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The Mummy)

 

최용현(수필가)

 

   모험영화는 무조건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야 한다. 명품 모험영화의 계보는 1980년대 인디아나 존스로 시작되어 백 투 더 퓨처를 거쳐 미이라시리즈로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CG기술의 획기적인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모험영화들이 등장했다. ‘반지의 제왕해리포터’,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가 그것이다.

   영화 미이라(The Mummy)’1999년에 개봉하여 상당한 흥행을 기록한 모험공포영화이다.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올바른 표현은 미라)가 수천 년 후에 다시 살아나 큰 재앙을 일으킨다는 설정 자체가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지만, 무대가 이집트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대 이집트의 왕조 중에서 가장 번영을 구가한 시기인 기원전 12세기, 죽은 자의 파수꾼인 대승정(大僧正) 이모텝(아놀드 보슬루 )은 세티왕의 후궁인 아낙수나문과 부적절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불륜행각이 세티왕에게 발각되자, 아낙수나문은 이모텝에게 자신을 부활시켜 달라고 부탁하고 자결한다.

   이모텝은 신의 노여움을 무릅쓰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흑마서의 주문(呪文)으로 몰래 아낙수나문을 부활시키려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파라오의 근위대에 발각되어 산 채로 미라가 되어 인육(人肉)을 파먹는 풍뎅이를 가득 넣은 석관에 갇혀 죽는 끔찍한 형벌 홈다이에 처해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 귀족과 왕족들이 묻힌 도시 하무납트라는 거대한 모래폭풍에 휩싸여 땅속에 파묻힌다. 홈다이로 죽은 미라가 부활하면 사무친 한() 때문에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이 온다는 괴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고.

   3천년 후, 세계 곳곳에서 탐험가들이 고대 이집트의 황금유물이 잔뜩 묻혀있는 지하도시 하무납트라를 차지하려고 용병들을 이끌고 오는데, 이들은 모두 파라오 근위대의 후손들로 구성된 자위대(自衛隊)에 저지당해 죽고 만다. 탐험가 오코넬(브랜든 프레이저 )이 이끌고 온 용병부대도 자위대와의 전투에서 전멸당하지만 오코넬은 운 좋게도 살아남는다.

   고대 이집트어에 능통한 카이로도서관의 사서(司書) 에블린(레이첼 와이즈 )은 세티왕 때의 석관 열쇠를 훔쳐온 오빠 조나단과 함께 하무납트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오코넬을 찾아가고,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하무납트라로 향한다. 이들은 가져온 열쇠로 아누비스 상 바로 아래에 있는 한 석관을 여는데, 아뿔싸 그것은 이모텝의 관이었다.

   에블린이 주문을 읽는 바람에 살아난 이모텝이 그동안 쌓인 한을 푸는 괴력을 쏟아내자, 재앙이 온 이집트를 뒤덮는다. 이모텝은 아낙수나문을 부활시키는데 필요한 육신으로 쓰려고 에블린을 납치한다. 오코넬과 조나단은 풍뎅이 떼에 쫓기면서 이모텝과 사투를 벌이며 에블린을 구해내고, 살아난 미라를 다시 잠들게 하는 주문이 있는 황금서를 찾아내는데.

   이병헌이 나오는 지 아이 조’(2009) 연출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티븐 소머즈가 감독한 미이라인디아나 존스시리즈에 버금가는 모험공포영화로 꼽힌다. 미라의 환생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엮어내어 스릴과 긴장감, 그리고 곳곳에 배치한 유머 코드로 스케일이 큰 로맨틱 어드벤처 영상을 구현해냈다.

   1920년대 이집트 카이로의 모습과 태양이 비치는 일정한 시간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무덤도시 하무납트라는 세트장을 지어서 촬영했다. 그러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웅장한 모습과 위풍당당한 파라오의 행렬, 풍뎅이 떼의 습격장면과 모래폭풍이 비행기를 따라와 삼키는 장면 등은 CG기술로 만들어냈다.

   출연자들은 아주 다양한 캐릭터로 짜여있다.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오코넬은 진지함보다는 코믹한 모습으로 오락영화 주인공의 새로운 상()을 선보이고 있다. 여주인공 에블린은 내가 미라가 되면 당신을 따라다닐 거예요.’ 하면서 오코넬을 쫓아다니는데, 보면 볼수록 귀엽고 좀 엉뚱한 매력도 있어 보인다.

   이야기 구조상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빡빡머리 이모텝은 엄청나게 큰 입만 벌리면 가공할 초능력을 발휘하는 괴력의 소유자이면서 놀라운 카리스마로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배신을 일삼는 오코넬의 전직 동료 용병 베니와 에블린의 오빠 조나단의 깨알방정은 양념처럼 심심찮게 웃음을 준다.

   그러나 오코넬 일행과 이모텝의 관계를 선악의 구도로 몰고 간 것은 지나친 이분법이 아닌가 싶다. 또 미라가 산 사람의 몸을 흡수하여 온전한 인간으로 복원하는 것이나, 부활한 이모텝이 슈퍼맨이 되는 것도 죽음의 책어쩌고 하면서 미리 복선을 깔아놓긴 했지만 너무 황당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흑마서나 황금서 따위도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이고.

   ‘미이라’ 2편은 부활한 이모텝이 오래전에 세계를 정복했던 스콜피온 킹의 팔찌를 찾아내어 그의 전갈부대를 환생시켜서 세계를 정복하려는 이야기이다. 그 팔찌가 결혼한 오코넬과 에블린의 아들 손에 들어가면서 아들이 납치되고, 오코넬 부부가 열기구를 타고 아들을 찾아 나서면서 여러 가지 난관을 헤쳐 가는 모험이 전개된다. 스토리는 약간 산만하지만 CG의 힘을 빌린 특수화면들은 볼 만하다.

   ‘미이라’ 3황제의 무덤은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여사제의 저주로 미라가 되었다가 3천 년 후에 병마용(兵馬)과 함께 깨어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오코넬 가족이 다시 활약하는 이야기이다. 여주인공 레이첼 와이즈는 나오지 않고 홍콩무협스타 이연걸과 양자경이 나와서 좀 낯선 느낌이 든다. 화려한 CG 덕분에 재미도 있고 볼만하지만 아예 별개의 영화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에 이집트의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사진을 보고 그 엄청난 규모와 신비로움에 압도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쇠망치조차 없던 5천 년 전에 어떻게 저 큰 돌을 깎아 저만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저 거대한 피라미드 안에는 도대체 어떤 사연과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

   ‘미이라의 무대인 이집트에 가보고 싶다. 인류 최고(最古) 최대의 건축물인 기자에 있는 쿠푸왕의 대() 피라미드 꼭대기에도 한번 올라가보고 싶고, 그리스신화 오이디푸스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 스핑크스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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