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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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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The Graduate)

 

최용현(수필가)

 

     ‘졸업’  ‘작은 거인’  ‘빠삐용’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투씨’  ‘레인 맨’  ‘후크. 이런 영화 제목들을 보면 금방 한 배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달막한 키, 보잘 것 없는 체격, 평범하다 못해 약간 어벙한 얼굴, 영화배우의 외모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보이지만 연기를 아는 배우 더스틴 호프만이다.

   영화 졸업(The Gradute)’은 찰스 웹의 소설 ‘The Gradute New York 1963’1967년에 영화화한 것으로, 독일 출신의 마이크 니콜스에게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수작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이지 라이더’(1969)와 함께 젊은이들의 일탈과 정체성 문제를 다룬 196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원래 남자주인공은 미남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물망에 올랐으나, 신체조건이나 외모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고도 연기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더스틴 호프만이 최종 낙점되었고, 그는 데뷔작인 이 영화 한 편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다.

   이 영화는 오냐오냐하고 키운 상류층의 아들들, 특히 이십대 청년들의 심각한 실업문제와 자립심 결핍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순진한 청년과 중년 부인의 불장난을 통하여 당시 미국사회의 성문란과 타락상, 기성세대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명문대학을 갓 졸업한 벤자민(더스틴 호프만 )이 집으로 돌아온다. 이웃사람들이 벤자민의 졸업을 환영하고 여러 가지 기대를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른다. 아직 사랑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벤자민은 어머니의 친구인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 )의 유혹에 넘어가 그녀와 불장난(?)을 하고 만다.

   로빈슨 부인의 딸 일레인이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오자, 벤자민은 일레인(캐서린 로스 )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는데 일레인도 벤자민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이 몰래 교제 중인 것을 알게 된 로빈슨 부인은 벤자민에게 헤어지라고 엄중히 경고한다. 자신과의 관계를 모두 딸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결국, 일레인은 벤자민과 어머니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다. 충격을 받은 일레인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버린다. 벤자민은 일레인을 찾아가 로빈슨 부인이 자신을 유혹한 것이라고 털어놓으며 용서를 구한다. 일레인은 벤자민을 용서하지만 그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한편, 로빈슨 부인의 남편도 벤자민이 자신의 아내와 불륜관계였고, 딸 일레인과도 교제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벤자민을 찾아가 최후통첩을 한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너같이 더러운 녀석한테는 절대로 내 딸 못줘. 또다시 내 딸을 넘본다면 그땐 널 법정으로 끌고 갈 수도 있어.”

   일레인의 부모들은 벤자민을 떼어놓기 위해 일레인을 속히 결혼시키려 하고, 부모의 성화를 견디지 못한 일레인은 급기야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벤자민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지,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고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 벤자민은 차를 몰고 예식장을 향해 달려간다. 결혼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늘 무기력하게 살아오던 벤자민, 지금의 그는 그때의 벤자민이 아니다. 벤자민은 2층 통유리 창에서 아래층 결혼식장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일레인! 일레인!”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벤자민의 목소리를 들은 일레인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벤자민임을 깨닫고 !’ 하고 화답하면서 뛰어나온다. 벤자민은 일레인의 손을 잡고 일레인의 부모와 수많은 하객들을 따돌리며 결혼식장을 나와 지나가는 버스에 오른다.

   벤자민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을 뛰쳐나오는 라스트 신은 부도덕한 기성세대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명장면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이후 많은 영화들이 이 장면을 벤치마킹해서 썼다.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커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혼자 쓸데없는 걱정을 하던 생각이 난다.

     ‘졸업이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장모가 될 사람과의 불륜 때문에 심의에 걸렸다. 그 때문에 번역 자막에서는 두 모녀를 나이차가 많이 나는 자매관계라고 했다가, 다시 이모와 질녀 사이로 바꾸고 나서야 심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영화 졸업은 초등학교 동창생인 사이먼과 가펑클의 주옥같은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애잔하고 서정적인 스카보로의 추억(Scarborough Fair)’, 중년 부인의 불타는 정염은 로빈슨 부인(Mrs. Robinson)’, 그리고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의 달콤하고 감미로운 멜로디.

   이들 세 곡은 모두 당시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1968년도 그래미상 4개 부문을 휩쓸면서 골드 레코드가 되었다. 그중에서 ‘The Sound of Silence’의 가사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멤버인 폴 사이먼이 어느 새벽에 썼는데, 노래 가사라기보다는 영혼의 교감을 채록한 한 편의 시() 같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내 오랜 친구, 어둠이여)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자네랑 이야기하려고 다시 왔다네)

                    …………………………………

 

    20대의 태반이 백수라고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가 미국에서는 그때 이미 대두되었다. 영화 졸업은 인생의 기로에 서있는 청년들의 사랑과 방황, 고민 등 젊은이들의 복잡한 심리를 밀도 있게 표현해 내면서,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는 청춘영화의 고전이다.

   무기력한 청년이 막판에 사랑을 되찾기 위해 용기를 발휘하는 모습은 정말 멋지고 통쾌하지 않은가. 졸업은 분명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시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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