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현(수필가)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년)’은 팀 버튼 감독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는 로맨스 판타지 컬트영화로, 가위손을 가진 미완성 인조인간이 한 가족에 합류하면서 그 집의 10대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루었다.
제작비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주로 미국 플로리다에서 촬영했으며, 전 세계에서 8,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했다. 1991년 우리나라 개봉 때는 서울 관객 7만 7천 명을 기록하여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14년 재개봉 때는 관객 1만 4천 명을 기록했다.
인간사회에 합류한 인조인간이 상징적인 인간군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러 가지 희극과 비극을 경험하는데, 차가운 금속성 가위손을 가진 인조인간이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보다 더 순수하고 인간적이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이 캘리포니아 교외에서 보낸 사춘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 중에서 영화적 정수(精髓)가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어느 눈 내리는 밤, 할머니가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을 어귀 산 위에 있는 고성(古城)에 늙은 과학자가 창조한 인조인간 에드워드(조니 뎁 扮)가 살고 있다. 늙은 과학자가 마지막 과정인 두 손을 조립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는 바람에 에드워드는 가위손을 단 채 고성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다.
수십 년 전, 화장품 외판원 펙(다이앤 위스트 扮)이 차를 몰고 고성에 들렀다가 차가운 가위손을 지니고 외롭게 살아가는 에드워드를 만나게 된다. 마음씨 착한 펙은 에드워드를 자기 집에 데려와서 남편 빌과 10대 딸 킴(위노나 라이더 扮), 어린 아들 케빈에게 소개하면서 한 가족처럼 살게 해준다.
케빈은 에드워드를 학교에 데려가서 친구들에게 가위손 실력을 보여주며 자랑한다. 마을 사람들도 에드워드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 에드워드는 마을 사람들의 정원수(庭園樹)를 멋진 조각처럼 다듬어 주고, 마을 여성들의 머리 손질에서부터 애완용 개의 미용까지 환상적인 가위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에드워드는 급기야 TV에 출연하여 인터뷰까지 한다.
이 마을의 과부 조이스는 에드워드가 미용실을 차리도록 돕겠다고 제안한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 한 곳에서 조이스는 옷을 벗으며 에드워드를 유혹하는데, 겁먹은 에드워드는 도망친다. 주민등록번호도, 직업도, 신용카드도 없어서 은행 대출이 좌절되면서 미용실을 차리려던 에드워드의 계획은 무산된다.
어느 날, 킴의 남자친구 짐(앤서니 마이클 홀 扮)이 자기 아버지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에드워드의 가위손을 이용하여 잠긴 창고 문을 여는데, 경보장치가 울리면서 짐과 일행들은 도망치고 에드워드는 체포된다. 에드워드는 다음 날 풀려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제 에드워드를 도둑질이나 하는 나쁜 사람으로 본다. 게다가 조이스는 에드워드가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고 동네 여성들에게 거짓 소문을 퍼뜨린다.
크리스마스가 되자, 에드워드는 킴을 모델로 얼음 조각상을 만든다. 깎여 나간 얼음 가루가 흩날리면서 눈처럼 내리는데, 킴은 눈 속에서 춤을 춘다. 그때 짐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놀란 에드워드가 킴의 손에 상처를 입힌다. 짐이 고의로 킴을 해쳤다며 꺼지라고 소리치자, 에드워드는 집을 나간다. 짐의 만행에 진저리가 난 킴은 짐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밤중에 에드워드가 집에 돌아오자, 킴은 안아달라고 한다. 그때 술에 취한 짐의 친구가 차를 몰고 킴의 집으로 오다가 케빈을 칠뻔한다. 에드워드가 급하게 케빈을 밀쳐내면서 케빈을 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케빈에게 상처를 입힌다. 짐이 에드워드를 구타하자, 에드워드는 예전에 살던 고성으로 가버린다.
킴이 고성에 올라가 에드워드를 만나자, 질투에 눈이 먼 짐이 권총으로 에드워드를 쏘려고 한다. 킴이 에드워드 앞을 막아서자, 짐이 킴을 때리며 밀쳐낸다. 화가 난 에드워드가 가위손으로 짐의 배를 찔러서 창문 밖으로 밀쳐버린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몰려오자, 킴은 짐과 에드워드가 싸우다가 둘 다 죽었다고 말하고 저택에 있던 가위손 모형을 보여준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돌아간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자신이 킴이라고 밝히면서,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을 기억해 주기 바라기 때문에 그 후에 한 번도 고성에 가지 않았단다. 눈이 내리는 것은 에드워드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란다. 고성에서는 에드워드가 킴의 얼음 조각상 옆에서 얼음을 깎고 있고, 얼음 가루가 흩날려서 눈이 되어 내린다. 할머니가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너도 언젠가는 눈 속에서 춤추는 기쁨을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가위손’은 동화 같은 줄거리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주는 판타지 영화로, 특히 가위손으로 얼음을 조각하며 눈꽃을 날리는 에드워드와 눈 속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킴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음악을 맡은 작곡가 대니 엘프만의 OST 중에서 가장 유명한 ‘Ice Dance’가 이때 흘러나온다.
여주인공 킴은 마을 사람들에게 에드워드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그가 안전하게 고성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도 인간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에드워드가 다시 고성으로 돌아가서 세상과 단절한 채 혼자 살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때때로 눈을 내리게 하여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조니 뎁은 오른팔에 ‘Winona Forever’라고 문신을 새겨 위노나 라이더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드러냈고, 두 사람은 할리우드에서 촉망받는 커플이 되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사랑은 3년간 이어지다가 1993년에 막을 내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