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현(수필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 1989년)’는 1988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알프레드 어리가 쓴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그가 직접 각색하고, 호주 출신의 브루스 베레스퍼드 감독이 연출한 미국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이다.
아카데미 9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작품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분장상을 받았고, 골든 글로브에서도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도 작품상을 받은 소수의 영화 중에서 한 편이라는 점이다.
중간 규모인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에서 흑인 운전기사 호크 역을 맡았던 모건 프리먼이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고, 여든의 나이에 접어든 제시카 탠디가 미스 데이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750만 달러의 제작비로 북미에서 1억 600만 달러, 전 세계에서 1억 4,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대박을 터뜨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에 개봉하여 서울 관객 9만여 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동명의 국내 연극에서는 미스 데이지 역을 맡은 손숙과 함께 공연하면서 운전기사 호크 역을 맡아 열연한 원로배우 신구가 2010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의 음악은 ‘레인 맨’(1988년)으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한스 짐머가 맡아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했다. 이 곡은 블루스와 재즈를 기반으로 두고 있으며, 한스 짐머가 직접 연주한 신시사이저와 샘플러의 가상악기 소리이다. 그의 음악은 큰 호평을 받았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1948년, 은퇴한 유대인 전직 교사인 데이지 여사(제시카 탠디 扮)는 남편과 사별한 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늙은 흑인 가정부 아이델라와 함께 살고 있다. 깐깐한 성격 탓에 가끔 찾아오는 중소기업 사장인 40살 아들 불리(댄 애크로이드 扮)와도 데면데면하게 지낸다.
올해 72살인 데이지 여사는 자가용인 크라이슬러 윈저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여 시장에 가려고 후진하다가 이웃집 화단을 치고 들어가는데, 자신은 겨우 탈출하지만 차가 그 집 마당으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불리가 와서 조작을 잘못했다고 지적하자, 데이지 여사는 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우긴다.
아들 불리는 데이지 여사를 위해 갈색 허드슨 코모도어 승용차를 구매하고, 60대의 노련한 흑인 호크(모건 프리먼 扮)를 운전기사로 고용한다. 그러나 꼬장꼬장한 데이지 여사는 자기가 운전하겠다며 호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쌀쌀하게 대하면서 계속 타박한다.
그러나 인내심이 강하고 성격이 좋은 호크는 ‘제가 여사님 차를 운전하지만, 제 월급은 아드님이 주십니다.’ 하면서 넉살로 대응한다. 결국 데이지 여사는 호크가 온 지 6일 만에 차에 탄다. 그러다가 호크가 까막눈인 것을 알고 글씨 교본을 선물로 주며 글자를 배우고 익히라고 한다.
1963년, 부엌에서 TV를 보던 아이델라가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두자, 데이지 여사는 새 가정부를 들이지 않고 집안일을 직접 한다. 백인우월주의 조직인 KKK단이 유대교 회당에 폭탄을 터뜨리는 바람에 유대교 회당으로 가다가 돌아오게 된 데이지 여사는 미국 남부 지역에 흑인과 유대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하다며 호크를 따뜻하게 대해주기 시작한다.
유명한 흑인 목사인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연설하는 저녁 파티에 초대받은 데이지 여사는 아들 불리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사업을 하는 불리는 호크와 함께 가라고 한다. 데이지 여사가 파티장 입구에서 호크에게 함께 가자고 하자, 호크는 한 달 전에 초대장을 받았다면서 ‘좀 일찍 말씀하시지.’ 하면서 차에서 라디오로 연설을 듣겠다고 한다.
데이지 여사가 아흔 살이 넘어가자, 머리를 풀어 헤친다. 그리고 학생들 숙제를 챙겨야 한다는 둥, 학교에 늦겠다는 둥 하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호크의 손을 잡으며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른다.
1973년 추수감사절, 이제 65살이 된 불리는 85살이 된 호크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97살이 된 데이지 여사가 있는 주립양로원을 방문한다. 호크가 데이지 여사에게 식탁에 있는 파이를 다정하게 먹여주면서 영화가 끝난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KKK단의 본고장인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흑인은 주유소에서 백인이 쓰는 화장실을 쓸 수 없었던 시절에 늙은 백인 여성과 흑인 운전기사가 25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영화이다. 두 주연배우의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이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들 불리가 양념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단점은 스토리가 너무 평탄하다는 점과 시간과 장소가 바뀔 뿐 두 주인공의 이야기만 나온다는 점이다. 또 흑인과 백인 간의 우정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이 대등한 관계가 아니고, 주종관계를 이어가므로 인종차별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인들은 훈훈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흑인들의 처지에서는 모욕적이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사회의 숨은 인종 갈등을 고발하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1989년)가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예술적, 사회적인 면에서 더 우수하다며 작품상을 받았어야 했다는 의견이 꽤 많지만….
여주인공 제시카 탠디(1909~1994)는 ‘새’(1963년)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1년) 등으로 유명한 배우인데, 81세에 여우주연상을 받아 아카데미 여자배우 최고령 수상자가 되었다. 참고로, 아카데미 남자배우 최고령 수상자는 ‘비기너스’(2011년)로 82세에 남우조연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플러머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에서 폰 트랩 대령으로 나오는 바로 그 배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