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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3. 3. 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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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최용현(수필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는 덴마크의 여성작가 카렌 블릭센이 쓴 동명의 자서전을 각색하여 1985년에 시드니 폴락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198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작곡상 음향상 미술상 등 7개 부문의 상을 받았고, 골든 글로브에서도 작품상 남우조연상 작곡상을 받는 등 총 28개의 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제작비 2,800만 달러를 투입하여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촬영했는데, 전 세계에서 2억 3,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의 8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1986년에 개봉하여 흥행에 성공하며 서울 관객 35만 명을 기록했다. 첫 개봉 때 극장에서 보면서 아프리카의 빼어난 경관(景觀)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영화는 여자주인공 카렌(메릴 스트립 扮)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아프리카에 농장이 있는 덴마크 부호의 딸 카렌은 친구로 지내던 스웨덴의 귀족 브롤(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 扮)에게 아프리카에 가서 결혼하자고 한다. 카렌은 남작부인이란 지위를 얻고 싶었고, 브롤은 그녀의 재산에 관심이 있었다.

   1913년, 카렌은 기차를 타고 아프리카의 농장으로 가는 도중에 기차를 세우고 상아를 싣는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扮)와 처음 대면하게 된다. 카렌은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가있던 브롤과 결혼식을 올리는데, 두 사람은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카렌은 농장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싶었으나, 커피농장을 고집하는 브롤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다.

   브롤은 사냥을 한다며 집을 나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다. 카렌은 늘 기다림 속에 원주민 하인들과 함께 커피농장 일을 한다. 카렌은 인근에 사는 버클리가 친구라면서 소개한 데니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세 사람은 밤늦도록 얘기를 나누는데, 데니스는 가면서 ‘이야기를 참 잘 하시네요. 글로 한번 써보세요.’ 하면서 카렌에게 만년필을 선물한다.

​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이곳 아프리카도 영국과 독일의 전쟁터가 되었고, 남편 브롤도 집에 오더니 전쟁터로 간다며 또 떠나버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브롤이 사람을 보내 식량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카렌은 식량을 소달구지에 싣고 하인들과 함께 브롤이 알려준 국경지대로 향한다. 며칠씩 야영을 하면서 가다가 사자의 공격에 황소 한 마리를 잃기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남편과 하룻밤을 지낸 카렌은 돌아오다가 고열에 시달리며 쓰러진다. 진찰을 받아보니 매독에 걸렸단다. 남편에게서 옮은 것이다. 카렌은 덴마크로 돌아가 치료를 받고 완치하지만, 불임(不姙) 진단을 받고 돌아온다. 남편이 또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된 카렌은 남편을 집에서 내보내고 별거에 들어간다.

   4년 만에 첫 커피 수확을 하는데 데니스가 찾아와 사파리 여행을 제안한다. 그를 따라나선 카렌은 차를 타고 가면서 동아프리카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데니스는 야영장에서 카렌의 머리를 감겨주며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을 연출하는데, 머릿결에 부어주는 고풍스런 물병도자기마저도 멋져 보인다. 밤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야전 축음기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춤도 춘다. 사파리의 마지막 날 밤, 두 사람은 한 몸이 된다.

   열병을 앓다가 죽은 버클리의 장례식을 치른 얼마 후, 조종술을 배웠다며 데니스가 경비행기를 몰고 온다. 두 사람은 창공을 누비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를 굽어보기도 하고, 수만 마리의 홍학들이 강위에서 펼치는 군무(群舞)를 보면서 황홀경에 빠지기도 한다.

   새 여자가 생긴 남편과 이혼한 카렌은 데니스에게 결혼하자고 하는데, 데니스는 결혼증서로 두 사람을 얽매는 것은 서로를 가두는 것이라며 거절한다. 그 무렵 농장에 큰 불이 나서 수확한 커피와 공장 설비가 모두 타버린다. 결국 카렌의 농장과 집은 빚에 넘어가고 가구들은 모두 경매에 부처진다.

   배를 타고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한 카렌은 자신을 도와준 원주민들이 집을 짓고 살 수 있도록 땅을 좀 남겨주려고 하는데, 영국 총독에게 무릎까지 꿇고 사정을 해서 겨우 승낙을 받아낸다. 데니스는 카렌이 떠나는 날 몸바사 항구까지 비행기로 태워주겠다고 약속하는데, 그날도 두 사람은 집에서 축음기를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춘다.

   아프리카를 떠나는 날, 카렌은 짐을 다 싸놓고 하루 종일 기다리지만 데니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저녁 때 브롤이 와서 데니스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추억이 서린 사바나 언덕에 데니스를 묻어주고, 카렌이 덴마크로 떠나면서 영화가 끝난다.

   아아, 어찌 잊을 것인가.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던 사바나의 푸른 초원, 해질녘에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먼 산 너머의 노을, 그리고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듣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카렌은 대서사시 같은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담아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을 낸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던 시대, 카렌은 혼자 힘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였다. 그녀는 원주민 하인들을 인격체로 대하면서, 학교를 지어 원주민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켰다. 이런 모습은 그녀가 오늘날 근사한 이름의 구호단체들보다 한 세기 먼저 인류애를 실천한,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였음을 일깨워준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데니스는 아프리카는 원주민들의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그저 스쳐갈 뿐이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이 말은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데니스와 결혼을 원했던 카렌도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이 말의 참의미를 깨닫는다. 결혼도 또 다른 의미의 소유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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