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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샘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2. 5. 1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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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샘(Manon des Sources)

 

최용현(수필가)

 

   ‘마농의 샘’은 프랑스 영화의 대부라는 별명을 지닌 클로드 베리 감독이 마르셀 파뇰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도시에서 산촌으로 이사 온 한 가족이 토착민들의 횡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대(代)를 이은 정착기(定着記)라고 할 수 있다. 1부는 꼽추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2부는 그의 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1부 장 드 플로레트(Jean de Florette). 병역을 마치고 고향 마을로 돌아온 위골랭(다니엘 오테유 扮)은 혼자 사는 백부 세자르(이브 몽탕 扮)의 집 근처에 정착한다. 위골랭이 늘 꿈꾸어오던 카네이션 시험재배에 성공하자, 세자르는 조카를 위해 투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카네이션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인데, 세자르의 땅에는 물 나오지 않는다.

   바로 옆 플로레트라는 여인의 땅에 물이 나오는 샘이 있는 것을 아는 세자르는 위골랭과 함께 샘의 입구를 시멘트로 막아버린다. 물이 없으면 그 땅을 헐값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레트가 죽자, 그녀의 아들 장(제라르 드파르디외 扮)이 아내와 어린 딸 마농을 데리고 이곳으로 이사 온다. 세자르는 장이 세무공무원 출신인데다 꼽추여서 이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위골랭을 앞세워 장에게 위선적인 친절을 베푼다. 장은 토끼를 키우면서 감자와 옥수수, 토마토 등을 재배하는데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마을사람들이 장을 따돌리는데다 혹독한 가뭄이 계속되자, 토끼들은 떼죽음을 하고 농작물은 죄다 말라죽어간다. 산 아래 민가에서 물을 길어 나르던 장의 가족들도 지쳐가고, 아내의 목걸이를 판 돈마저 바닥이 난다. 장은 마지막 수단으로 땅을 세자르에게 저당 잡히고 빌린 돈으로 우물을 파기로 하는데, 우물 속 암벽에 설치한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면서 낙석에 머리를 맞은 장이 숨지고 만다.

   장의 아내는 이곳 생활을 포기하고 도시로 떠날 준비를 한다. 드디어 장의 땅을 헐값으로 손에 넣은 세자르와 위골랭은 쾌재를 부르며 막았던 샘의 입구를 다시 뚫어 물길을 튼다. 그런데, 어린 마농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2부 마농의 샘(Manon des Sources). 10년 후, 서른 살이 된 위골랭은 카네이션 재배에 성공하여 부자가 되었다. 열여덟 살이 된 마농(엠마누엘 베아르 扮)은 어머니가 떠난 후 홀로 남아 염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위골랭은 마농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상사병을 앓는다. 그는 새나 토끼를 잡아 마농이 설치한 덫에 몰래 끼워주기도 하고, 마농의 머리 리본을 주워 자신의 가슴에 피를 철철 흘리며 꿰매는 엽기적인 행동도 하는데, 마농은 그를 피하기만 한다. 마농이 좋아하는 사람은 학교선생 베르나르인 것을….

   마농은 우연히 마을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세자르와 위골랭이 아버지 땅에 있는 샘을 막았고, 마을사람들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버지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아버지가 우물을 파다가 폭발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농은 울부짖으며 아버지를 죽게 한 세자르와 위골랭,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어느 날, 마농은 염소를 찾으려고 들어간 굴에서 마을 저수조로 흘러들어가는 물의 원천을 발견하고 그곳을 막아버린다. 물이 끊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저수조에 모여서 아우성친다. 베르나르 선생의 생일파티에서 마농은 세자르와 위골랭이 아버지 땅에 있는 샘을 막았다고 폭로한다. 세자르가 발뺌을 하지만, 그 현장을 본 목격자가 나타나 증언을 한다.

   위골랭은 그 자리에서 마농에게 공개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뛰쳐나가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유일한 혈육인 조카마저 잃은 세자르는 망연자실한다. 그날 밤, 마농은 마음을 고쳐먹고 베르나르 선생과 함께 굴로 들어가 막았던 곳을 뚫어 마을 저수조로 물이 다시 흘러오게 한다.

   마농과 베르나르 선생이 결혼식을 올린다. 연인 플로레트를 잊지 못해 독신으로 살아온 세자르는 결혼식에 온 플로레트의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세자르가 입대한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플로레트가 ‘당신의 아이를 가졌어요.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하고 편지를 보냈는데, 세자르로부터 답장을 받지 못한 플로레트는 아이 지우는 약을 먹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고, 결국 꼽추를 낳았다고 한다.

   그때 아프리카의 알제리 전선에 가있던 세자르는 플로레트의 편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죽은 장은 자신의 아들이고 마농은 자신의 손녀가 아닌가. 식음을 전폐한 세자르는 마농에게 용서를 비는 편지와 함께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플로레트의 유품인 머리빗을 쥐고 누워서 잠자듯 숨을 거두면서 영화가 끝난다.

   ‘마농의 샘’은 자기 가족만 살겠다는 과도한 탐욕과 이기심은 자기 자신과 가족을 파멸로 이끌게 된다는 운명의 역리(逆理)를 보여주면서 막을 내린다. 마농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때마다 흐르는 주제곡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은 깊은 울림을 준다. 러닝 타임 4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명작의 힘이 아닌가 싶다.

   세자르 역을 맡은 프랑스의 국민배우 이브 몽탕은 저 유명한 샹송 ‘고엽’을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장 역의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아내 역의 엘리자베스 드파르디외는 실제 부부이다. 위골랭 역의 다니엘 오테유와 마농 역의 엠마누엘 베아르는 1993년에 결혼하여 딸을 낳고 살다가 2년 후에 이혼했다.

   엠마누엘 베아르가 계곡에서 목욕하다가 벌거벗은 채 하모니카를 불며 춤추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산에 핀 매화처럼 화사한 얼굴에, 허리에서 둔부로이어지는 당돌한 곡선은 신이 빚은 솜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보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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