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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카우보이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5. 1. 3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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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카우보이(Midnight Cowboy)

 

최용현(수필가)

 

   텍사스에서 접시닦이를 하던 청년 조 벅(존 보이트 扮)은 ‘도시에서는 돈 많은 여자들이 젊은 남자를 돈으로 산다.’는 소문을 듣고 손바닥 만 한 라디오 하나만 들고 뉴욕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그는 자신의 반짝이는 카우보이 차림과 싱싱한 육체로 뉴욕 여성들을 매료시키면서 부유한 여성들에게 몸을 팔아 부자가 될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조그만 원룸에 숙소를 정한 조는 뉴욕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돈이 많아 보이는 여성들에게 추파를 던져보지만,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성은 없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여성과 호텔에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함께 즐겼는데 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뜯기고 만다. 그녀는 창녀였던 것이다.

   조는 우연히 들른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옆에 앉은 절름발이 리코(더스틴 호프먼 扮)와 얘기를 나누게 된다. 리코는 조의 이야기를 듣더니 그렇게 하려면 매니저가 필요하다며 부자 여성들을 잘 아는 남자 한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단다. 남은 돈을 모두 리코에게 소개료로 주고 그 남자를 만나 보니 이상한 종교에 빠진 광신도였다. 사기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조는 그 자리를 뛰쳐나와 리코를 찾아 나선다.

   며칠 후, 리코를 찾아내고 보니 전기와 수도가 끊긴 빈민가의 버려진 폐가에 기거하며 사기와 좀도둑으로 연명하고 있는 폐병환자였다. 조는 빈털터리가 되어 원룸에서 쫓겨나자, 리코의 폐가로 옮겨와 좀도둑질로 생필품을 조달해가며 함께 살아간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우정이 싹튼다. 돈이 떨어지자, 조는 재산 1호인 라디오를 판다. 그 다음엔 피를 팔아서 빵을 사오고….

   어느 날, 사진작가 커플이 카우보이 복장을 한 조의 사진을 찍더니 그를 히피 파티에 초대한다. 조는 리코를 데리고 파티에 간다. 그곳에서 리코는 굶주린 배를 채우지만 나오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조는 파티에서 눈이 맞은 여성과 함께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간다. 조는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당황하지만, 잠시 후 실력을 발휘하여 돈도 받고 다른 여성까지 소개 받는다.

   조가 리코에게 줄 아스피린과 멘소래담, 그리고 먹을 것을 사들고 돌아왔을 때, 리코는 열이 펄펄 나는데다 기침까지 심해져 누워있었다. 절뚝거리던 다리도 마비되었단다. 날씨가 추운데 난방이 안 되어서 리코의 병세가 더 심해진 것이다. 조는 병원에 가자고 하는데, 리코는 병원에는 한사코 가지 않겠다며 차라리 따뜻한 플로리다에 데려다달라고 한다.

   죽어가는 리코를 외면하고, 이제 슬슬 풀리기 시작한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이 일을 청산하고, 리코를 플로리다로 데리고 갈 것인가. 조가 소개받은 여성에게 전화를 해보니 며칠 후에나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조는 두 사람이 플로리다에 갈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이 많아 보이는 중년 남자를 유인하여 살해하고 지갑에서 돈을 빼낸다.

   조는 고열에 식은땀까지 흘리는 리코를 부축하여 플로리다로 가는 마이애미 행 버스에 오른다. 가는데 31시간이 걸리는데, 모레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한단다. 버스 안에서 조는 ‘마이애미에 가면 취직을 해야겠어. 몸 파는 일은 내게 안 맞아.’ 하고 말한다. 그런데, 리코는 마이애미를 코앞에 두고 버스 안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햇빛이 쏟아지는 마이애미의 아름다운 차창 풍광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상영 시간 113분.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년)는 매춘을 하는 남성, 즉 남창(男娼)을 의미하는 은어로, 영국 출신의 존 슐레진저 감독이 제임스 레오 헐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제작비 360만 달러를 들여서 4,4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대박이 났고 흥행에도 대성공했다. 슐레진저 감독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을 즐겨 주인공으로 쓰는데, 여기서도 남창과 폐병환자를 등장시켜 미국사회의 밑바닥 인생의 소외와 고독 문제를 다루면서 두 소외자의 우정이라는 인간적 유대의 가치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17세 이하 관람불가인 X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197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X등급 영화로는 처음으로 받은 작품상을 포함하여 감독상과 각색상을 수상하고, 두 주인공이 골든 글로브와 영국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휩쓸자, 17세 이하는 부모나 성인 동반인 R등급으로 조정되었다.

   두 주인공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조 역의 존 보이트는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로,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다. 이후 ‘챔프’(1979년)와 ‘폭주기관차’(1985년)에서는 주인공을, ‘미션 임파서블’(1996년)과 ‘아나콘다’(1997년)에서는 악역을 맡는다. 리코 역의 더스틴 호프먼은 데뷔작 ‘졸업’(1967년)의 우등생과는 상반되는 폐병환자 사기꾼 역을 맡았고, 이후 슐레진저 감독의 ‘마라톤 맨’(1976년)에 주연으로 기용된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년)와 ‘레인 맨’(1988년)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번 받는다.

   조가 텍사스를 떠나는 시작부분과 뉴욕에서 여성들을 낚으러 돌아다닐 때 흘러나오는 곡 ‘Everybody’s Talkin’은 1966년 포크송 가수 프레드 닐이 작곡해서 발표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69년 해리 닐슨이 리메이크하여 이 영화에 삽입하면서 빅 히트를 기록했다. 1970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

   여담 한 가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서부영화와 사무라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볼만한 서부영화가 들어오면 청와대에서 얼른 필름을 구해드렸고, 이 영화도 제목의 ‘카우보이’ 때문에 서부영화인줄 알고 구해드렸다. 그런데, 남창이 나오는 현대물이라서 박 대통령이 인상을 찌푸렸고, 그 때문인지 개봉관에서는 예정보다 빨리 이 영화를 내려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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