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수필가)
캘리포니아 힐 밸리에 사는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扮)는 로큰롤과 기타 연주, 스케이트보드 타기를 좋아하는 좀 별난 고등학생이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괴짜 과학자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扮)로부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발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운전 시간에 맞춰 찾아간다.
브라운 박사가 스포츠카 드로리언(DeLorean)을 개조해 만든 타임머신은 시속 88마일에 도달하면 계기판에 입력한 연대(年代)로 순식간에 시간이동을 하는데, 그에 필요한 동력은 리비아 테러범들에게서 빼낸 플루토늄을 이용해 만들었다. 타임머신을 탄 마티는 박사의 지시대로 계기판을 30년 전으로 돌려놓는다.
그때, 브라운 박사가 플루토늄을 훔쳐간 사실을 알게 된 리비아 테러범들이 차를 몰고 들이닥쳐 기관총을 난사한다. 브라운 박사가 총에 맞고 쓰러지자, 이번에는 총구가 마티를 향한다. 마티는 타임머신의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다. 속도계가 88마일을 돌파하는 순간 타임머신은 현재에서 사라진다.
1955년 시계탑 아래, 고등학생 조지 맥플라이는 학교 주먹 짱인 비프에게 얻어터지며 그의 숙제를 대신해주고 있다. 마티가 미래의 아버지인 조지를 따라가 보니 나무 위로 올라가 한 여학생의 방을 훔쳐보다가 길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때 승용차가 달려오자, 마티가 잽싸게 뛰어들어 조지를 밀쳐냈으나, 자신은 차에 부딪혀 쓰러지고 만다. 눈을 떠보니, 승용차 주인의 딸 로레인의 방이다. 미래의 어머니인 로레인은 마티에게 홀딱 반하는데….
다시 1985년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타임머신의 연료가 떨어져서 갈 수가 없다. 마티는 전화번호부에서 찾아낸 브라운 박사를 방문하여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만한 동력을 내는 연료가 없단다. 마티가 들고 온 시계탑 복원을 위한 모금전단지를 훑어보던 브라운 박사는 며칠 후 시계탑에 번개가 내리칠 때 그 전기를 이용해서 타임머신을 구동(驅動)시키기로 한다.
마티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댄스파티에서 처음 만나 함께 춤을 췄다고 하던 이야기를 기억해내고, 댄스파티가 열리는 날 파티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비프가 승용차 안에서 로레인을 겁탈하려 하자, 조지가 회심의 일격으로 비프를 때려눕힌다. 이 모습에 반한 로레인이 조지와 춤을 추게 되면서 자칫 어긋날 뻔했던 미래는 다시 정상궤도를 가게 된다.
마티는 파티장에서 척 베리의 ‘자니 비 구드(Johnny B Goode)’를 기타로 신들린 듯 연주하여 관중들의 혼을 쏙 빼놓고 황급히 시계탑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브라운 박사에게 30년 후에 총에 맞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메모를 남겨주고, 시계탑에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1985년으로 귀환한다.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날아간 아들이 부모의 청춘시절 로맨스에 관여하게 되는 기상천외한 줄거리의 영화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SF오락영화의 걸작으로 탄생시켰다. ‘포레스트 검프’(1994년)로 유명한 로버트 저메키스가 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키자, 저메키스 감독은 2편(1989년)과 3편(1990년)을 차례로 만들었다.
2편은 브라운 박사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로 간 마티가 구입한 스포츠 연감을 입수한 비프가 몰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자신에게 전해주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거액의 배팅으로 졸부(猝富)가 된 비프는 마티의 아버지 조지를 살해하고 마티의 어머니 로레인과 결혼하는 등 미래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과거로 가서 비프와 스포츠 연감 쟁탈전을 벌이는 줄거리이다.
3편은 마티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의 서부개척시대로 간 브라운 박사가 한 여교사와 사랑에 빠져 우여곡절을 겪는 내용이다. 거기서 고조부모를 만난 마티가 자신의 이름을 엉겁결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서부극 영웅에 대한 오마주라고 봐야 할 것 같다.
1편의 끝 장면이 2편의 첫 장면이듯이 1,2,3편은 연속극처럼 연결되어 있고, 배역도 그대로이다. 주인공 마티가 아들 역뿐 아니라 먼 직계조상 역까지 맡았고, 악역인 비프가 3편 서부극에서도 악당 역을 맡아 활약한다. 1편에 나오는 마티의 애인 제니퍼가 2, 3편에서는 다른 배우로 바뀌지만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흡사하게 생겼다.
2편에 나오는 미래, 즉 2015년의 모습을 오늘날과 비교해보자. 1980년대를 풍미하던 켈빈클라인 팬티와 펩시콜라, 나이키 운동화는 지금도 맹위를 떨치고 있고, 지문인식 출입문, 벽걸이TV, 화상통화는 이미 실현되었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발 사이즈에 맞게 자동으로 조여지는 신발 끈, 지상에서 붕 떠가는(hover) 보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시계탑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 미래를 종횡무진 넘나드는데, 이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아이템으로 기껏 가족사를 다룬 점은 좀 실망스럽지만. 오락영화이니 어쩔 수 없다. 시간여행이 정말 실현가능한 일인지, 가능한 일이라면 과거로 가서 뭔가를 바꿔놓으면 미래가 그렇게 바뀌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비트 잇(Beat it)’이 나올 땐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이 생각나 서글펐다. 마티가 겁쟁이(chicken)란 말만 들으면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것이나, 브라운 박사가 데리고 있는 개 이름을 1편에서는 아인슈타인, 3편에서는 코페르니쿠스로 지은 것 등은 곳곳에 깔아놓은 유머코드이리라.
주인공 마티 역은 처음엔 에릭 스톨츠가 맡아 한 달 이상 촬영을 했다. 그런데 약간 코믹한 캐릭터를 그가 너무 진지하게 연기하는 바람에 영화의 분위기가 가라앉아버렸다. 결국 저메키스 감독은 주인공을 마이클 J. 폭스로 교체하여 다시 촬영을 했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판단을 한 셈이다.
164cm의 작달막한 체구에 익살 끼 가득한 마이클 J. 폭스는 이 영화시리즈로 단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 잘 안 보인다 했더니 10여 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속히 회복되어 다시 은막에서 왕성한 끼를 발산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