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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7인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5. 2. 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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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

 

최용현(수필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의 핵심인물은 히틀러를 비롯하여 괴벨스, 괴링, 하이드리히, 힘러, 아이히만 등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암살시도는 여러 번 있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히틀러 암살미수사건에서 보듯이 철통같은 보안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고, 딱 한 번 성공한다. 유일하게 성공한 암살 작전을 다룬 영화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새벽의 7인’(1975년)은 아카데미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알피’(1966년)와 제임스본드 영화의 고전 ‘007 두 번 산다’(1967년)를 연출한 영국 출신의 루이스 길버트 감독이 미국과 체코슬로바키아 합작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위해 1940년대 프라하의 모습을 세밀하게 재현하고, 탁월한 연출력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이끌어내어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이 영화는 1976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 서울관객 31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상영시간 118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나치 독일은 체코슬로바키아를 무력으로 점령한다. 그리고 유태인 학살을 기획하고 설계한 최종책임자로, SS보안대와 경찰의 고위 실세이며 게슈타포의 2대 국장으로 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안톤 디프링 扮)를 체코슬로바키아 총독 겸 주둔군 사령관으로 보낸다. 체코에서 악명을 떨치던 그는 얼마 안 가서 ‘프라하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는다.

   1941년, 영국 런던에 있는 체코의 망명정부에서는 영국 공군과 협의하여 ‘유인원 작전(Operation Anthropoid)’을 수립하고, 체코 공수부대 출신의 하사관 얀(티모시 보텀즈 扮)과 요셉(앤서니 앤드류스 扮), 카렐(마틴 쇼 扮)에게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이들 3인의 특공대원은 영국 공군기와 낙하산으로 체코의 수도 프라하 근처에 침투하는데, 얀은 프라하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고 있는 연인 안나를 만나고, 카렐은 집에 가서 아내와 어린 딸을 만난다. 다시 모인 3인은 현지의 레지스탕스와 협력하여 기차역에서 하이드리히를 저격하려다 때마침 교행(交行)하는 기차 때문에 실패한다. 이에 망명정부에서는 특공대원 5명을 추가로 체코에 보내준다.

   1942년 5월 27일, 출근하는 하이드리히의 벤츠 무개차(無蓋車)가 코너 길에서 감속(減速)할 때 요셉이 하이드리히를 저격하려다 기관총이 불발되자, 얀이 재빨리 차에 수류탄을 던져넣고 도주한다. 수류탄 파편들이 주요 장기에 박힌 하이드리히는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체코인 의사의 수술을 거부하고 베를린에서 오는 히틀러의 주치의를 기다리다가 패혈증으로 사망한다.

   하이드리히의 장례식이 거창하게 치러지고, 나치는 무자비한 보복을 단행한다. 마치 나치에 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이듯 특공대원들을 도와준 프라하 부근의 리디체 마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마을을 초토화시킨다. 또 성년 남자들을 모두 학살하고, 여자들을 난민수용소로, 아이들을 특별교육기관으로 보낸다. 아울러 암살자들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대대적인 색출작업에 들어간다.

   이때 가족과 함께 있던 카렐은 독일군의 잔혹한 보복과 좁혀오는 수사망에 겁을 먹고, 아내와 어린 딸을 지키기 위해 나치 부대에 찾아가서 동료들을 밀고한다. 그러자, 독일군은 자전거를 타고 특공대원들을 도와주면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소녀의 집에 들이닥쳐 소녀의 엄마와 오빠를 잡아간다.

   연인 안나와 눈물겨운 작별인사를 한 얀은 특공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성당으로 들어가고, 카렐의 밀고로 7인의 특공대원들이 숨어있는 곳을 알게 된 독일군은 중무장한 대규모 병력으로 성당을 포위하고 성당 입구로 진입한다. 특공대원들은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독일군 수십 명을 사살하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하나 둘 전사한다.

   날이 어두워지자, 남은 특공대원들은 성당 지하실로 대피하는데 결국 얀과 요셉만 남게 된다. 특공대원들을 생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독일군은 카렐을 시켜 항복을 권유하지만…. 독일군은 성당 지하실 창으로 고무호스를 넣고 최루가스를 투입한다. 다시 지하실에 물을 투입하기 시작한다. 무릎까지 차오르던 물은 어느새 어깨까지 차오른다.

   1942년 6월 18일 새벽, 밤새도록 캄캄한 물속에 서있던 얀과 요셉은 저체온증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다. 이때 아침 해가 떠올라 창 너머로 지하실을 비춰준다. 얀과 요셉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면서 서로를 감싸 안고 서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이윽고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관중들 속에서 성당의 상황을 지켜보던 소녀와 안나가 쓸쓸히 돌아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폐허가 된 리디체 마을이 재건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의 근황이 자막으로 나온다. 특공대원들을 보살펴주던 성당의 신부는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소녀와 안나는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배신자 카렐은 1947년 체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되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Operation: Daybreak(작전명: 새벽)’인데 영화의 제목을 ‘새벽의 7인’으로 정한 것은 원작소설의 제목 ‘Seven Men At Daybreak’를 직역한 일본의 영화 제목을 그대로 우리나라 영화 제목으로 썼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의 내용은 얀과 요셉, 카렐의 3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지막 격전지인 프라하의 성(聖)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에서는 처절한 총격전의 흔적인 총알 자국을 그대로 두고 유리창을 설치하여 보존하고 있으며, 안에 들어가서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된다고 한다. 조국을 위해서 고귀한 목숨을 바친 두 젊은이가 물속에서 서로 껴안고 서로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마지막 장면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뜨거운 감동으로 짙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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