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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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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최용현(수필가)

 

   ‘셰익스피어는 한 세대의 것이 아니고 만대(萬代)의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영국의 보물이며 자존심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 세계를 대표하는 러브 스토리의 대명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춘향전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은 워낙 유명하므로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 간단히 스토리만 짚어본다. 로미오가 속한 몬테규 가와 줄리엣이 속한 캐플릿 가는 대대로 원수였다. 어느 날, 로미오는 캐플릿 가에서 열린 가면무도회에 갔다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녀 줄리엣을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성당으로 가서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런데 두 가문 사이에 또 싸움이 벌어졌고, 로미오가 캐플릿 가의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가문에서 추방당한다. 줄리엣의 부모는 사흘 뒤에 한 백작과 결혼식을 올리도록 줄리엣에게 강요한다. 줄리엣은 성당에 가서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신부는 줄리엣이 이틀 동안 가사(假死) 상태를 유지하다가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약을 준다. 깨어날 때쯤 로미오를 오게 하여 함께 도피할 수 있도록.

   줄리엣은 계획대로 약을 먹고 죽어서(?) 가족묘에 안치된다. 그런데,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로미오는 그런 계획을 알지 못하고 비탄에 빠져 줄리엣 옆에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깨어난 줄리엣은 옆에 로미오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절망하여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른다.

   주인공 두 사람이 모두 죽었는데 왜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4(혹은 5) 비극에 들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두 사람이 죽은 후에 두 가문이 화해를 하기 때문에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고, 또 무거운 분위기의 4대 비극과는 달리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일 뿐 비극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금까지 통 털어 30번 정도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 1968년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만든 레너드 화이팅과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1996년 바즈 루어만 감독이 만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 주연의 로미오+줄리엣이 유명하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떠오르는 꽃미남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였고, 비주얼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감각에 맞게 스토리를 파격적으로 각색하여 뮤직 비디오 스타일로 만들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스토리를 현대 감각으로 뜯어고친 것이 공감을 얻지 못한데다, 신세대에 초점을 맞춘 시각적인 영상은 도를 넘어 너무 과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대사에 많이 나오는 시적인 표현들을 번역 자막에서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점도 한 요인이 되었다.

   가장 잘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은 제피렐리 감독의 1968년 작이다. 지금도 로미오와 줄리엣하면 이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그 이유는 원작에 충실한 연출, 멋진 음악, 그리고 올리비아 핫세의 청순한 매력, 3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다시 하나씩 나누어서 살펴보자.

   첫 번째,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와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상을 한껏 살려낸 고전적인 연출이 어필한 것이다. 신세대의 감각에 맞춰 비주얼 위주로 연출한 루어만 감독의 1996년 작이 주 관객층인 10대들에게조차 환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두 번째, 멋진 음악을 들 수 있으리라. 선남선녀가 처음 만날 때 나오는 테마곡 ‘What is a youth?’는 가사가 시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청춘의 의미를 잘 함축하고 있다.

 

     What is a youth? Impetuous fire

     What is a maid? Ice and desire

     The world wags on.

     A rose will bloom. It then will fade.

     So does a youth. So does the fairest maid.

          …………………………

 

     청춘이란 무엇인가? 타오르는 불꽃

     처녀란 무엇인가? 얼음과 욕망

     세상은 왔다가 가는 것

     한 송이 장미가 피어나면 다시 시들듯이

     청춘도, 가장 아름다운 처녀도 마찬가지라네

          ………………………

            

   이 곡은 1970년대 ‘A time for us’라는 제목으로 개사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로미오와 줄리엣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줄리엣 공모에서 5001의 경쟁률을 뚫고 혜성처럼 등장한 방년 16세의 올리비아 핫세를 빼놓을 수 없으리라. 아르헨티나의 오페라 가수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녀는 169cm의 늘씬한 키에 까맣고 쪽진 생머리와 선하게 생긴 커다란 눈, 계란형의 얼굴에 알맞게 오똑한 코를 가진, 동서양의 장점을 한 몸에 지닌 이 시대 최고의 미인이 아닌가.

   한때 온 미장원과 호프집, 청소년들의 방마다 사진이 붙어있었던 올리비아 핫세. 그녀도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어서 나사렛 예수’(1976)에서는 성모 마리아역을 맡더니 마더 테레사’(2004)에서는 노수녀(老修女) 역을 맡았다. 1951년생이니 예순이 훌쩍 넘었다.

   어저께 다녀온 남녘 제주에서는 온통 대지가 파릇파릇 연둣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유채꽃밭 사이의 둘러친 울타리에서는 간간이 동백꽃이 붉디붉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동장군이 제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새봄의 도도한 북상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으리오.

   모닥불처럼 짧은 우리네 인생, 새 봄에는 뭔가 의미 있는 일 하나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더 나이 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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