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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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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최용현(수필가)

 

   7080세대 이전 사람들에게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대답이 벤허’(1959)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이다. 이들의 뇌리 속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불후의 명화는 바로 이 두 영화이기 때문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여류소설가 마가렛 미첼이 26세 때 집필하기 시작하여 10년 만에 완성한 동명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소설은 출판되자마자 6개월 만에 10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듬해에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러나 마가렛 미첼은 혼신을 다해서 쓴 이 작품 한 편만 남기고 49세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영화화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한 조지 쿠커 감독을 이어받아 빅터 플레밍이 감독을 맡았으며, 각본은 당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인 시드니 하워드 등 10여 명이 맡아 소설의 감동을 그대로 살려냈다. 남자주인공은 클라크 게이블로 일찌감치 결정되었고, 여자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을 모두 저울질했지만, 결국 폭풍의 언덕을 찍기 위해 로렌스 올리비에를 따라 미국에 건너온 영국 출신의 무명배우 비비안 리가 발탁되었다.

   미국 남부의 조지아 주 타라 농장의 장녀 스칼렛(비비안 리 )은 빼어난 미모와 활기찬 성격으로 이 지역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스칼렛이 좋아하는 남자는 오직 한 사람, 소심한 귀공자 애슐리(레슬리 하워드 ) 뿐이다.

   스칼렛은 파티에서 만난 능글능글한 짐승남(?) 레트(클라크 게이블 )에게 본의 아니게 애슐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키게 되는데, 애슐리가 멜라니(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와 결혼하게 되자, 홧김에 멜라니의 남동생 찰스와 결혼해버린다.

   노예 제도를 폐지한 북부와, 전통과 관습에 의존하며 목화밭의 노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남부 사이에 갈등이 생겨 급기야 남북전쟁이 발발한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전쟁에 참전하지만 전황은 점차 남군에게 불리해져 찰스는 전사하고, 북군이 애틀랜타까지 쳐들어온다. 스칼렛은 상복(喪服)을 입고서도 여전히 애슐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전쟁의 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레트는 자원해서 전장(戰場)으로 떠나고 스칼렛은 몸이 약한 멜라니와 함께 마차를 타고 타라로 향한다. 타라에 와보니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실성한 아버지와 혹독한 가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칼렛은 타라 농장을 다시 일으키고 가족들을 먹여 살릴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배를 곯지 않겠다.’며 굳게 다짐을 한다.

   스칼렛은 전쟁에서 큰돈을 번 레트가 군 형무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지만 그의 빈정거림을 참지 못하고 돌아오고 만다. 스칼렛은 여동생의 약혼자인 프랭크를 유혹하여 결혼, 골치 아픈 세금 문제도 해결하고 아울러 많은 돈과 재산을 얻는다. 전쟁이 끝나자, 스칼렛은 프랭크의 자금으로 애슐리와 함께 제재소를 운영하며 큰돈을 번다. 그 무렵, 비밀정치모임에 나갔다가 프랭크는 총에 맞아 죽고, 애슐리는 레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스칼렛은 드디어 레트의 청혼을 받아들여 세 번째 결혼을 하고, 딸 보니가 태어난다. 레트가 보니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스칼렛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지만 서로 감정을 건드리며 말다툼을 하다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유산(流産)을 한다. 게다가 끔찍이 사랑하던 보니가 말에서 떨어져 죽자, 레트는 극도의 실의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스칼렛과 레트에게 허물없는 친구가 되어주었던 멜라니가 숨진다. 그때서야 스칼렛은 애슐리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자신이 아니고 멜라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한 사람도 애슐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타라 농장의 딸 스칼렛과 그 주변사람들이 남북전쟁이라는 거대한 폭풍에 휘말려 풍요로웠던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폐허가 된 극한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1939년에 어떻게 이런 대작을 이토록 완벽하게 컬러 영화로 만들 수 있었는지.

   제작을 맡은 셀즈닉은 영화에 거금을 쏟아 부었다. 애틀랜타가 불타는 장면을 찍기 위해 약 12ha나 되는 세트장을 실제로 불태웠고, 스칼렛이 광장에서 부상자들 사이를 지나가는 장면은 800여명의 엑스트라와 800여개의 마네킹을 동원하여 촬영했다. CG가 없던 시절이니 실로 엄청난 스케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명예상 등 10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스칼렛을 연기한 비비안 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스칼렛의 유모로 나오는 뚱보 하티 맥다니엘은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인기가 폭발하여 사운드 오브 뮤직’(1965) 개봉 전까지 흥행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1989년까지 50년 동안 12억 명 이상이 관람했다.

   여기서, 바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남북전쟁이리라.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은 전쟁이 쓸고 간 남부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이 아닐까 싶다. 그 속에는 스칼렛의 소중한 농장인 타라 뿐 아니라 그녀의 사랑, 그리고 그녀가 어린 시절에 누렸던 행복과 꿈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자, 이제 3시간 42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이 영화의 결말을 보자. 스칼렛은 멜라니가 죽은 뒤에야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레트임을 깨닫고 그에게로 달려간다. 그러나 스칼렛의 애슐리의 대한 집착에 힘들어 하던 레트는 이제 지쳤다며 스칼렛을 뿌리치고 떠나가 버린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스칼렛은 '내일은 또 새로운 해가 떠오르겠지.'로 의역되기도 하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남긴다.

 

         Tara! Home. I'll go home, and I'll think of some way to get him back.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타라! 내 고향. 타라에 가자, 거기에 가면 그이를 되찾을 방법이 생각날 거야.

          아마도, 내일은 완전히 다른 날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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