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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0. 12. 1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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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최용현(수필가)

 

   1939년 9월, 침공(侵攻) 2주 만에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군은 모든 유대인들에게 ‘다윗의 별’ 표시를 한 완장을 차게 하고 이들의 사유재산을 몰수한다. 그리고 벽으로 둘러싼 유대인거주지역을 책정하여 그곳으로 이주시킨다.

   나치당원인 독일인 사업가 쉰들러(리암 니슨 扮)는 군부 고위층에 로비를 하여 유대인이 경영하던 법랑공장을 인수한다. 그리고 유대인 수백 명을 데려와 인건비 한 푼 들이지 않고 군수품을 생산하여 납품한다. 그는 유대인 회계사 스턴(벤 킹슬리 扮)에게 공장 운영을 맡겨놓고 독일군 고위 장교들과 매일 술판을 벌이지만, 그의 사업은 나날이 번창한다.

   나치 독일은 마침내 유대인거주지역을 폐쇄하고 필수노동자를 제외한 유대인들을 모두 수용소로 강제 이송한다. 이들은 병원 환자들을 모조리 사살하고, 집 안에 숨어 있다가 들키거나 도망치는 유대인을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한다. 그 와중에 독일군의 한 장교는 유대인의 집에서 한가하게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수용소에서는 남자와 여자, 어린이를 나누어 관리하기 때문에 가족끼리도 생이별을 한다. 수용소장인 나치의 친위대 장교 괴트(랄프 파인즈 扮)는 괴팍한 살인광으로 유대인을 사람이 아닌 더러운 짐승으로 취급한다. 그는 언덕위에 있는 관사 테라스에서 심심풀이로 연병장에서 일하는 유대인을 소총으로 쏘아죽이거나, 말을 타고 영내(營內)를 돌아다니면서 눈에 그슬리는 유대인을 권총으로 사살한다.

   한편, 시류에 편승하여 큰돈을 벌려던 쉰들러는 수용소 유대인들의 참혹한 실상을 보면서 심적인 동요가 일어나고, 그동안 나치에 협력해온 데 대한 자괴감(自愧感)에 빠진다. 그는 괴트에게 뇌물을 주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데려와 자신의 공장에 투입한다. 거기에 들어가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모두 그의 공장에 들어가려고 안달이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괴트는 학살증거를 없애기 위해 구덩이에 파묻었던 1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의 시체를 파내어 불태우게 한다. 그리고 필수노동자를 제외한 유대인들을 모두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로 보낸다. 어린아이들도 거기에 가면 죽는 줄 알기 때문에 마루 밑이나 화장실의 똥물 속에 들어가 숨는데….

   쉰들러는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스턴과 함께 공장으로 데려올 유대인 목록을 작성한다. 쉰들러 리스트이다. 그는 빼오는 인원만큼 괴트에게 돈을 주고 1,100명을 인도받아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기차로 체코슬로바키아에 있는 자신의 고향으로 보낸다. 그런데 남자들은 제대로 도착하지만, 여자들을 태운 기차는 서류착오로 아우슈비츠수용소에 도착한다. 쉰들러는 아우슈비츠로 가서 그곳 수용소장을 매수하여 여자들까지 구해온다.

   1945년 5월, 전쟁이 나치 독일의 패전으로 끝난다. 수용소장 괴트는 요양원에 숨어 있다가 잡혀서 교수형에 처해진다. 쉰들러는 나치당원이기 때문에 피신해야 할 처지인데도 유대인을 더 빼오지 못한 죄책감으로 오열한다. 새로 데려온 유대인들은 7개월 동안이나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쉰들러는 남은 재산을 모두 털어 그들을 먹여 살린다.

   세월이 흐르고, 그때 쉰들러에 의해 살아난 유대인들의 후손은 6천명이 넘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쉰들러의 유대인들(Schindler's Jews)’이라고 칭하며 폴란드에서 살고 있다. 이들이 이스라엘 자이온산에 묻힌 쉰들러(1908~1974)의 무덤을 찾아가 차례대로 묘비석 위에 돌을 하나씩 얹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나치에 의해 희생된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추모하며….’라는 자막과 함께.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1,100명을 구한 실존인물 오스카 쉰들러의 행적을 다룬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의 흑백영화이다. 유대인이기도 한 스필버그 감독은 유대인 학살을 공론화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1998년 독일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영예인 십자훈장을 받는다.

   이 영화를 감독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29세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죠스’(1975년)와 ‘인디아나 존스’(1981년) 시리즈, ‘쥬라기 공원’(1993년) 등을 연출하여 흥행의 귀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작품성에 대해서는 평단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 ‘쉰들러 리스트’(1993년)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마침내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쉰들러는 유대인의 시체를 불태우러 가는 리어카에 거리를 헤매던 빨간 코트를 입은 꼬마소녀의 시체가 실려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관객들도 이 꼬마소녀를 컬러로 처리하여 눈에 잘 띄게 한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으리라. 이 꼬마소녀도 실존인물이며 영화와는 달리 살아남아 디자이너가 되었고, ‘빨간 코트의 소녀’라는 회고록을 남겼다고 한다.

   ‘쉰들러 리스트’의 관전 포인트는 쉰들러가 유대인을 이용하여 돈을 벌던 기회주의자에서 유대인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의인(義人)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이다. 그의 변모된 모습은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기차에 콩나물시루처럼 꽉 들어찬 유대인들을 보고 소방호스를 가져오게 하여 열린 창으로 물을 뿌려주는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쉰들러에게 ‘나중에 혹시 체포되거든 보여주세요.’ 하면서 유대인근로자 전원이 서명한 용지를 건네주는 장면이다. 이때, 한 유대인이 자신의 금니를 뽑아 녹여서 만든 금반지를 쉰들러에게 선물로 주는데, 그 반지에는 탈무드에 나오는 문구가 깨알처럼 새겨져있었다. 그 문구를 영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He who saved one life saved the world(한 사람을 구한 것은 세상을 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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