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수필가)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은 줄리 앤드루스의 남편인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이 1961년에 연출한 영화로, ‘로마의 휴일’(1953년)과 함께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원작은 소설 및 영화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 냉혈한)’로 유명한 논픽션작가 트루먼 커포티의 동명소설이다.
이 영화는 제작비 250만 달러를 들여서 미국에서 8백만 달러, 해외에서 1400만 달러를 벌어들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6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받았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여우주연상(오드리 헵번)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NFR)에 영구히 보존하는 영화로 선정되었다.
1960년대 초 미국 뉴욕 5번가, 검은 벨벳 드레스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아름다운 여성이 택시에서 내린다. 그녀는 보석점 티파니를 창문으로 들여다보면서 크루아상을 뜯어먹으며 커피를 마신다. 할리(오드리 헵번 扮)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부유한 남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류사회로의 화려한 신분상승을 꿈꾸고 있다.
이 아파트에 가난한 작가 폴(조지 페퍼드 扮)이 이사를 온다. 유부녀인 정부(情婦)가 이 아파트를 얻어주었는데 폴은 정부한테서 용돈을 받고 있다. 폴은 전화를 빌려 쓰기 위해 아래층 할리의 집에 잠깐 들렀는데, 집 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지만 귀여우면서도 엉뚱한 할리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한밤중에 폴이 자고 있을 때, 할리가 창문으로 들어와 친구하자고 한다. 군대에 가있는 남동생 프레드와 많이 닮았다면서. 그러면서 스스럼없이 침대 속에 들어와 폴의 팔에 안겨 잠들기도 한다. 할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씽씽교도소에 있는 샐리 토마토에게 한 시간씩 면회를 하는 대가로 주당 100달러를 받고 있단다. 폴은 할리의 저녁 파티에서 초대되어 온 부자들과 함께 시끌벅적하게 놀기도 하고, 씽씽교도소 면회에 따라가기도 한다. 할리의 자유분방한 모습에 폴은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다.
어느 날, 폴은 아파트 앞에서 계속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나이든 남자에게 가서 말을 거는데, 그는 텍사스에서 수의사를 하고 있는 할리의 남편이란다. 시골에서 어렵게 살던 14살의 할리는 상처(喪妻)한 그 남자와 결혼하여 전처가 낳은 애들을 돌봐주다가 가출하여 이곳에 온 것이란다. 그는 ‘곧 제대하는 처남 프레드가 집으로 올 것’이라며 할리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할리는 오래전에 결혼은 무효가 되었다며 그 남자를 돌려보낸다.
폴은 과자봉지 속에 있던 경품이 당첨되어 받은 반지를 들고 할리와 함께 티파니에 가서 이름을 새겨달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잡화점에서 동물 종이가면을 함께 훔쳐 쓰고 집에까지 뛰어오는데, 두 사람은 처음으로 키스를 한다. 폴은 집에 찾아온 정부에게 이별을 고한다.
며칠 후, 도서관에서 남미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할리는 찾아온 폴에게 브라질의 백만장자 호세와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해 폴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다음날 할리는 호세와 함께 집에 오는데, 집 앞에 전보가 와있었다. 제대를 앞둔 동생 프레드가 지프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할리는 집안 기물들을 때려 부수며 발악하다가 잠이 든다.
몇 달이 지나고, 할리의 초대를 받은 폴이 할리의 집에 온다. 내일 브라질로 떠난다면서 할리가 포르투갈어 테이프를 들으면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식사하러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집에 경찰들이 와있었다. 수갑이 채워진 할리는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다. 매주 면회를 가는 샐리 토마토의 마약밀매에 할리가 가담했다는 혐의였는데, 신문에 기사가 크게 실린다. 다음날 아침, 할리는 지인의 도움으로 보석(保釋)으로 풀려난다.
할리는 마중 나온 폴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폴이 가져온 호세의 파혼통지문을 본 할리는 그래도 브라질에 가겠다면서 택시기사에게 공항으로 가자고 한다. 화가 난 폴은 전에 티파니에서 이름을 새긴 반지를 할리에게 던져주고 택시에서 내린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다. 반지를 만지작거리던 할리는 그때서야 행복이 바로 곁에 있었음을 깨닫고 택시에서 내려서 폴을 쫓아간다. 할리와 폴이 빗속에서 뜨겁게 포옹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원래 문구점이었던 뉴욕의 티파니는 이 영화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여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티파니 본점에는 귀금속을 사러 오는 사람보다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티파니 본점 4층에 있는 레스토랑 카페에는 ‘Breakfast at Tiffany’라는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름 그대로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는 거란다.
영화 중간에, 할리가 아파트 창틀에 앉아 기타를 치며 부르던 ‘Moon River’는 이 영화의 주제가이다. 조지아주 출신의 조니 머서가 작사하고 헨리 맨시니가 작곡하여 1962년 그래미상 올해의 음반에 뽑혔고, 이후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오드리 헵번이 63세로 사망한 해인 1993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헵번의 추모곡으로도 쓰였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아파트의 일본인 집주인은 계속 쪼잔 하면서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는데, 누가 봐도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다. 당시 이소룡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모멸감을 느껴서 중간에 나와 버렸다고 한다. 왜 동양인을 캐스팅하지 않고 왜소한 백인을 동양인으로 분장시켜서 나오게 했을까?
2017년 9월 27일, 오드리 헵번의 생전 애장품들이 영국에서 경매에 나왔다. 그 중에는 이 영화의 대본도 있었는데, 무려 63만 2,750파운드(9억 8,000만원)에 낙찰되어 할리우드 대본 역사상 최고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경매에서 팔린 오드리 헵번 소장품들의 판매액은 총 71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