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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남긴 두 이리 ‘이각과 곽사’

삼국지 인물열전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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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남긴 두 이리 이각과 곽사

 

최용현(수필가)

 

   포악한 독재자 동탁이 여포의 손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자, 이각 곽사 장제 번조 등 동탁의 심복 네 장수는 앞일이 난감했다. 이들은 우선 근거지인 섬서로 도망친 다음, 항복하겠다는 표문을 장안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 제의가 당시 조정의 실세였던 사도 왕윤에 의해 거절되자, 네 장수는 모사 가후의 계책대로 싸우기로 방향을 바꾼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지 않는가. 이각과 곽사 등은 왕윤이 대군을 보내 동탁의 근거지 주민들을 모두 죽이려 한다.’고 헛소문을 퍼뜨리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느니 모두 나서서 동탁의 원수를 갚자.’며 주민들을 선동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주민들이 이각과 곽사의 군문(軍門)으로 몰려드니 순식간에 군사가 십만 명이 넘었다. 네 장수는 군사를 나누어서 일부 군사들이 맹장 여포를 도성 밖으로 유인하는 사이, 나머지 군사들은 물밀듯이 장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여포가 급히 회군하여 성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이미 도성 장안은 이들의 수중으로 떨어지고 난 뒤였다. 이각과 곽사 등은 황궁으로 달려가 황제를 협박, 사도 왕윤을 끌어내 목을 베니 다시 대권은 이들 네 장수에게로 돌아갔다.

   이각은 같은 열()의 장수 번조에게 적장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워 죽이고, 장제를 부하장수로 만들어 섬서로 보냈다. 그런 다음 곽사와 함께 대권을 나누어 가지기로 하고 자신들의 벼슬을 멋대로 정하는 등 국정을 전단(專斷)했다. 장안은 이들이 이끌고 온 군사들의 말발굽에 여지없이 짓밟혔다.

   동탁을 제거하고 나니 그의 잔당들이 날뛰고 있다. 이를 어쩔 것인가? 권력이란 본시 부자(父子) 간에도 나눠가질 수 없는 것, 그런데 이각과 곽사가 대권을 공동으로 점유하고 있다면 이미 해결책도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 둘을 갈라놓으면 되는 것이다.

   이때, 두 사람을 이간시키려고 남몰래 고심하던 중신 양표는 곽사의 처가 질투가 심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드디어 작전을 개시한다. 양표는 자기 아내를 곽사의 부인에게 자주 보내면서 가깝게 지내도록 했다. 어느 날, 양표의 부인은 곽사의 부인에게 살짝 일렀다.

   “요즘 곽 장군은 이 장군의 부인과 깊은 관계라는 소문이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만일 이 장군이 소문을 듣게 되면 곽 장군께서 필히 해를 당하실 것입니다. 은밀히 대비책을 세우도록 하십시오.”

   곽사의 부인은 질투심에 눈이 뒤집혀 펄쩍 뛰었지만 혹시 남편이 해를 입을까봐 전전긍긍했다.

   며칠 뒤, 이각의 부중(府中)으로부터 연회 초청을 받은 곽사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곽사의 부인이 혹시 술에 독이라도 타면 어떻게 하느냐?’며 가지 못하게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장안을 점령하고 대권을 나누어 가진 이래, 아직 한 번도 서로를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부인이 하도 말리는 바람에 곽사는 그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각은 아무리 기다려도 곽사가 오지 않자 주안상을 곽사의 집으로 보냈다. 그러자 곽사의 부인은 자신의 의심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보내온 안주를 부엌으로 가져가 몰래 독을 뿌려서 내왔다. 곽사가 안주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으려 하자, 부인이 황급히 제지하면서 말했다.

   “이 음식은 그 집에서 보내온 것인데 어찌 함부로 드시려 하오?”

   부인은 안주 하나를 마당에 있는 개에게 던졌다. 그러자 안주를 먹은 개가 미친 듯이 날뛰다가 쓰러지더니 바로 숨이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를 지켜본 곽사는 치를 떨며 이각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 후 곽사는 이각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한사코 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이각이 베푸는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심한 복통을 앓았다. 그의 부인은 음식에 독을 넣은 것이 분명하다며 또 이간질을 했다.

   복통으로 며칠 고생한 곽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휘하 군사를 이끌고 이각의 부중으로 쳐들어갔다. 이각도 곽사의 배신에 분개하며 군사를 일으켰다. 두 군대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이각은 재빨리 조카 이섬에게 황제를 납치하게 하여 동탁이 기거하던 미오성에 가둬두고 감시케 했다. 황제를 끼고 있는 편이 대의명분이 앞선다는 것을 안 까닭이었다.

   이각에게 선수를 빼앗긴 곽사는 분을 이기지 못하여 궁궐을 습격, 비빈(妃嬪)들과 궁녀들을 닥치는 대로 능욕하고 궁궐에 불을 질렀다. 도성 장안은 두 군사들의 싸움과 노략질로 완전히 무법천지가 되고 말았다. 그 사이, 이각이 전에 섬서로 보냈던 장제가 대군을 이끌고 황제가 있는 미오성에 들이닥쳤다.

   황제를 배알한 장제는 도성을 낙양으로 옮길 것을 종용했다. 아무 실권 없는 황제가 달리 의견이 있을 리 없었다. 황제 일가가 낙양을 향해 떠나자 숨어있던 한의 구신(舊臣)들이 달려와서 어가(御駕)를 호위했다. 서로 싸우다 황제를 빼앗겨 버린 이각과 곽사는 곧 싸움을 중지하고 다시 힘을 합하여 어가를 추격했다.

   황제 일행이 천신만고 끝에 낙양 부근에 도착해보니, 낙양은 옛날 동탁이 불태운 폐허 그대로였고 남아있는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었다. 황제는 산동에 있는 조조에게 어가를 보호하라는 조서를 보냈고, 황제의 부름을 기다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던 조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군사를 이끌고 낙양으로 입성한다.

   이때, 이각과 곽사는 조조에게 저항하는 것은 무리라며 항복을 권하는 모사 가후의 계책을 듣지 않고 조조와 일전을 겨루기로 했다. 첫 싸움에서 여지없이 참패하여 재기불능 상태가 된 이각과 곽사는 패잔병을 이끌고 섬서로 도망쳤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부하들에게 살해된 두 사람의 목은 싸늘한 수급이 되어 조조에게 바쳐지고 만다.

   여자의 질투심을 이용한 반간계(反間計)에 말려들어 서로를 의심하다가 패망한 이각과 곽사, 대권을 나누어가진 그 자체에 이미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몰락이 남긴 교훈은, 뚜렷한 대의명분 없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탁된 세력은 내부의 조그만 이간질에도 쉽게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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