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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5. 9. 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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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Rear Window)

 

최용현(수필가)

 

   이창(裏窓, Rear Window)은 건물 뒤쪽에 있는 안쪽 창문의 일본식 표현으로, 일본에서 쓴 영화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관음증을 소재로 한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이며, 1997년 미국 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에서 42위로 뽑혔다. 또 AFI 선정 10대 미스터리영화에서 3위에, 100대 스릴러영화에서는 14위에 올랐다.

   코넬 울리치(필명은 윌리엄 아이리시)의 단편소설 ‘살인이 있었다(It Had to Be Murder)’를 원작으로 제작비 100만 달러를 투입하여 영화로 만들었다. 1968년 원작자가 사망하자 영화사측에서는 650달러를 유족에게 보냈으나, 유족들이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수익금의 20%를 저작권료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 영화는 재개봉까지 합쳐서 약 3,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뉴욕 맨해튼, 젊은 사진작가 제프리(제임스 스튜어트 扮)는 카 레이스 촬영 도중 다리를 크게 다쳐서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앉은 채 자기의 독신자아파트에서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 그의 아파트에는 보험회사 소속 간호사 스텔라(셀머 리터 扮)와 모델인 애인 리사(그레이스 켈리 扮)가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찾아오고 있다. 그는 리사의 고급스런 취향과 자신의 적은 수입 등 여러 이질적인 요소 때문에 그녀와의 결혼을 주저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이라 모두들 창문을 열어놓고 살고 있어서 제프리는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신혼부부, 미녀 무용수, 외로워 보이는 노처녀, 병든 부인과 남편 등 여러 주민들의 일상을 뒤쪽 창문 너머로 훔쳐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육안으로 보다가 나중에는 쌍안경과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까지 동원해서 본다.

   어느 날 밤, 병든 부인과 외판원 남편 쏘워드(레이먼드 버 扮)가 심하게 다투더니 쏘워드가 커다란 금속가방을 들고 세 번이나 나갔다가 들어온다. 그 뒤로 부인이 보이지 않자, 제프리는 쏘워드가 부인을 토막 살해했다고 의심한다. 쏘워드가 푸줏간용 칼과 톱을 신문지에 싸는 모습과, 화단 한곳을 파헤치던 강아지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고 제프리의 의심은 더욱 굳어진다. 제프리는 친구인 형사 도일(웬델 코리 扮)을 불러서 상황을 설명하는데, 도일은 물증 없이 정황만으로는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음날, 화단 앞에서 목 졸려 죽은 강아지를 보고 여자가 비명을 지르자, 주민들이 모두 베란다로 나와서 내려다본다. 이때 쏘워드만 베란다로 나오지 않자, 제프리는 강아지를 죽인 범인이 쏘워드라고 확신한다. 제프리는 ‘그녀를 어떻게 죽였나요?’ 하고 편지를 써서 리사에게 그 집 현관문 아래로 밀어 넣게 한다.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번호로 쏘워드에게 전화를 건 제프리는 자신이 편지를 보냈다고 하면서, ‘OO호텔 바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바로 이리로 오세요.’ 하고 말한다. 쏘워드가 집에서 나오자, 스텔라는 화단의 그곳을 파보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리사는 그 집 창문으로 들어가 부인의 결혼반지를 찾아내는데, 때마침 집으로 돌아온 쏘워드에게 붙잡히고 만다.

   제프리는 남자가 여자를 폭행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리사는 쏘워드의 격렬한 추궁을 받다가 출동한 경찰에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온다. 쏘워드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건너편에 사는 제프리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아파트로 찾아와 원하는 게 뭐냐고 윽박지르면서 자신은 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휠체어에 앉은 제프리를 창문 밖으로 밀쳐낸다.

   이때 쏘워드의 아파트에서 내려오던 경찰들이 창문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는 제프리를 받아내지만, 제프리는 남은 한쪽 다리마저 깁스를 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체포된 쏘워드는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다. 스텔라가 도일 형사에게 범인이 화단에 무엇을 숨겼는지 알아냈느냐고 물어본다.

   ‘개가 귀찮게 해서 다시 끄집어냈다는데요. 집에 있는 모자상자에 들어있다고 하네요. 보여드릴까요?’ 하고 물었을 때, 스텔라가 ‘아니요. 부인의 어떤 부분도 보고 싶지 않아요.’ 하고 대답한 것을 보면 화단에 시신의 일부가 묻혀있었던 것 같다. 제프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리사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창’(1954년)은 ‘현기증’(1958년)과 ‘싸이코’(1960년), ‘새’(1963년)와 함께 히치콕 감독의 4대 걸작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전기와 수도가 설치된 31채의 아파트를 지어서 촬영했는데, 그 중 12채는 가재도구까지 갖추었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르고 있다가, 개 한 마리가 죽은 것에는 관심을 보이며 내다본다.

   이 영화에는 관객을 헛다리짚도록 만드는 맥거핀(macguffin)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화단이다. 화단을 파헤치는 강아지에게 쏘워드가 짜증을 내는 것을 보고 관객들은 그곳에 부인의 시체를 묻은 것으로 의심하게 된다. 맥거핀은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도록 하여 긴장과 서스펜스를 배가시킨다.

   리사 역의 그레이스 켈리는 게리 쿠퍼의 상대역으로 나온 ‘하이 눈’(1952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갈채’(1954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상류사회’(1956년)를 끝으로 5년여 동안의 배우생활에서 은퇴하여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1956년) 모나코의 왕비가 되었다. 1남 2녀를 낳고 살다가 52세(1982년) 때 운전 중 뇌출혈로 인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창’은 1998년 미국 ABC방송국의 TV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는데, 낙마사고(1995년)로 전신마비가 된 ‘슈퍼맨’(1978년)의 크리스토퍼 리브와 대릴 한나가 주연을 맡았다. 주인공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고, 컴퓨터와 비디오카메라, 외부를 보여주는 모니터 등 소품들이 많이 업그레이드되었으나 영화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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