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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4. 3. 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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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최용현(수필가)

 

   2007년에 나온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감독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는 2005년에 출간된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1933~2023)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받아 4관왕을 차지하였다.

   이 영화의 제목은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 ‘저곳은 노인들이 살 나라가 못된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나온 것이다. 늙은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 扮)이 ‘예전에는 보안관들이 총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내레이션을 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러닝 타임 2시간 2분.

   1980년 여름,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은퇴한 용접공 르웰린 모스(조쉬 브롤린 扮)는 미국 남부의 사막에서 사냥감을 뒤쫓다가 우연히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십여 명의 널브러진 시체와 함께 여러 대의 차가 있었다. 차 한 대의 문을 열자, 총상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르웰린에게 물을 달라고 한다. 차 트렁크에는 마약자루가 쌓여있었고, 언덕 위 나무에 기대어 죽은 사람 옆에는 2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돈 가방이 있었다.

   르웰린은 돈 가방을 들고 아내 칼라와 함께 사는 트레일러로 돌아온다. 자리에 누웠으나 물을 달라던 사람이 생각나서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는 새벽 일찍 일어나 물통을 들고 다시 그곳으로 가는데,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갱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는 차를 버리고 도망치다가 강물 속에 뛰어들어 겨우 목숨을 건진다. 다시 집에 온 르웰린은 칼라에게 ‘속히 장모님 댁에 가있으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갱단에서는 그 돈을 되찾기 위해 사이코 패스 살인광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扮)를 고용한다. 사건현장에 온 안톤은 돈 가방 추적장치 리모컨과 르웰린의 차량번호를 확인한 후 의뢰인들을 쏴 죽인다. 그는 차적 조회 후 르웰린의 트레일러로 찾아오지만 아무도 없다. 이어 보안관 벨과 그의 조수도 사건 현장과 트레일러를 방문하지만 한 발 늦다.

   르웰린은 총기를 구입하여 도로가의 싸구려 모텔에 들어간다. 돈 가방을 벽장 안에 숨기고 잠시 외출한 사이 갱단이 모텔에 들어온 것을 알게 되자, 그는 자신의 방 뒤쪽에 방을 하나 더 얻는다. 이때 추적장치의 신호를 따라 모텔에 도착한 안톤은 투숙해있던 갱단과 총격전을 벌여 세 사람을 쏘아 죽이는데, 그 사이 르웰린은 돈 가방을 챙겨서 달아난다.

   르웰린은 다른 모텔에 들어가서 돈 가방을 열고 추적 장치를 찾아내지만, 또다시 안톤이 뒤따라온다. 르웰린은 창문 밖으로 달아나다가 허리에 총상을 입는데, 쫓아오는 안톤에게도 허벅지에 총상을 입힌다. 안톤은 약품을 구입하여 자가 치료를 한다.

   돈 가방을 국경선 철조망 너머 풀밭에 던지고 멕시코로 가서 병원에 누워있는 르웰린에게 갱단에서 보낸 해결사 카슨이 찾아온다. 카슨은 르웰린을 쫓아오는 자가 악명 높은 살인광 안톤 쉬거임을 알려주면서, 안톤이 당신의 가족을 죽이러 갈 것이라며 돈 가방을 자신에게 넘기면 자신이 가족을 보호해주겠다며 자신의 연락처를 놓고 간다.

   길 건너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던 카슨은 뒤따라 들어온 안톤에게 자신의 방에서 피살당한다. 그 방에서 카슨에게 걸려온 르웰린의 전화를 받은 안톤은 돈 가방을 가져오면 너의 아내를 살려주겠다고 하는데 르웰린은 헛소리 말라고 한다. 돈 가방을 찾아서 미국으로 넘어온 르웰린은 아내 칼라에게 전화를 걸어 텍사스에 있는 디저트모텔로 오라고 말한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택시를 타고 오던 칼라는 택시에서 내려서 보안관 벨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을 보호해달라며 약속장소를 알려준다. 그 사이 친정어머니는 뒤를 쫓아온 갱스터의 친절에 속아서 약속장소를 알려주는 바람에 르웰린은 디저트모텔에서 피살되고 만다. 뒤늦게 도착한 벨은 또 허탕을 치고….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칼라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안톤이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칼라가 ‘나를 죽일 필요가 있나요?’ 하고 말하자, 안톤은 네 남편이 당신을 살릴 기회를 놓쳤다면서 동전을 던지겠으니 삶과 죽음 중에서 선택하라고 말한다. 칼라는 선택을 거부한다.

   잠시 후, 그 집을 나온 안톤은 신발 바닥에 피가 묻었는지 확인하고, 차를 운전해 가다가 앞차를 들이받는 추돌사고로 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채 경찰차 소리를 듣고 도주한다. 돈 가방의 행방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보안관 벨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음을 절감한다. 그는 르웰린을 보호하면서 안톤을 체포하려했지만, 두 가지 다 실패하고 결국 은퇴하게 된다. 벨이 집에서 자신의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며 지난밤의 꿈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벨이 들려준 꿈 이야기를 통해서 이 영화의 제목을 유추해보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보안관을 해온 벨이 이제 노인이 되면서 자신도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996년 영화 ‘파고(Fargo)’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던 코엔 형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연출할 때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노쇠한 보안관의 추격전을 통하여 소름끼치는 서스펜스와 온몸을 옥죄는 긴장감을 주면서도 세 사람이 한 프레임에 걸리지 않도록 배치하는 내공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길쭉한 압축가스 통과 소음기를 장착한 총을 들고 다니는 무표정한 살인마 안톤 쉬거가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영화를 압도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의 사이코 연기는 가히 이 시대 최강 빌런의 모습이다. 하물며 동전던지기로 죄 없는 상대방의 생사를 결정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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