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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저 블루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6. 1. 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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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저 블루(Soldier Blue)

 

최용현(수필가)

 

   ‘솔저 블루(Soldier Blue, 1970)’는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있었던 샌드크릭 대학살을 소재로 한 데오도르 올슨의 소설 ‘햇살 아래의 활촉’을 바탕으로 랄프 넬슨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시사회 때 미국 육군을 악마로 만들었다며 거센 항의를 받았으나 랄프 넬슨 감독은 ‘이게 바로 미국의 진실이다.’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인디언은 악이고 기병대는 정의라는 정통서부영화의 틀을 깨고 인디언의 입장에서 기병대의 만행을 고발한다. 135분 분량에서 너무 잔인하거나 혐오스러운 장면 20분가량이 잘려 나가 114분 분량으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개봉 때 서울관객 17만 7천명을 기록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버피 세인트 메리가 부르는 주제곡 ‘솔저 블루’가 낭랑하게 흘러나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1864년, 콜로라도 제11기병대는 리유니온 요새까지 금괴를 운송하면서, 인디언에게 잡혀서 추장과 2년간 살아온 백인여성 크레스타(캔디스 버겐 扮)도 마차에 태워 호송하고 있다. 그녀의 약혼자인 기병대 중위가 리유니온 요새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총기 구입을 위해 금괴 탈취를 노리던 샤이엔족 전사들의 습격을 받아 기병대원 21명이 죽고, 풋내기 이병 호너스(피터 스트라우스 扮)와 크레스타만 살아남는다. 호너스는 죽은 동료의 시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크레스타는 시체들을 뒤져서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있다.

   크레스타는 호너스의 고지식한 행동을 비웃으며 ‘솔저 블루’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푸른색 군복을 입은 기병대원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융통성 없는 서글픈 병사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두 사람은 리유니온 요새로 가기 위해 사막을 함께 횡단하는데, 노숙하면서 가다가 인디언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두 사람은 모닥불과 마차를 발견하는데, 마차를 뒤지던 호너스는 밑창에 숨겨놓은 장총 더미를 발견한다. 그 순간 마차 주인 아이삭(도날드 플레전스 扮)이 총을 겨누고 나타나 두 사람을 결박한다. 아이삭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결박을 푼 호너스는 이 총들이 인디언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를 마차 밑에 넣어 불을 지르고 크레스타와 함께 말을 타고 도망친다.

   크레스타는 아이삭이 쏜 총에 다리를 맞은 호너스를 동굴에 피신시키는데, 이때 타고 온 말이 도망쳐버린다. 크레스타가 약초 뿌리를 씹어서 발라주어 호너스의 상처는 많이 호전된다. 두 사람은 키스하고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호너스는 크레스타가 두고 간 목걸이를 목에 걸고 동굴을 나선다.

   크레스타는 길에서 만난 기병대원의 안내로 리유니온 요새에서 약혼자를 만나는데, 그로부터 피살된 기병대원 21명의 복수를 위해 내일 아침에 샤이엔족 마을로 쳐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크레스타는 몰래 말을 타고 샤이엔족 마을로 가서 속히 피난하라고 말하지만, 추장은 항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호너스도 리유니온 요새에 도착하여 기병대에 합류한다.

   다음날 새벽, 기병대가 샤이엔족 마을이 보이는 곳에 섰을 때, 추장이 성조기에 백기를 달고 오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기병대장 아이버슨 대령은 대포 발사를 명한다. 그러자 추장은 급히 돌아가서 결사대를 이끌고 항전하지만 역부족이다. 결사대를 제압한 기병대는 곧바로 마을로 쳐들어가서 사냥을 시작한다.

   기병대원들은 닥치는 대로 샤이엔족을 학살하는데, 여자를 강간한 후에는 유방을 도려내기도 하고, 도망가는 샤이엔족의 머리를 잘라 창검에 꽂기도 한다. 이때 크레스타를 찾던 호너스는 추장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호너스의 목에서 자신이 크레스타에게 준 목걸이를 발견한 추장이 잠시 주춤하다가 기병대원들에게 살해된다.

   한편, 어린이들과 함께 천막에 숨어있던 크레스타는 천막이 불타오르자, 어린이들을 협곡으로 대피시킨다. 그러나 언덕 위에서 어린이들을 발견한 기병대원이 신호를 보내자, 달려온 기병대원들이 크레스타를 밖으로 끌고나온 후, 어린이들을 짐승 죽이듯 모조리 참살한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울고 있던 크레스타는 호너스를 발견하고, ‘기도라도 해야겠군요. 솔저 블루. 멋진 시라도…,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하고 말한다. 호너스가 구토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기병대장이 ‘오늘 여러분들은 미국의 한 부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라는 육성이 들린다. 크레스타는 그곳에 머물고, 기병대의 만행을 말리던 호너스는 귀대하는 마차 뒤에 묶여서 끌려간다. 엔딩 크레딧에 이런 자막이 나오면서 영화가 끝난다.

   “1864년 11월 29일 새벽, 700명이 넘는 콜로라도 기병대가 샌드크릭의 평화로운 샤이엔족 마을을 공격했다. 인디언들은 성조기와 백기를 게양했으나, 기병대는 이를 무시하고 공격하였다. 학살된 500여 명의 인디언들 중 절반이상이 여성과 어린아이들이었다. 머리가죽이 벗겨지고 사지가 절단된 시체는 100여 구에 달했고, 많은 여성들이 강간당했다. 넬슨 A 마일스 장군은 미국 역사상 가장 부당한 대량 학살을 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19세기, 미국을 차지하려고 영국과 프랑스가 싸울 때는 인디언을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미국이 독립하자 더 이상 인디언은 쓸모가 없었다. 그러다가 1858년 콜로라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백인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곳에 살던 샤이엔 부족은 이주 명령을 받았으나 계속 버티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백인들은 서부 개척을 핑계로 30년에 걸쳐 인디언을 학살했다. 1천만 명에 달하던 인디언의 숫자는 25만 명으로 줄어들어 거의 멸종 수준이 되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숨기고 싶은 역사의 한 부분이다. 선조(先祖)들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미국 영화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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