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플래툰(platoon)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0. 9. 25. 21:33

본문

 

플래툰(Platoon)

 

최용현(수필가)

 

   ‘플래툰(Platoon)’은 베트남전쟁에 자원(自願) 참전하여 무공훈장까지 받은 올리버 스톤이 1976년에 직접 각본을 쓰고 1986년에 연출한 영화로, 무명이던 그를 단숨에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7월 4일생’(1989년), ‘하늘과 땅’(1993년)과 함께 올리버 스톤의 베트남 3부작으로 불린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음향상을,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톰 베린저)을 수상했다. 또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2007년에 재선정한 100대 영화에도 뽑혔다. ‘디어 헌터’(1978년) ‘지옥의 묵시록’(1979년)과 함께 베트남전을 다룬 3대 수작으로 꼽힌다.

   전도서의 한 구절인 ‘Rejoice, O Youngman in the Youth.(젊은이여, 청춘을 즐겨라.)’라고 쓴 큼지막한 자막이 첫 화면을 장식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1967년 9월, 대학을 중퇴하고 입대하여 베트남 파병을 자원한 크리스(찰리 쉰 扮)는 베트남의 공항에서 그가 타고 온 비행기에 실리기 위해 미군병사의 시신들이 활주로에 줄지어 뉘어져 있는 것을 보고 상상과의 괴리감을 느낀다.

   크리스는 캄보디아 국경 부근에 주둔한 제25보병사단의 브라보중대 울프 중위의 소대(platoon)에 배속되는데, 그는 이름만 소대장이고, 실질적으로는 얼굴에 큰 상처자국이 있는 냉혈한(冷血漢) 반즈 중사(톰 베린저 扮)가 소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아래에는 대마초를 피우지만 인간적이고 신병들을 잘 보살펴주는 엘리어스 분대장(윌렘 데포 扮)이 있다.

   1968년 1월 어느 날, 소대원들은 수색정찰을 나갔다가 한 농가 마을을 수색하는데, 그곳 지하에서 베트콩의 병기와 용품들이 나왔다. 반즈 중사는 마을 촌장을 심문하면서 거세게 항의하는 촌장의 아내를 사살하고, 촌장의 딸에게 총부리를 겨눈 채 촌장에게 베트콩과 내통했다는 자백을 하라고 강요한다. 이 모습을 본 엘리어스는 딸을 놓아주라며 반즈에게 대들다가 싸움이 벌어지는데, 결국 반즈의 뜻대로 마을은 불태워지고 마을 사람들은 쫓겨난다.

   엘리어스는 반즈가 양민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웠다고 해리스 중대장에게 보고하고 조속히 조사하여 처벌할 것을 요청하지만, 중대장은 전투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니 기다리라며 이를 뭉개버린다. 이 일로 인해 소대원들은 반즈파와 엘리어스파로 나눠지게 된다. 크리스는 엘리어스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날, 수색을 나갔다가 갑자기 베트콩의 매복기습을 받게 되자, 울프 소대장은 급히 포격지원을 요청하는데 위치를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아군지역에 포탄이 떨어진다. 화가 난 반즈​는 울프 소대장을 두들겨 패고, 엘리어스는 적진 깊숙이 들어갔다가 혼자 남겨지게 된다. 반즈는 대원들을 철수시키면서 자신이 엘리어스를 구해오겠다고 말한다.

   반즈는 자신을 발견하고 반갑게 미소 짓는 엘리어스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엘리어스가 쓰러지자, 반즈는 돌아와 엘리어스가 베트콩에게 사살되었다고 보고하는데, 크리스는 반즈의 짓임을 눈치 챈다. 생존자들은 헬기를 타고 떠나면서 부상당한 엘리어스가 베트콩들에게 쫓기다가 집중사격을 받고 이 영화의 포스터 사진처럼 주저앉아 두 손을 번쩍 쳐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쓰러져 죽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다음 날, 베트콩의 대규모 야간기습으로 인한 아비규환 속에서 브라보 중대원들은 대부분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는다. 포탄의 파편에 맞아 비틀거리던 크리스는 옆의 시체더미에서 중상을 입고 쓰러진 반즈를 발견한다. 반즈는 위생병을 불러달라고 하지만, 크리스는 엘리어스의 복수를 위해 반즈를 쏘아 죽인다.

   결국 지원군이 와서 승전을 하지만, 미군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는다. 두 번째로 부상당한 크리스가 규정에 따라 귀국하게 되면서 영화는 끝이 나는데, 후송되는 헬기 안에서 크리스가 할머니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의 독백 속에 올리버 스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우리는 적군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다. 적은 우리들의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에게 전쟁은 끝났으나 그 전쟁의 기억은 평생 동안 나와 함께 할 것이고, 내 뇌리에 남아있는 반즈와 엘리어스는 늘 내 영혼을 지배할 것이다.’

   필리핀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뱀이 나오고 모기와 불개미, 거머리 등이 우글거리는 정글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였고, 전투장면은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리얼리티가 살아있어서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1987년 국내개봉 때 서울에서만 57만 7천명이 입장하여 그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첫 장면에서 크리스가 베트남의 공항에 내려설 때,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 op.11)’가 잔잔하게 흐른다. 이 곡은 부상당한 엘리어스가 베트콩에 쫓기며 죽어갈 때, 마지막에 크리스가 헬기에서 독백할 때 등 여러 번 흘러나와 비장감을 더해준다.

   ‘플래툰’은 종종 ‘지옥의 묵시록’과 비교가 되는데, ‘지옥의 묵시록’이 고급장교들의 일탈을 다루었다면 ‘플래툰’은 한 병사가 겪은 지옥 같은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 역의 찰리 쉰은 공교롭게도 ‘지옥의 묵시록’에서 윌라드 대위 역을 맡은 마틴 쉰의 작은아들이다. 큰아들은 ‘영 건스’(1988년)에 나오는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이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즈가 엘리어스를 쏘고, 크리스가 반즈를 쏘는 아군끼리의 살상 장면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한밤중 밀림에서 폭우 속에서도 잠에 곯아떨어지는 병사들의 처연한 모습과 이왕 죽을 거면 하루라도 빨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는 병사들의 넋두리는 쉬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영화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0) 2020.10.09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0) 2020.10.02
진용(秦俑)  (0) 2020.09.18
패왕별희(霸王別姬)  (0) 2020.09.13
황비홍 – 천하무인  (0) 2020.09.0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