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현(수필가)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 1950년)’은 여류작가 메리 오어의 단편소설과 라디오 드라마 ‘이브의 지혜(The Wisdom of Eve)’를 바탕으로, ‘클레오파트라’(1962년)의 감독으로 유명한 조셉 L. 맨키위즈가 각색과 감독을 맡아 연출한 흑백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이브의 캐릭터인 이브 해링턴은 최고의 악역 23위에 선정되었다.
제작비 140만 달러를 들여서 84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1990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영구보존하는 영화가 되었다. 미국 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에서 1997년에는 16위, 2007년에는 28위를 차지했다. 마릴린 먼로가 신인시절의 풋풋한 모습으로 잠시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1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음향상, 의상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베티 데이비스의 수상이 유력했으나 앤 백스터도 함께 후보에 오르는 바람에 표가 분산되어 수상에 실패했다. ‘타이타닉’(1997년)과 ‘라라랜드’(2016년)와 함께 세운 아카데미 최다후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칸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상과 여우주연상(베티 데이비스)을 수상했다.
미국 연극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사라시든 상을 수상하는 이브 해링턴(앤 백스터 扮)과 열렬히 환호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녀에 대한 과거를 추적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올해 만 40살이 된 저명한 연극배우 마고 채닝(베티 데이비스 扮)의 뉴욕 공연이 있던 날, 마고의 절친이자 극작가 로이드의 아내인 카렌(설레스트 홈 扮)은 무대 뒤에서 이브 해링턴이라는 젊은 여인을 만난다. 카렌은 마고의 공연을 빠짐없이 모두 보았다고 말하는 이브를 분장실로 데리고 가서 마고에게 소개시켜 준다.
이브는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털어놓는다. 농부의 외동딸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양조장에 취직했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으나 남편이 전사했으며,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극장에서 마고의 연극을 보고 감명을 받아 뉴욕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브의 얘기를 듣고 동정심과 연민을 느낀다.
마고는 이브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바로 비서로 채용하는데, 이브는 마고의 일정관리부터 의상, 음식 수발에 이르기까지 마고의 손발이 되어 열심히 일하면서 신임을 받는다. 어느 날, 마고는 우연히 이브가 자신의 드레스를 걸치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약간 경계심을 갖게 된다.
한편, 영화촬영을 위해 할리우드로 떠났던 마고의 애인이자 영화감독인 32살 빌이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브와 20분 동안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마고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마고는 이브가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침범해온다고 느끼며 경계를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마고가 괜히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치부한다.
이브는 마고의 절친인 카렌에게 마고의 대역이 필요할 때 자신이 맡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며칠 후에 그런 기회가 오자, 이브는 일주일간 마고의 대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력을 보이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 이브는 파티에서 만나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연극평론가 애디슨(조지 샌더스 扮)에게 부탁하여 톱스타 여배우들이 신인배우의 등장을 꺼리는 실태를 고발하는 논평기사를 내게 한다.
이브는 마고의 애인인 빌을 유혹하지만 넘어오지 않는다. 이제 마고도 이브가 팬을 가장하여 주도면밀하게 자신에게 접근했고, 자신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음날 빌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마고가 카렌 부부와 함께 바에서 와인을 마실 때, 이브가 카렌에게 쪽지를 보내 카렌의 남편이 쓴 새 연극의 주인공을 마고가 아닌 자신에게 줄 것을 요청하며 음흉한 속셈을 드러낸다.
연극평론가 애디슨은 뒷조사를 통해서 이브의 이름과 결혼, 남편의 전사 등이 모두 거짓임을 밝혀낸다. 아울러 양조장에 다닐 때 유부남 상사와의 불륜으로 그 마을을 떠나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으며, 의도적으로 마고에게 접근했음을 모두 밝혀낸다. 결국 이브는 새 연극의 주인공을 맡아 승승장구하지만, 자신의 모든 과거를 알고 있는 애디슨과 결혼하기로 한다.
영화는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 이브가 사라시든 상을 받고 뒷풀이를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에는 피비라는 젊은 여성 팬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브의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피비는 혼자 있을 때 이브의 드레스를 걸치고 거울 앞에서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면서, 피비가 제2의 이브가 될 것임을 암시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마고, 출세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브, 젊고 매력적인 이브의 구애를 뿌리치고 마고와의 애정을 지키는 빌, 뛰어난 수완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연극평론가 애디슨 등 여러 유형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연극계의 이면을 날카롭게 묘파하고 있다.
“Fasten your seat belt! It’s going to be a bumpy night!”
(안전띠를 매요. 오늘 밤은 아주 험난할 테니까요.)
영화 초반에 여주인공 마고가 파티 도중에 하객들에게 던진 말이다. 대스타 마고의 자존심과 불안심리가 응축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내면이 잘 드러난 말이다. 이 대사가 미국영화연구소에서 선정하는 ‘영화에 등장하는 100대 명대사’에서 9위에 선정되었다.
연극계의 이면을 다룬 ‘이브의 모든 것’은 영화계의 이면을 다룬 ‘선셋 대로’(1950년)와 함께 미국 연예인의 사생활을 다룬 최초의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마고 역을 맡은 베티 데이비스가 영화사에 남을만한 명연기를 보인 것은 실제로 자신의 처지가 마고 채닝의 처지와 똑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