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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4. 3. 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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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최용현(수필가)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은 영국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소설을 조 라이트 감독이 2005년에 영화로 만든 고전 로맨틱 영화이다. 19세기 초 영국 시골을 배경으로 베넷(도널드 서덜랜드 扮) 부부의 다섯 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둘째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 扮)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베넷의 집 인근 대저택에 부잣집 아들 빙리와 그의 친구인 귀족 집안의 자제 다아시(매튜 맥퍼딘 扮)가 여름 동안 머물기 위해서 오자, 베넷 씨의 다섯 딸들은 모두 마음이 설렌다. 첫 무도회 때 다섯 딸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착한 큰딸 제인(로저먼드 파이크 扮)과 빙리가 서로 호감을 느끼며 함께 춤을 춘다. 총명하면서 예쁜 둘째딸 엘리자베스는 키가 크고 잘 생긴 다아시와 함께 춤을 추고 싶었으나 다아시가 냉담한 반응을 보여서 좌절된다.

   며칠 후 제인이 빙리의 여동생으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자, 어머니는 제인을 빙리와 맺어주려고 ‘비가 올 것 같으니 마차를 타지 말고 말을 타고 가라.’고 조언한다. 말을 타고 가다가 비를 맞으면 손님을 젖은 채로 돌려보내지 않고 자고 가게 할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인데, 실제로 비를 맞은 제인이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그곳에서 며칠 묵으며 빙리와의 연정도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 무렵, 엘리자베스는 읍내에 주둔하고 있는 민병대 소속의 위컴 중위를 만난다. 잘 생긴데다 입담도 좋은 그는 어릴 때부터 다아시와 형제처럼 지냈는데, 다아시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려서 빈털터리가 되었다며 다아시를 나쁘게 이야기한다. 엘리자베스는 그 말을 듣고 다아시를 오만한 속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음 무도회 때, 엘리자베스는 위컴 중위를 애타게 찾았으나 보이지 않자, 얼떨결에 다아시의 춤 신청을 받아들이고 그와 춤을 춘다. 그 후에도 몇 번 다아시와 마주치게 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무뚝뚝하고 거만해 보여서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큰딸 제인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어서 적극적인 호감 표시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빙리가 분명히 제인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청혼을 하지 않고 떠나가 버리자, 제인은 크게 상심한다. 제인의 어머니는 머리를 식히고 오라며 제인을 런던 이모 댁으로 보낸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아름답고 지적인 매력에 점점 빠져들어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엘리자베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청혼을 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위컴 중위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고, 오만하다고 생각하는 다아시가 언니 제인에게 청혼하려던 빙리를 명망 있는 가문이 아니라며 말린 것을 알게 되자, 냉정하게 거절한다.

   그 후,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선친이 아들처럼 생각해서 남겨준 유산을 모두 도박으로 탕진한 위컴 중위가 재산을 노리고 다아시의 어린 여동생을 꾀어서 함께 달아나려했다는 사실을 다아시의 편지를 보고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또 언니 제인을 데리고 집으로 온 이모 부부와 함께 여행을 떠난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저택에 찾아갔을 때, 하인들의 말과 엘리자베스의 이모 부부를 대하는 태도 등을 보고 다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 그 무렵 막내딸 리디아가 위컴 중위와 함께 야반도주를 해서 집이 발칵 뒤집어진다. 이제 겨우 15살인데…. 이 소문이 퍼지면 언니들의 혼삿길이 막힌다. 이를 알게 된 다아시가 발 벗고 나서서 위컴 중위를 찾아내어 함께 간 이모 부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고 집으로 오게 해서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한 후 다시 임지로 떠나게 한다. 결국 다섯 딸 중에서 막내딸이 가장 먼저 결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빙리와 다아시가 사냥을 왔다며 집으로 찾아온다. 그러더니 빙리가 제인에게 청혼을 하고 감격한 제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수락하여 두 사람의 결혼이 갑자기 성사된다. 제인이 수줍음 때문에 애정 표현을 못한 것을 알게 된 다아시가 빙리에게 청혼하도록 조언한 것이었다.

   며칠 후, 다아시의 고모인 캐서린 공작부인이 느닷없이 집으로 찾아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딸과 다아시가 어릴 때부터 정혼한 사이이니 다아시와 결혼할 꿈도 꾸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그런 약속은 할 수 없어요.’ 하고 대답한다.

   다음날 새벽, 일찍 잠이 깨서 집근처 언덕길을 산책하던 엘리자베스는 때마침 저쪽에서 걸어오는 다아시와 마주친다. 그도 잠이 오지 않아서 나온 것이란다. 다아시는 고모가 찾아가서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다시 청혼을 한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손에 키스를 하면서 수락하여 영화가 해피엔드로 끝난다.

   ‘오만과 편견’은 베넷 씨 딸들의 결혼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적인 신분과 재산이 개인의 삶과 결혼에 큰 영향을 주는 19세기 초 영국의 실상을 가감 없이 재현하고 있다. 요즘의 로맨스 영화에서 흔히 보는 키스 장면이나 선정적인 베드신 없이도 얼마든지 감동적인 로맨스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매혹적인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아름다운 전원풍경 등이 돋보이는데, 특히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원작 소설이 나온 지 2백년이 넘었지만, 이제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어 세기를 초월하는 불후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제목에 나오는 ‘오만(pride)’은 다아시의 무뚝뚝하고 거만해 보이는 특징을 표현한 말이고, ‘편견(prejudice)’은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오만한 속물이라고 생각한 선입견을 표현한 말이다. 생각건대, 오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편견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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